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를 초대합니다, 당신을 놀라게 할 100분짜리 '삽질'

[삽질의 종말 19] 다큐 영화 <삽질>,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초청 상영

등록 2019.04.19 14:11수정 2019.04.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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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이 오는 5월 초에 열리는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초청 상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5월 말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합니다.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도 5월 7일에 출간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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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의 시작 화면. ⓒ 오마이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안녕하신가요?

'수인번호 716' 죄수복을 잠시 벗고 보석으로 풀려나 불안하겠지만, 감옥보다는 그래도 집이 편안할 겁니다.

저는 당신에게 "경부운하가 죽어야 나라가 삽니다"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2007년 8월 21일에 <오마이뉴스> 기사로 올린 첫 편지였습니다. 2007년 9월 4일에는 "운하 비극적 종말 예고한 '또 다른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인 2016년 8월 22일에도 "MB, 당신을 청문회에 꼭 세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세 번째 편지를 올렸습니다.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첫 편지를 쓴 뒤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4대강사업=대운하' 증거 수두룩... 꼼수정권, '죽음의 삽질'을 멈춰라" 등의 칼럼까지 합치면 당신에게 쓴 글은 부지기수로 많았습니다. 썩 기분 좋은 소통은 아니었겠지만, 이것도 간단치 않은 인연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래서입니다.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한 뒤 특별 초대를 하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와의 질긴 인연을 기록하고 4대강 사업의 긴 여정을 100분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입니다. 영어로는 한글의 메타포를 살리기 어려워 영문 영화 제목은 < Rivercide : The Secret Six >('강'을 의미하는 River와 '죽임'을 뜻하는 cide를 합쳐 만든 조어)로 정했습니다.

이 영화가 오는 5월 2일부터 열리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3회 상영됩니다. 혹시 '집 밖 외출'에 대한 특별 허락을 받고 오신다면 환영하겠습니다.

최근 당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정무수석이었던 정진석 의원이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아 뛰고 있습니다. 그를 포함해 '4대강 부역자'들과 함께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인터넷 티켓 예매도 가능하고, 감독과의 대화 자리도 있습니다.

>> 전주영화제 <삽질> 상영 일정

[<삽질> #1] 당신이 망친 것... 4대강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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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한 가운데, 거센 바람이 불어 머리가 날리자 두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있다. ⓒ 권우성


강은 물의 지문입니다. 수천만 년 흐르면서 물길로 자기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5년짜리 대통령이었던 당신에게 강은 정복의 대상이었습니다. 멀쩡한 강의 모래와 자갈을 파서 강의 역사를 해체했습니다. 강 허리에 콘크리트 보를 세워 강의 흐름을 단절했습니다. 욕조에 물을 붓듯 강에 녹조 물을 채워서 물의 지문을 지웠습니다.

당신은 유달리 '국격'을 강조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잉태의 공간이었던 강은 '산소 제로지대'에서 사는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만 창궐하는 불임의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시궁창 펄에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당신은 '녹색 르네상스'를 외쳤지만, 매년 녹색이 더 짙게 창궐하는 녹조 부활의 4대강을 만들었습니다. 재임 기간 국격을 살리지 못했고, 강의 품격도 추락시켰습니다.

강만 망친 게 아니었습니다. 비밀군사작전 벌이듯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면서 민주주의 시스템도 허물었습니다. 4대강 사업 예산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 등의 제도적 절차도 겉치레로 만들었습니다. 비판 언론에는 재갈을 물렸고, 시민사회단체 인사와 학자들을 불법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몇 해 전 대구 달성보에 가서 "저 물에 커피를 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영화 <삽질>을 보면 당신이 말한 커피 물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죽은 물고기들이 썩은 물이고 여름에는 녹조곤죽입니다. 당신은 이 물을 먹지 않겠지만, 지금도 1300만 영남인들은 낙동강 물을 정수 처리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최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4대강조사위)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보 해체를 제안하자 자유한국당은 '좌파 독재 정권'의 '문명 파괴'라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10년 전 당신이 건설한 '우파 독재 제국'이 검찰과 경찰, 심지어 국정원과 군대까지 동원해 민주주의를 짓밟은 적나라한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삽질> #2] 당신이 먹여 살린 군상들... 건설 재벌과 '4대강 부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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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당시 금강의 파헤쳐진 모습 ⓒ 김종술


당신은 4대강 사업으로 '국운 융성'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세금 22조 원으로 탐욕의 잔치판을 벌였습니다. 사실 집권 초기만 해도 4대강 사업에 세금을 투입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설 재벌들은 정권 초기에 자기 돈으로 4대강의 모래와 자갈을 준설하고, 콘크리트 보를 세워 한반도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달려들었죠.

