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는 논의일 뿐입니다.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사개추위에서의 논의가 지켜져야 할 것이라면 대한변협이 학생과 한 논의도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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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필구(boxhero)등록 2019.04.22 08:25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과대포장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오늘은 이처럼 꿈보다 좋은 해몽인 대한변협이 생각하는 사개추위에서의 유사직역 통폐합 논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법조직역의 소송대리권 분쟁은 대한변협을 자극하였습니다.
 
최근 법조계가 매우 시끄럽습니다. 그 이유는 신규변호사 배출 수 문제와 타 직역의 소송대리권 요구문제 때문입니다. 소송대리권이라는 것은 본디 변호사 고유의 업무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업무역량이 축척된 관련직역들이 자신들의 분야에 대한 소송대리권을 요구하면서 변호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입니다. 여기에 로스쿨 재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까지 빗발치면서 대한변협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여러 법조인을 당황스럽게 하는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일까요, 지난 4월 15일 법조인 여럿을 황당하게 만든 이메일이 보내졌습니다. 그 메일의 요지는 '신규변호사 수 축소 집회'를 대한변협이 직접 주최하여 개최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집회 결정과정에서도 상임이사들만 소집되었을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된 집회였다고 합니다(그리하여 대한변협 대의원들도 이 사실을 메일로 알게 되었답니다)
[관련기사 : 대한변협, '신규 변호사 수 축소 요구' 집회 연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861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그런데 관련 기사의 내용에 신기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당시 유사직역 통폐합 및 축소하기로 한 약속'에 관하여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자 주 -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건의한 사법개혁의 종합·체계적 추진을 위해 설치됐던 대통령 자문 기구.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 법조인 양성 및 선발, 법조 일원화, 법관임용방식의 개선, 국민의 사법참여, 사법서비스, 형사사법제도 개혁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또 사법개혁 추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사법개혁 관련 법령 제정 또는 개정, 사법개혁 추진상황의 점검 평가, 사법개혁 추진에 관한 부처간 의견조정 등의 작업도 벌였다. 그 결과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 실시방안, 재판기록 공개 개선, 집단소송제도 도입, 노동분쟁 해결 제도의 개선 등에 대한 제안을 해 일정 부분 현실화시켰다]
 
에서 당시 해당 논의가 있었다며 관련 내용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대한변협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사직역(유사라는 말은 품이라는 사물에 쓰는 어휘로서 사람이 종사하는 직역에 사용하면 안되는 말입니다. 이하에서는 관련직역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다만 대한변협의 워딩을 그대로 쓰려고 한번 이러한 문구를 사용한 것에 대하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의 수는 무려 40만에 달합니다. 과연 사개추위에서 이렇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역을 통폐합하겠다는 논의를 하였을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오늘 대한변협에서 발표한 성명에서도 과연 사개추위에서 언제 그러한 논의를 했는지에 대한 명시적 설명이 없었기에 더욱 커졌습니다.
 
알송달송 알 수 없는 문건의 존재여부와 내용찾아 삼만리
 
해당사항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대한변협에 있는 3명의 대변인 전부에게 연락을 취해보았습니다. 그중 한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확인해달라'는 답변을 하였습니다(그러나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서도 해당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언론에 알린 대변인은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였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한 명의 대변인은 국회도서관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시민기자여도 기자가 어떤 주장을 하는 단체에게 그 주장의 근거를 물었는데 구체적 근거를 도서관에서 찾으라니요, 그럼 모든 기자들은 도서관에서 기사를 써야 하는 걸까요? 그 이후 대한변협에 직접 해당문건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결국 확인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법조인의 약속은 일반 시민의 약속보다 더 무개감이 있어야 합니다.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한 자료가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 단체의 대변인이 언론을 통해 내용공개를 약속한 것은 그 글을 읽는 '시민들과의 약속'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그 약속의 무게는 단어 하나에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법정에서 잔뼈가 굵으신 법조인이 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더 크고 중대할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문건의 존재여부와 그 내용에 대한 공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한변협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신규변호사 수 축소 집회'는 참으로 이상한 집회입니다. 보통 집회라고 하면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들은 최대한 많은 곳에 알리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근데 대한변협의 집회는 이와 상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변협의 변호사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신규변호사가 되려는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아니 객관적으로 훨씬 강자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만약 사개추위에서 그러한 논의가 심도있게 오고갔다면 그 내용을 알리고 싶어서 난리가 났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내용을 왜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요.
 
선배가 후배를 탄압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법조계에서 대한변협도 어쩌면 속은 것이 아닐까요
 
'로스쿨은 사법개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로스쿨이라는 존재 자체가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법조지식이라는 것을 사실상 독점함으로서 강력한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사법계층을 일거에 교체한 대전환이었기 때문입니다.
 
1992년에 처음 논의된 로스쿨의 도입문제가 2009년에 결실을 맺은 것은 그만큼 기존 법조인들의 저항이 강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사개추위에서도 기존 법조인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저러한 논의를 하는 척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진실은 공개되지 않으니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변협은 속고만 사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무사회와의 분쟁이 한참이던 2017년 대한변협은 로스쿨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세무사법 개정 반대집회에 동원할 인력이 필요해서 였습니다. 이에 당시 전국 로스쿨 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이하 법학협)의 회장은 '합격률을 재고해주면 집회에 동참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당시 법학협 회장들은 변협의 관계자로부터 '로스쿨 교육에 협력하겠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순진무구한 이야기입니다. 집회에 참여한다고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재고해 줄 것이었으면 지금과 같은 큰 난리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태니까요. 만약 그때 그 법학협의 회장이 '왜 합격률을 제고하지 않으시고 지금 이런 집회를 하시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응 재고해 봤는데 안되겠더라'라고 말하면 그만일태니까요. 결국 아무것도 아닌 수사의 교환이었던 것입니다.
 
로스쿨 설립 당시 사개추위에서 유사직역 관련 논의가 실제로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경우를 가정한대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논의는 했지만 그저 논의로만 끝난 거였다면 이를 두고 '약속'이라고, 로스쿨 설립의 '전제'였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실제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내 기억에, 유사직역이 로스쿨을 일정기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이야기는 나왔으나 하나의 안에 불과했다"면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로스쿨 제도 설립에 관한) 성과는 전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건의문에 들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등장하지 않았으니 '약속'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 http://omn.kr/1iqwf)라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논의'가 있었으니 '약속'을 지키라고 한다면, 저는 변협의 여러분께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변협은, 2017년 당시 법학협에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승에 관해 '언급'을 해놓고 그 '약속' 왜 안지키나요?"
 
그리고 한가지를 더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논의는 논의일 뿐입니다.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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