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소유권 분쟁 양양 휴휴암 "못 나가는 이유 있다"

17년째 갈등, 강제 철거는 신도 반발로 무산... 주지 스님 "매입이든 임대든 원만히 해결하자"

등록 2019.04.25 10:27수정 2019.04.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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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에 위치한 휴휴암, 정문격인 불이문 ⓒ 김남권

 
[기사 수정: 25일 오후 4시 58분]

강원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휴휴암은 수려한 경관을 갖추고 있는 해안가에 위치해, 불신자와 관광객 등 년간 4백 만명이 다녀가는 유명 사찰이다. 그러나 사찰 가운데 위치한 사유지 문제로 17년째 갈등이 이어져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소속인 휴휴암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5년 이 위치에 창건된 절이다. 분쟁 중인 휴휴암 사찰 내 위치한 1600㎡(490평) 사유지는 당초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창업자이자 전 회장의 개인 명의 소유였다.

해당 그룹은 1970년대 중반 리조트단지를 짓겠다며 이 일대 수십만 평을 매입했지만 개발이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1년 영농법인이 이들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 받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필 절 한가운데가 사유지... 강제 철거 시도도

법원으로부터 강제철거 판결을 받은 휴휴암 건물은 330㎡(100여 평) 규모의 목조건물로, 현재 종무소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휴휴암 측에 따르면 "23년 전 민박으로 이용되던 집을 원주민으로부터 매입해 증개축한 건물"이라고 한다. 

문제는 종무소(요사채)가 전 동부그룹(현 영농법인) 토지 내에 위치해 있는 데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휴휴암 측은 이에 대해 "당시 동부그룹으로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매월 토지 임대료를 지불하며 사용해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부그룹 측은 건물 지을 당시부터 이 건물의 철거를 요구했다. 사찰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8년 전인 2011년 경에는 토지 경계선을 따라 2m 철제 휀스를 치고 종무소로 가는 직선 통로를 막고, 울타리 곳곳에 법원의 판결문을 붙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러자 사찰 측은 '관광객들을 위해 통로라도 개방해 달라'며 당시 토지 소유주인 김준기 전 회장에 대한 비난 현수막을 울타리 곳곳에 걸었고, 이로 인해 양 측 간의 분쟁은 더욱 격화됐다.

이렇게 양측의 지리한 분쟁이 이어지다 최근 법원이 종무소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섰다.
 

지난 9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집행관들이 휴휴암 종무소를 강제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 김남권

 
지난 9일 오전 8시 휴휴암에는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집행관과 토지 소유주인 영농법인 관계자 등 130여 명이 넘는 철거용역이 진입했다. 법원의 강제 철거 시도는 지난 2월 12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집행관들은 강제집행에 들어갔지만 신도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10분만에 중단하고 철수했다.

그러자 각 언론에서는 휴휴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사찰 측은 왜 비판 여론까지 감수하며 이렇게까지 저항할까? 주지인 홍법 스님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기자가 찾은 휴휴암은 정문격인 불이문을 지난 뒤, 묘적전에서 해안이나 종무소로 가기 위해서는 사찰 가운데에 위치한 사유지를 지나가야 했다. 하지만 사유지 경계를 표시한 듯 2m 높이의 철체 휀스가 원형으로 둘러쳐져 있어 옆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사찰 측은 이 울타리를 "8년 전 김준기 전 회장 명의 당시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휴암 가운데 위치한 현 영농법인 소유의 토지에 경계선을 따라 철제 울타리가 설치되고 안에는 나무들이 심어져있다. 철조망에는 법원의 판결문과 이를 비난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건물이 철거 결정이 내려진 종무소 ⓒ 김남권

  
철망에는 양측에서 붙인 비난 현수막과 법원 판결문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 심각한 갈등 상황을 실감케 했다.

종무소에서 만난 홍법 스님은 "종무소가 불법 건축물이고, 법원의 강제철거 방해 행위는 불법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 민박을 매입해 증축했지만, 현행법상 종무소가 불법 건축물로 판결 난 것은 맞고, 법원의 강제 철거를 막는 것 역시 불법임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불법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절대 물러 설 수 없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며 법원의 강제철거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주지 스님 "사찰을 옮기거나 파는 방법뿐인데..."
 

휴휴암 사찰 내에 위치한 영농법인 소유 토지 울타리에 붙은 법원 판결문 ⓒ 김남권


홍법 스님은 "현재 휴휴암 사찰 중심부에 대기업의 소유의 사유지 500여 평이 있는데, 철조망까지 이렇게 쭉둘러 쳐서 출입을 막고 있어서 보기에도 흉물스런 상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의 불편은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물러 설 수 없다"면서 "이유는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찰 가운데 있는 이 토지의 소유주는 동부그룹(현 DB그룹) 창업자이자 실질 소유주인 김준기 전 회장인데, 그동안 여러차례 면담 요청도 번번히 거절됐다"라며 "일부에서는 마치 휴휴암이 남의 땅을 무료로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소유주인 동부 측에 임대나 매각 등 상당한 비용지불을 제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휴휴암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동부 측에 휴휴암을 파는 것 뿐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법 스님은 "만약 사유지 위치가 사찰 가장자리라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매입이든 임대든 어떤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DB그룹 "남의 땅에 사찰 세우고 이제 와서 기정사실화 해달라 해" 

반면 DB그룹 측은 해당 토지는 현재 DB그룹 소유가 아니며 휴휴암 측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DB그룹 관계자는 "1970년대 이래 오랫동안 해당 농지를 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20년 전 휴휴암 측이 무단으로 불법 건축물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2000년 7월 속초지원으로부터 공사중단 판결까지 받았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토지는 농지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건물을 지어서는 안 되는 땅으로, 휴휴암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성실경작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2009년 양양군청으로부터 농지처분 명령을 받게 되어 어쩔 수 없이 2011년 DB그룹과 무관한 현지 영농법인에 매각하게 됐다"면서 "휴휴암이 해당 토지가 여전히 DB그룹 소유라고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라고 반박했다. 

'임대료를 지불했다'는 휴휴암 측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 보유 당시 휴휴암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으며, 현재 휴휴암이 점유하고 있는 땅 대부분이 사유지이거나 국공유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남의 땅인걸 알면서도 사찰을 세워놓고 이제 와서 기정사실화해 달라는 태도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토지 소유자인 영농법인 대표 A씨는 "20년간 철거를 요구했는데 안 하니까 정상적인 법 절차를 밟아서 하는 것이라는 입장 외에 더 이상의 입장은 없다"라고만 밝혔다. 

현 상황에 대해 휴휴암이 속한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1일 휴휴암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휴휴암 #동부그룹 #DB그룹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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