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막겠다며 등장한 '희룡산성'? 부산 '병수산성' 따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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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impeter)등록 2019.04.26 09:17
 

(상) 2월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이 백배를 하는 모습 (하) 4월 정문으로 이동한 주차 차단막과 대형 화분들 ⓒ 임병도

 
지난해부터 제2공항과 영리병원 등을 반대해온 제주 도민들은 도청 앞 계단에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2월에는 도민들이 도청 앞에서 백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지사에게 도민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이용했던 도청 앞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기존에 정문 양옆으로 설치됐던 주차 차단막 시설이 돌연 정면으로 이동했습니다. 주차 차단막 양옆과 본관 입구 계단에도 화분이 놓였습니다.

도민들이 백배를 했던 지난 2월과 비교해보면 이제 도청 앞은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불통의 상징이었던 '병수산성'과 흡사
 

(상)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임하던 시절 부산 시청 후문에 놓여 있는 대형 화분들 (하)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이후 화분이 철거된 부산 시청 후문 ⓒ 임병도

 
제주도청 주차 차단막과 화분을 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 시청 후문 광장에 놓여 있던 화분들입니다.

부산시청 후문 주변은 생탁, 택시, 노조, 장애인, 시민 단체 등의 집회와 1인 시위 등이 자주 열리는 곳이었습니다.

2015년 서병수 시장은 "시청 주변에 장기집회가 계속되면 시민에게는 시가 잘못해 원성을 사는 것으로 비친다"라며 공개적으로 해산 방법을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부산시는 대형 화분을 광장 곳곳에 설치해 집회와 시위를 원천 차단했습니다. 당시 시민단체는 이를 가리켜 '병수산성'이라고 불렀습니다.

불통의 상징이었던 부산 시청 화분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부산시장 취임식 당일 철거했습니다. (관련영상: 오거돈 부산 시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민주당 단체장인 지역에서 제주로 시위하러 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민주당이 단체장인 지역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4월 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신의 유튜브채널 '원더플TV'에 "민주당이 단체장인 부산, 충정, 전라, 서울, 경기도에서도 다 제주도로 시위하러 와 (내게) 물까지 뿌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원 지사의 말을 듣노라면 마치 자신이 무소속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조직적으로 핍박한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 도청 앞에서 제2공항과 영리병원, 비자림로 확장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민주당이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은 원 지사의 억측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원 지사의 발언은 제주의 자연을 지키려고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에 있었던 제2공항 반대 100인의 백배 현장 영상을 봐도 아이들, 일반 시민들, 외국인들이었습니다. (관련 영상: 100명의 겁쟁이가 모여 원희룡 제주지사를 압박하다)

소통을 위해 유튜브를 한다면서 오히려 불통만…
 

원희룡 제주지사가 구독자 천명이 넘었다며 방송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 ⓒ 유튜브 화면 캡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소통을 위해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면서 '원더플TV'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유튜브 방송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현직 지자체장이 직접 유튜브 라이브를 정기적으로 하는 경우는 원 지사가 처음입니다.

원희룡 지사는 '원더플TV'를 통해 제주 이슈도 방송을 하지만, 박근혜 기결수 전환이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한 정치적 입장도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도의원들은 원 지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1시면 공무시간인데 개인 유튜브를 만드느냐"(김희현 제주도의회 부의장)
"4·3주간에 4·3특별법 개정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정부와 여야를 힐난하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하고, 이를 개인 유튜브에 올렸다"(이상봉 제주도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이라고 유튜브 방송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요새 원 지사의 모습을 보면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도 행동은 불통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제주 도민들이 선거를 할 때는 '유튜버 원희룡'이 아니라 제주의 환경과 미래를 위해 일하는 '도지사'를 생각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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