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같은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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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news)등록 2019.04.22 14:31

효율을 높인다고 분진 가득한 작업장에 창문도 만들지 않은 회사. 목장갑과 마스크 지급도 아까워한 회사. 남녀차별과 성추행, 비인격적인 욕설로 얼룩진 회사. 누적흑자가 이어져도 임금을 동결하고 체불한 회사. 노동자들에게 "여러분은 내 가족, 회사는 여러분의 것."이라 했지만, 사장과 아내와 아들과 두 동생이 다 해 먹는 가족회사. 더 싼 노동력을 쓰려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정리해고와 직장폐쇄의 절차를 밟은 회사. 횡포에 맞서 노조를 만들자 노조탄압과 조합원 갈라치기를 한 회사. 아들에게는 노조를 물려주지 않겠다며 공장을 몽땅 해외로 이전해버린 회사. 

사장인 박영호는 자본금 200만 원으로 시작해서 1,200억 원 자산의 재력가가 됐다. 반면에 노동자는 "20년을 일해도 잔업 특근 밥 먹듯 해야 겨우 한 달 월급 100만 원을 채우는 저임금에 몸뚱이는 여기저기 골병들어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뿐"이었고. 출근길 정문에 붙인 공장 폐쇄 공고문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20년 넘게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은 등골 빠지게 일하는 표본이었고. 콜트·콜텍은 노동자의 단물 다 빨아먹고 헌신짝 내버리듯 자르는 본보기였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현지 노동자들이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이미 배워 갔으니. 사장은 아쉬울 게 없었다. 13년 전의 일이고 사장은 '그 후로도 잘 먹고 잘살았다.'는 '동화' 같은 얘기가 바로 콜트·콜텍의 이야기다.

더 싸게 부리고 더 많이 벌어들이겠다고 사람을 함부로 자르는 회사, 그 회사를 용인하는 사회는 정말이지 끔찍하다. 일방적인 공장 폐쇄와 전원 정리해고를 자행해도 되는지 법원에 물었다. 해고 무효소송은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피를 말리며 2014년까지 6년 넘게 이어졌다. 결과는 매년 60억 흑자를 내는 회사에서 "장래의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 감축도 정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타만 만들었지 악기를 연주해 본 적 없던 기타노동자 밴드, 콜밴 자작곡에 '서초동 점집'이 있다.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신 내린 무당'이요, '개떡 같은 법원'을 노래한 것이다. 

그러한 판결이 박근혜와 양승태의 재판거래였음이 밝혀진 마당에 복직투쟁 13년 만에 처음으로 협상의 자리에 나오는 박영호 사장이 할 바는 무엇일까. 백발이 돼  (오늘로40일째무기한단식을맞는)단식하는 임재춘 동지에게, 올해 정년을 앞둔 김경봉 동지에게, 5만 4천kw 송전탑 고공 단식농성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이인근 동지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사람의 말과 약속을 상상하고 바랐으나. 박영호 사장은 대법원이 해고가 정당하다 했으니 사과할 일도, 복직을 시킬 일도, 해고 기간을 보상할 일도 없다고 한다. 다시 법원에 가거나 청와대에 가보라고 한다. 

해고는 살인이다. 생계를 파탄 내고 가정을 갈라놓는 해고를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받아 안은 노동자들. '쓰러질지라도 찾아가고... 만들어 가'며 '하나 되어 이루려는 꿈'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하늘이 말하는 꿈'이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꿈이다. (콜밴 '꿈이 있던가.') 노동자들이, 우리 자식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지 않도록 하겠다며 13년 동안 거리의 인생을 살아온, '늙은' 노동자들의 결기. 콜트·콜텍의 싸움은 '내 일이 아니라고, 처절하게 맞고 끌려갈 때 방관하고 모르는 척했던 사람 한 명을 바꾸어 가기에' '지는 것 같아도 이겨온' 싸움이다. (콜밴 '싸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바로 나와 같은 사람이 바뀌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박영호 사장은 뻔뻔하게도 '배 째라.'의 자세이지만.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정권도 여전히 눈을 감고 있지만. 콜밴 '주문'처럼 나도 '주문을 걸어본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고.' 우리에겐 내일이 있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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