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사망 사건에 분노, 실험동물 현실 어느 정도냐면..."

[인터뷰]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말하는 한국 동물실험의 모든 것

등록 2019.04.27 19:52수정 2019.04.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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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은퇴마약탐지견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내에서 공혈견 및 동물실험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물자유연대에 의하면 서울대학교는 수의과대학에서 6마리, 서울대학교부속 동물병원에서 9마리를 양도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탐지견을 양도받은 교수들 모두, 직간접적으로 동물 복제 실험과 연관돼 있었다.

# 2017년 11월, 트럭에 실린 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실험실로 '납품'되는 어린 도사견들이 발견됐다. 비글구조 네트워크에 의해 이 개들은 '식용' 목적의 개 농장으로부터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에 사용된 개들은 실험이 끝나면 다시 개 농장으로 보내졌다. 넉 달 간 약 100마리의 개들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의 전 후 사진. 위 사진은 2018년 3월, 서울대 수의대에 들어가기 전 모습이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비글구조네트워크

 
지난 2월 26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학대 수준의 과도한 동물 실험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비글 품종 복제견 '메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동물실험 윤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서울대 수의대는 아직까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실험동물과 관련된 법조항에서 교육연구기관은 예외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메이 사건은 10년 전부터 계속 문제가 돼왔던 국내 실험동물의 현주소다. 물론 그 사이에 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사회적 요구에 따라 동물법 일부가 개정됐지만, 대부분 반려동물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실험동물 복지 문제는 여전히 동물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 대표는 2009년부터 실험동물 복지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메이 사건을 통해 국내 실험동물의 복지 상황, 관련 정책의 허술함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동물실험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들어봤다.

"인간 위해 사역한 동물을 실험에 재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

- 메이 등 실험동물 윤리 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국내 실험동물의 상황은 어떤가.
"2017년에만 약 308만 마리의 동물들이 국내 실험에 사용됐다.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의 사용도 2013년 약 196만 마리에서 2017년 약 308만 마리로,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했다. 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수가 4년 만에 약 112만 마리 넘게 증가한 것이다. 국내 동물실험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윤리적인 부분은 별개다. 동물복제사업을 통해 국가 사역견을 생산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심지어 인간을 위해 사역한 동물을 실험에 재사용하는 나라도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외국에서는 동물법에서 이러한 연구를 규제한다. 오히려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숫자를 줄이는 추세다. 유럽연합의 경우, 2008년과 2011년을 비교했을 때 실험에 사용된 숫자가 4.33% 감소했다. 2016년, 네덜란드 경제부총리는 2025년까지 화학물질, 식재료, 살충제, 수의약품, 백신에 대한 동물 독성실험을 종식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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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사진 어웨어 제공 ⓒ 어웨어


- 한국에도 동물실험에 대한 법조항은 존재한다.
"법은 있지만 규제가 미비하다. 동물실험과 관련된 법은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법'이다. 하지만 법안의 세부 내용은 모두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 뿐이다. 동물실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자가 지켜야 할 세부사항이나 정부의 책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포괄적인 법일수록 규제력은 약하다.


특히 실험동물법 경우, 교육-연구 기관은 예외조항으로 빼놓고 있다. 동물실험의 1/3이 교육-연구기관에서 이뤄지는 데도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법에 어긋나는 사례가 적발돼도, 교육기관일 경우엔 적정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국내 실험동물의 윤리적 사용에 대해서는 각 기관별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일임하고 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아래 윤리위)는 2008년 도입됐다. 동물실험을 하는 기관은 윤리위를 설치할 의무를 갖는다. 윤리위는 동물실험시행기관에서 실시되는 실험들이 동물보호법에 따라 수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동물실험은 이곳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형주 대표는 "윤리위의 중요성이 상당함에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물실험의 수보다 윤리위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실험동물 112만 마리 늘었는데 윤리위는 42개 늘어

2018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7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보고'에 따르면 윤리위는 2013년 342개소에서 2017년 384개소로, 단 42개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수가 112만 마리 넘게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이형주 대표는 "실험동물 사용이 증가한 데 비해 실험동물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적 변화나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현재 있는 윤리위조차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리위는 과학자, 비과학자 등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비과학자가 포함된 이유는 윤리위 내의 균형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함이다. 하지만 비과학자들에게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15명의 윤리위원들이 동등하게 연구 윤리성을 평가할 수 있겠나.

