진주 방화·살인사건 전 경찰 대응 적절했나?

주민들 "경찰 등 책임 지적"... 여성단체 "직무유기 규탄"... 경남경찰청, 진상조사 착수

등록 2019.04.18 18:18수정 2019.04.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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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과연 적절한 대응을 해왔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경찰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고 지적하고 나섰고, 경남지방경찰청은 경찰 조치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 17일 새벽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는 안아무개(42)씨가 불을 내고 주민들한테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피의자 인씨에 대해 방화·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18일 오전 안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였으며 이날 오후 도주 우려 등의 사유를 영장 발부했다.

안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거나 "누군가 아파트를 불법 개조해 CCTV를 설치하고 주거지에 벌레와 쓰레기를 던졌으며, 모두가 한통속으로 시비를 걸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씨가 "지속적 피해 망상으로 분노가 커진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씨는 이웃들과 계속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위층에 살다 이번에 흉기에 찔려 숨진 최아무개(18)양은 평소에도 안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왔다고 주민들은 밝혔다. 이에 가족들은 지난 3월 집 앞에 CCTV까지 설치했다.

CCTV에는 안씨가 지난달 하교 후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최양의 뒤를 쫓는 모습과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주민들은 안씨가 지난해부터 집 앞과 승강기 등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적으로 욕을 해왔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안씨가 숨진 최양을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신고를 받고 하굣길에는 사무소 직원이 동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안씨의 위협과 난동이 계속되자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경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여동생을 잃은 이아무개씨는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은 국가기관에서 방치한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 했다.

그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랫동안 가해자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경찰의 조치가 없어서 관할 동사무소와 임대주택 관리사무소에 민원제기를 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했다.

안씨는 정신병력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안씨에 대해 "2010년 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한 달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진단을 받았고, 그 때 '편집형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으로 집행유예와 보호관찰형을 받았다"고 했다.

그 뒤 안씨는 진주의 한 병원에서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정신병력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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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가 거주지에 불을 내고 주민들한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경남매일 이대근

 
경남여성단체연합 "경찰의 직무유기 규탄"

여성단체들은 이번 참사가 '경찰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보고 문제제기 하기로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오는 22일 오전 경남지방경찰청을 찾아 "경찰 안전시스템 촉구를 위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18일 미리 낸 자료를 통해 "여전히 여성에게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목격자들에 의하면 가해자는 대피하는 주민들 중 힘없는 여성과 아동, 노인만을 대상으로 범행했음을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가해자는 여성 청소년을 스토킹하고 주민에게 폭력과 위협을 행사하여 여러 차례 주민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미투운동의 전면적 확산국면에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은 국가의 안전 시스템을 마련을 위한 정책과 법・제도 개선에 지속적인 요구를 해왔다"며 "그러나 경찰의 일상의 안일한 대처는 이번 계획적 범행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묻는다"

민중당 경남도당(위원장 석영철)은 18일 "진주 묻지마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며,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묻는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이유도 없이 희생당하신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피해자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정부와 진주시는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신속한 국가지원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폭력 등 이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안씨의 경우 2016년 7월 이후 치료받은 기록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살인이 노인과 여성, 어린이를 대상으로 잔혹하게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이번 사건이 주민의 신고를 통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국가기관에서 방치해 발생한 사고"라며 "정신적 장애나 사회적 좌절과 불만이 쌓여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공포와 공황에 빠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모두 국민들의 몫이 되어있다"고 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아무리 민원을 제기해도 피해자가 직접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게 만드는 나라, 묻지마 범행을 막을 법 제도가 현실 앞에 멈춰서 버린 국가 공권력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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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좌주공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 ⓒ 진주시청

 
경남경찰청 "경찰 적정성 여부 진상조사"

경남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조치가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18일 경남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에 여러차례 신고하였음에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았고 사건 발생 이후 현장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유족 등 피해자들의 의견에 따라 과거 신고사건 처리절차와 사건 발생 이후 현장 초동조치 등 모든 과정에 대하여 경찰 조치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진상조사팀을 구성하여 즉시 조사에 착수하였다"고 밝혔다.

진상조사팀은 김정완 총경(청문감사담당관)이 팀장을 맡았고, 감찰·강력·생활안전계장과 112관리팀장 등 10여명으로 구성되었다. 경남경찰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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