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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는, 고등어는, 게는 먹어도 될까? 공포가 엄습했다

[리뷰]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조명한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19.04.23 13:49최종업데이트19.04.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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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포스터 ⓒ 넷플릭스

 
언론인 크레이그 리슨은 어린 시절 책에서 보았던 대왕고래를 직접 보기 위해 스리랑카로 향한다. 스리랑카 해안에서 드디어 대왕고래를 실제로 만나게 된 크레이그. 심해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대왕고래의 움직임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느끼게 만든다.

잠수부가 대왕고래를 촬영하는 아름다운 화면 위로 무언가 불쾌한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잠수부의 위에는 쓰레기가 떠 있다. 쓰레기와 기름이 둥둥 떠 있는 바다의 모습. 이 불쾌함은 앞으로 다가올 충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다. 다큐 영화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997년 요트 선장 찰스 무어가 발견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속칭 '쓰레기 섬'은 우리나라의 약 14배 크기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는 쓰레기 섬의 생성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쓰레기 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스틸컷 ⓒ 넷플릭스

 
강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물의 흐름에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런 쓰레기들이 원형순환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 곳에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쓰레기 섬이다. 북서태평양 어장 동쪽에 집중 분포되어 있는 쓰레기 섬은 90% 가량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해조류 또는 다른 플라스틱과 부딪히면서 조금씩 작은 조각으로 분리되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아무리 작은 조각으로 분리되어도 썩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플랑크톤 또는 게나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플랑크톤 같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그 생물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된다.
 
특히 대왕고래의 경우 엄청난 양의 플랑크톤과 작은 생선들을 빨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입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고래들은 입 안에 플라스틱을 가득 품은 채, 혹은 비닐에 기도가 막혀 목숨을 잃게 된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는 바다 속 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알바트로스 같은 새들 역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다.
 
크레이그 리슨은 환경 전문가와 함께 죽은 알바트로스의 배를 해부하게 된다. 놀랍게도 알바트로스의 배 안에는 조그마한 미세 플라스틱들이 가득하다. 해변 또는 바다를 활동 무대로 삼는 새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고 이 미세 플라스틱은 배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쌓이게 된다. 뱃속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은 독성 물질을 내뿜고, 동물들은 그렇게 쌓이고 쌓인 미세 플라스틱 때문에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게 된다.
      
바다로 추락한 컨테이너 7개... 재앙이 시작됐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스틸컷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태로 홍콩 플라스틱 플랫 사건을 조명한다. 2012년 홍콩을 강타했던 태풍 '비센티'의 영향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산토우로 향하던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 7개가 바다로 추락하면서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 알갱이(펠릿)가 쏟아져 나왔다. 이 사고로 무려 150톤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해변과 바다로 유출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하였다.

2007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 호 원유 유출 사고 때 수많은 국민들이 태안으로 향해 기름을 치웠던 것처럼 홍콩 시민들 역시 해변으로 향해 플라스틱 알갱이를 청소하였다.
 
하지만 이미 바다로 유출된 조그마한 입자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완전히 청소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홍콩 수산물에서 플라스틱 알갱이가 발견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미세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가 힘들다는 점이다.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눈에 보이기에 수거할 수 있지만 바다에 멀리 퍼져 있는 조그마한 미세 플라스틱은 청소가 힘들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들의 몸에 쌓이고 쌓여 생명을 위협한다. 그리고 결국 이 위협은 원인의 제공자인 인간에게로 향한다.
 
독성을 품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바다 생물은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생선, 게, 조개 등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은 생물을 섭취한 순간 우리의 몸 역시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해양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투발루 주민들의 힘겨운 생활을 통해 인간이 겪고 있는 직접적인 피해 역시 보여준다. 해류를 타고 온 해양 쓰레기는 투발루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점령해 버린다.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투발루 주민들은 직접적으로 삶을 위협 받으며 생존권 문제에 시달린다.

지금 이 시각에도 편리함에 항복하는 '인간'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스틸컷 ⓒ 넷플릭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해양 환경오염 문제를 직시하는 데 주저할까? 플라스틱의 상용화는 인간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다. 이전에 유리병이나 그릇에 보관하던 음식들을 가볍고 편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통한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 사업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인간들은 편리함과 환경문제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결국엔 편리함에 항복하고 만다. 

2015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 700만 톤(t)이었고 1년간 전 세계 사람들이 1인당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양은 136kg에 달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버려지는지에 대해 언급하며 그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프리다이빙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타냐 스트리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타냐는 바다의 오염이 단순 해양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그 피해는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의존한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곧 우리에게 닥칠 '공포'는 플라스틱이 주는 편리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바다에서의 양식을 통해 밥벌이를 하던 이들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길 것이고, 혹자들은 식탁 위에 올라온 생선과 어패류 등 해양 생물이 미세 플라스틱을 잔뜩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이 속도로 플라스틱이 바다를 가득 채운다면, 더 이상 지구엔 생명체가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큐에 따르면, 독일은 플라스틱을 거의 대부분을 재활용 할 수 있는 시설과 문화를 갖추었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지만 재활용을 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다큐는 이런 재활용의 생활화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해양 생물, 그리고 인간을 보호해야 된다고 말한다. 바다 쓰레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생산물이고 인간 행동에 기반을 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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