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침묵 깨고 취임... 이미선 "질타 깊이 새길 것"

19일 대통령 임명하자 문형배 재판관과 곧바로 취임...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진보성향 ‘주목’

등록 2019.04.19 16:38수정 2019.04.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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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취임식에서 유남석 헌재소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주식 보유 논란이 불거졌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9일 취임했다. 청문회 후 처음 공식 석상에 선 그는 "국민 여러분의 질타를 마음 깊이 새겨 공직자로서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부부재산 42억 6000여만 원 중 35억여 원이 고위험 주식투자라는 점으로 여야를 떠나 비판받았다. 다음날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직접 해명에 나섰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다'는 반대여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통령 지명 후보라 국회 표결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야당은 끝까지 청문회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며 '이미선 불가론'을 고집했다.

헌법재판관으로서 소신과 자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가 청문회에서 난민 문제 등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고, 노동법 전문가로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고 비판받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기 때문이다. 송승용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7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자리에 임명될 자격이 있는지 후보자님이 직접 답해달라"며 통상임금 판결 관련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선]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작... 약자 충실히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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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취임한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 ⓒ 헌법재판소

 
결국 19일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이미선 후보자는 신분이 바뀌었고 문형배 재판관과 함께 이날 오후 3시 곧바로 취임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이 재판관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기를 시작한다"며 "그동안 국민 여러분과 헌재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하다"고 취임사를 시작했다.

"20여 년 간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공직자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임명 과정을 통해 공직자의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거나 부도덕하지 않은 것을 넘어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질타를 겸허히 수용하며 마음 깊이 새겨 공직자로서 어떠한 의혹도 제기되지 않도록 행동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어 "부족한 제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익이 헌법재판에 반영되고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충실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에 따른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재는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언덕"이라며 "햇살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치듯 모든 사람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재판관은 "그동안의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고 신뢰받는 헌재가 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들의 질책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보내주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헌법재판관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오늘 국민 여러분 앞에서 한 다짐과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겠다"고 말했다.


[문형배] "편견·독선 경계"... 헌법 전문과 행복추구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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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취임한 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 ⓒ 헌법재판소

 
함께 취임한 문형배 재판관은 30년 가까이 부산과 창원 등에서만 근무한 인물이다. 문 재판관은 "제 견해에 어떠한 편견이나 독선이 자리 잡을 수 없도록 늘 경계하고 정진하겠다고 청문회에서 한 다짐을 떠올린다"며 헌법 전문을 언급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저의 취임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문 재판관은 또 다른 헌법 조항도 낭독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10조다. 그만큼 국민의 인권 보장에 힘쓰겠다는 의미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심성재 전 대아고등학교 교장과 초임판사 시절 재판장이었던 이주흥 전 재판장, 자신보다 먼저 서울이 아닌 지역 판사로선 첫 헌법재판관이 된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취임사를 마쳤다.

두 사람의 취임으로 이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성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이라는 숫자는 위헌 정족수를 채우기 때문에 헌재가 앞으로 주요 사안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이미선 #문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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