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주고 싶지 않은 갑질, 엄마는 오늘도 싸운다

[인터뷰] 레이테크코리아 분회장 이필자

등록 2019.04.25 19:41수정 2019.04.2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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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삶은 청년과 직장인들이 모여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민생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지난 3월 19일, 더불어삶 회원들은 레이테크코리아 이필자 분회장과 조합원 다섯 명을 만나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계기와 투쟁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따옴표 안은 주로 이필자 분회장의 말이고 동석한 다른 조합원들의 이야기도 군데군데 섞여 있습니다. - 기자 말

레이테크코리아는 주로 견출지, 스티커, 라벨지, A4용지, 복사지 등을 만드는 회사다. 문구업계에서 잘 나가는 회사였고, 사람을 많이 채용해서 나라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급여는 항상 최저임금이었다. 전(前)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원인으로 2013년 4월에 비정규직화를 강행하려 했고, 포장부의 여성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에 가입하며 사장에게 맞섰다.

전 사장은 노동조합의 요구에 한발 물러섰다. 이후 자기 아들에게회사를 물려주었다. 새 사장은 2013년 9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던 공장을 경기도 안성으로 이전했다.

"안성공장을 처음 가보니까 그냥 임시 건물 하나만 세워져 있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우리가 거기 앉아서 포장 일을 하는데 우리 뒤로 큰 차가 들락날락했어요. 물건 내리는 큰 차가 들어오면 매연이 말도 못 하게 심해져요. 매연으로 죽을 것 같아서 밖에 나왔다가 차가 빠지면 다시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던져놓으면 우리가 그냥 나갈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선 출퇴근이 힘들었어요. 우리가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잖아요. 아침에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출근한 사람도 있었어요. 사장은 아마 서울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으로 회사를 옮기면 다들 그만둘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버텼어요. 그러자 2013년 12월 말쯤 평택시 서정리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했어요. 그것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들만 가라고 했어요. 통근차량도 없애겠다며..."


레이테크코리아 분회 조합원들은 열심히 투쟁했다. 6개월간 점거 파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달 동안 세 번의 직장 폐쇄를 당하기도 했지만, 평택으로 공장을 옮기겠다는 사 측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또한 2014년 11월에는 공장을 다시 서울로 이전시켰다. 비록 옮기기 전과 같은 장소(신당동)는 아니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뿌듯한 승리였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새로 옮긴 공장도 환경이 열악했다고 했다.

직원을 향한 도 넘은 행동

"작업 현장에 창문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포장 업무는 견출지나 스티커에 접착제가 들어가요. 화학약품 냄새도 많이 나는데 장소까지 협소했어요. 당시 23명이 모여서 물건들을 쌓아놓고 일을 하다 보니 제일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공기가 부족해서 쓰러지기도 했어요." 

"공기청정기를 요구했지만 사장은 그런 요구를 '징계감'이라고 하면서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겨울에도 출입문을 열어놓고 일을 했어요. 두통이 너무 심해서 두통약도 한 통씩 놓고 항상 먹으면서 일했어요. 눈도 너무 아프고 건조해서 코도 헐었어요."

이 모습은 2015년 5월 12일 MBC <PD수첩>에서 방영됐다. 작업장 안에서 밥을 먹지 못하도록 한 탓에 조합원들이 복도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밥을 먹는 모습 또한 TV를 통해  전파됐다. 방송 후 사장은 회사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을 징계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합원들이 특히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사장의 폭언과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 조합원들은 오랜 기간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추악하다' 정도의 말은 심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장의 말은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침에 출근 카드 찍는 곳 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어요. 카드를 찍으려는데 사장이 앉아 출근 카드 찍는 곳을 가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카드 좀 찍어야 하니 비켜달라고 부탁하니 '어딜 감히 사장한테 비키라 말라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폭언을 시작했어요. '더러워' '흉악해' '당신 노동의 가치는 한 시간에 천 원도 안 돼' 등 이런 이야기를 얼굴에 대고 두 시간 동안 해요.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당신들은 대한민국 모든 근로자의 수치야' '당신들은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야' '돈 잡아먹는 귀신'이라고 말했어요.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어버이날이라 유세 떠느냐?'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를 부를 때 (가운뎃손가락을 까닥이며) '야! OOO! 이리와!'라고 불러요. 얼마나 모욕적인지 몰라요."


조합원들이 들었다는 사장의 말은 옮겨놓기가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엄연한 사실이며 언론에도 여러 번 보도됐다고 한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근로감독

2018년 3월에 회사는 포장부 노동조합원들을 영업부와 경리부로 전환배치 한다고 통보했다. 자동차도 없이 무거운 견출지 뭉치를 들고 서울의 23개 구를 직접 돌며 영업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영업부 사원들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조합원들은 고용노동청의 부당전환배치 판정을 받아내 포장부를 지켜냈지만, 회사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일을 주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지속해서 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조합원들이 서울노동청을 방문해 제대로 된 현장감독을 요구했지만, 노동청 직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조합원들이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유리문이 깨져 조합원이 다치기도 했다.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근로감독관이 직접 증거자료를 찾아서 고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우리한테 증거를 찾아오라고 했어요. 현장을 살펴본 근로감독관들은 사장이 이상하다고 이야기는 하면서 현장에서 노동 탄압이 없게끔 조처는 취하지 않았어요. 잠시 사장을 불러내서 가볍게 훈계하고 끝내기 일쑤였죠."

정부가 레이테크코리아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동안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3월에는 1412명의 개인과 608개 단체·조직이 "노동자에게 막말·모욕·폭행·성희롱한 레이테크코리아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을 생각해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노동조합을 계속 지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조합원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사장은 사장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노예'로 생각한 것 같아요.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직원을 노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사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장이 싫어 우리가 떠나버리면 그 자리를 다른 청년들이 채울 것 같았어요. 우리는 20대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내 자녀가 저런 사장 밑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 '네 맘대로만 되진 않을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 아이들과 청년 대부분이 노동자로 살아요. 우리가 싸워서 부조리한 것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면 젊은 청년들이 나중에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또 젊은 청년들이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나쁜 사장을 만났을 때 '나만 떠나면 되지'라는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당한 걸 부당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해버리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고 그럼 이런 사장은 계속 그렇게 할 거예요.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한편 조합원들은 4월 7일 문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부서 전환을 제안했으나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회사는 매출 감소를 이유로 부득이하게 해고를 하게 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단체 더불어삶의 <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레이테크코리아 이필자 분회장 인터뷰 (19/03/19)>을 편집한 글입니다.
http://livewithal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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