하지만 이들은 설계도면조차 내놓지 못했습니다. '국운 융성'은 고사하고, 공사비조차 건질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아직도 한반도대운하 포기 발표가 거센 반대여론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삽질>에는 당신보다 먼저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건설 재벌의 육성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건설 재벌들의 탐욕이 멈춘 건 아니었습니다. 한반도대운하에 민간자본 투자를 포기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공사비 불법 담합을 통해 세금으로 수조 원대의 부를 축적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당신이 혹시 잊고 있었다면 영화를 감상하시면서 그 때 이들에게 한 말을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건설재벌들이 불법 담합을 통해 세금을 빼먹을 때, 4대강 사업에 부역한 영혼 없는 학자들 말입니다. 당신 재임 기간에 장·차관 자리를 꿰찼습니다. 1000여 명에 달하는 부역자들에게 흥청망청 훈·포장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일부 학자는 막대한 액수의 용역을 수행하면서 세금을 또 챙겼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살찌운 군상들. 그들 역시 당신처럼 자기 잘못을 한 번도 시인한 적이 없으며, 강을 망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환경을 가르치는 부끄러운 현장을 봐주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이런 학자들에게 맡겨도 되는 건지 성찰할 기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삽질> #3] 당신이 챙긴 것... 4대강 비자금의 진실

"4대강 사업으로 강을 망쳤고, 지역경제도 살리지 못했는데, 대체 왜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오마이뉴스>가 영화 <삽질>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떠올렸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해답의 단초가 보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공사장 바닥에 흘린 비자금 조성의 흔적을 찾아다녔습니다. 불법 비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탐욕의 공사판을 벌인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13년 4대강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검찰은 건설 재벌을 압수수색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이 사건을 덮었습니다.

<삽질> 제작팀이 어렵사리 만난 한 증언자는 당시 상황을 캐묻는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제보자였는데, 나중엔 피의자였어요. 2년 동안 검찰에 끌려다녔죠. 검찰은 '어차피 당신이 돈을 빼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저는 제보했지만, 뇌물을 받고 비자금을 만든 사람이 되었어요. 세금계산서의 부풀린 돈은 현금으로 건설사에 되돌려줬는데,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추징당했어요. 제가 왜 그 세금까지 내야 합니까?

기자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특종을 한 건 하면 끝나겠지만, 나는 어쩝니까? 당시 나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이 다섯 명입니다. 한 명은 자살했고, 한 명은 연락이 안 됩니다. 이들에게 그때 개고생을 또 하라고 말할 수 있나요? 왜 그 불구덩이로 또 들어가야 합니까? 정권은 바뀌었지만, 밑에 있는 놈들은 그대로입니다. 지금 와서 무엇으로 밝힐 수 있나요?"


영화 <삽질>을 만든 건 지금이라도 수많은 불법 비자금 제보자들이 당당하게 검찰의 재수사를 받는 날을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초대합니다] 4대강, 잃어버린 10년의 기록
  
저는 지금 1년째 수문이 열린 금강 세종보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앉아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영화 <삽질>에 저항자로 등장하는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와 함께 2시간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곳을 찾지 않았던 꼬마물떼새입니다. 모래톱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엄마 물떼새가 알을 품는 장면을 찍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이곳에서 흰수마자라는 멸종위기종 1급 물고기도 발견됐습니다. '1급수 전령'이라는 새끼 재첩도 보았습니다. 수문을 해체하고 물길이 열린다면 10년 전의 금강처럼 소풍 나온 아이들과 여울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겠지요. 당신이 물을 채우고 금강에 박아두었던 '수영금지', '접근금지' 팻말을 뺄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게 강다운 강입니다.

10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금강이 돌아오고 있지만, 아직 4대강의 귀환을 말할 때는 아닙니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일의 역사처럼 책임을 묻지 않는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최근 4대강조사위의 일부 보 해체 제안을 '국가기간시설 파괴'라고 성토하는 당신의 후예 자유한국당의 모습에서 역사의 반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 <삽질>을 만든 까닭은 당신과 4대강 부역자들의 잘못을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한 명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던 역사를 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군 이래 최악의 사업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감옥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이 편지를 읽는다면 <삽질>을 보러 전주에 잠깐 들러 주십시오. 첫 상영일인 5월 3일 오후 7시 30분, 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의 아주 좋은 자리를 비워놓겠습니다. 6일과 8일에도 상영합니다.

이 공개편지를 읽으신 여러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지난 10년간 진실의 퍼즐 조각을 꿰맞춘 4대강 흑역사의 전모를 확인하는 첫 관객이 되어 주십시오. 이게 '제2의 삽질'을 막는 길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십시오. 혹시 티켓이 매진됐다면, 올 하반기에 전국 영화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전주영화제 <삽질> 상영 일정

PS. 오는 5월 7일에는 영화 <삽질>의 모태가 된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 김병기 저)도 출간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꼭 사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게 연락하신다면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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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삽질' 엔딩 크레디트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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