동물실험계획서 심의평가도 마찬가지다. 동물실험은 동물의 윤리성보다 사회-과학적 이익이 더 높을 때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비전문가들이 계획서만 놓고 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다보니 동물실험계획서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동물실험계획서의 심의평가가 형식적인 차원에서 그치는 거다."

이형주 대표는 '실험동물공급업체' 내 동물들의 복지 문제도 지적했다. 실험동물공급업체란 실험에 쓰이는 동물을 생산-공급하는 곳으로, 국가의 인증을 받은 곳이다. 법적으로 모든 연구기관은 이곳에서 실험에 쓰일 동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실험동물공급시설 내의 동물들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당 종에 맞는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위생도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실험동물공급시설 내 동물 복지와 관련된 조항이 없다. 실험동물법 시행규칙 제15조에서 '사육환경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것', '실험동물의 종별 습성을 고려하여 수용 공간을 확보할 것' 등 포괄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어떻게 위생적으로 관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 2017년 12월, 이와 관련해 실험동물법이 개정되지 않았나?
"2017년 11월, 서울대학교 수의대에서 '식용' 목적의 개 농장으로부터 연구에 사용될 개들을 공급받았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이 경우 동물들의 복지뿐만 아니라 연구 실험 결과에도 문제가 생긴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동물을 사용할 경우, 연구결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법적인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무등록 실험동물공급시설에서 동물을 공급받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 해 12월 실험동물법 개정안을 발의해 무등록 실험동물공급시설에서 동물을 공급받는 것을 금지시켰지만, 여전히 실험동물공급시설 내 동물들의 위생·안전과 관련된 복지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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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안(화장품법개정안)발의 기념 정책 간담회가 3월 11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이정화

 
제2, 제3의 메이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 실험동물 윤리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뭔가.
"실험기관에 윤리적 관리 및 수의학적 처치를 위한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23조에 따르면 진통·진정·마취제의 사용 등 연구 과정에서 동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명시돼있다. 검사 결과 해당 동물이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안락사를 권장한다. 이런 판단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건 수의학적 처치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뿐이다. 실험기관에 동물 의료전문가가 없을 경우, 즉각적인 수의학적 처치가 어려워 윤리적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등록된 동물실험기관 중 수의사를 고용한 기관은 34%에 불과하다. 2017년 12월 기준, 실험동물공급시설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시설 61곳 가운데 4곳만 수의사 고용 지정기준을 충족했다.

- 외국은 어떤가.
"동물실험시설에서 수의사의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경우 각 실험시설에서는 수의사를 정식고용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파트타임이나 자문 역할로 고용할 경우 수의학적 관리 계획과 정기적인 방문 계획이 고용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 유럽연합은 실험동물과 관련한 생산자, 공급자, 연구자 모두 실험동물의학 전문 수의사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 법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공급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 위생·방역·안전관리 기준과 생물종 특성에 맞는 복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실험동물의 보호, 복지에 대한 조항도 신설해야 한다. 실험동물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등 실험동물을 보호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화된 정책도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모든 연구과정을 법적으로 제재하거나, 윤리위에서 감시할 수는 없다. 동물실험의 윤리성과 실험동물 복지에 대한 구체화된 기준과 관리감독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연구를 시행하는 당사자의 윤리성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동물실험 자체를 없애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실험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 과연 모든 동물실험이 동물의 생명보다 사회, 과학적 이익이 더 큰지,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안은 전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수시로 발생하는 동물 학대 사건에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지적하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유사 피해 동물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동물 #실험 #학대 #복지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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