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등산로에선 산행속도 1/6로 줄어든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4] 재난 상황 대비 경사 따른 이동속도 알면 도움

등록 2019.04.19 12:02수정 2019.04.1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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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까 표지판 보니 정상까지 400~500m 정도밖에 안 남은 듯한데, 도대체 꼭대기가 어디예요?"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충남 보령의 오서산을 올랐던 최모씨. 그는 정상을 '목전'에 두고, 거푸 남편에게 시간을 물어야만 했다. 아무리 급경사라 해도, 그처럼 정상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지 미처 몰랐던 탓이다. 당시 최씨의 관심사는 이동 시간이 아니라 '지침'이었다. 정상까지 빨리 가려고 가파른 등산로를 택했던 바람에 정상에 오르기 전에 이미 호흡은 가빠지고 힘은 빠질 대로 빠졌던 것이었다.

봄빛이 완연해지면서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등산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평지나 산길을 뛰든 걷든, 사람들의 오래된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소요 시간이다. 집 근처에서 자주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평지 혹은 경사진 길을 이동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지를 경험적으로 안다.

그러나 걷기나 뛰기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마저도 헷갈리는 대목이 있다. 예컨대, 같은 속력으로 다리를 움직인다면 '30도 내리막길이 빠를까, 15도 오르막이 빠를까?' 등이다. 또 같은 속력이라면 경사도가 이동 시간에 실질적으로 어느 만큼의 차이를 불러올까 하는 등의 궁금증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15도의 오르막과 30도의 내리막, 이동 시간 차이 없어
  

걷거나 뛰는 속도에 따라 일정한 경사도의 길을 오르고 내릴 때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주는 그래프. ⓒ 마이클 캠벨(미국 포트 루이스 대학)

 
미국 유타주의 대학 연구진이 이 같은 물음에 대한 가장 정밀한 답변을 최근 내놓았다. 포트 루이스 대학과 유타 대학 등의 공동 연구팀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 일대에 거주하는 하이커 약 3만 명의 보행 자료를 분석해, 경사도와 이동속도의 관계를 밝혀낸 것이다.

이번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같은 속력으로 움직인다면 평균 경사도 15도의 오르막이나 30도의 내리막 1km를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로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가파른 오르막(경사 30도)을 오르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은 누구나 예상할만한 결과였다.

한편, 같은 속력이라면 경사 15도 정도의 내리막이 평지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리막은 예컨대 10여m 이하의 아주 짧은 거리를 내달릴 때 이동시간을 줄여줄지 몰라도, 1km를 기준으로 한다면 같은 속력으로 움직였을 때 평지보다 소요 시간이 덜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 풍광에 한눈을 파는 등 느린 걸음이라면 내리막이 1.5배가량 시간이 더 걸렸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포트 루이스 대학의 마이클 캠벨 교수는 "속력과 경사도의 관계는 건강을 위해 걷기나 뛰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운동량이나 일상에서 시간 관리 등 크게 대수롭지 않은 문제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산불이나 쓰나미 등의 재해 때 진화대나 대피자, 혹은 구조대에게는 생사가 달린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STRAVA'라는 휴대전화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얻은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가운데 보통 성인들이 참고할만한 일종의 '기준' 시간도 밝혀졌다. 한 예로 평지라면 1km를 느린 걸음으로 이동하는데 약 20분 걸리며, 30도 오르막 경사라면 느린 걸음으로 60분, 즉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또 아주 빠르게 1km를 헐떡이며 달린다고 가정하면, 30도의 일직선 오르막은 8분 정도 소요된다.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일정하지 않으며 바닥 등에 장애물이 있는 오르막 산길이라면 당연히 좀 더 걸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아울러 30도 안팎 경사의 가파른 오르막 산길이라면 걷는 속도에 따라 평지보다 3~6배쯤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도 알아두면 유용할 듯하다. 구체적으로는 느린 걸음이라면 6배가량, 거의 뛰듯 빠르게 걸어도 3배 안팎 시간이 더 걸린다. 반면 내리막은 경사가 심해도 완만한 길에 비해 약간 시간이 더 걸리는 정도다. 

이번 분석 결과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대피, 구조, 철수 시간 등을 계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지구위치시스템(GPS)의 발달로 산악이나 해변 등지에서 경사도 등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이니만큼 대피하거나 이동해야 할 집단의 이동 속력을 감안한다면 보다 정밀한 탈출 구조 전략 같은 걸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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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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