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 한마디에... 예비역 장성들에게 뿌려진 돈다발

[단독] 기무사의 '이상한 예산' 대해부... 사령관 마음대로 예산 전용

등록 2019.04.24 17:07수정 2019.04.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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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군기무사령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8월 24일,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김천 지역 예비역 장성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김천·성주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창 논란이 벌어진 시기였다.

조 전 사령관은 '김천 지역에 사드 배치지지 여론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말을 이어가다가 수행 부관을 불러 "1600만 원을 마련해오라"고 지시했다. 수행 부관은 곧장 1600만 원을 가져왔고 이 돈은 예비역 장성들에게 전달됐다.

다음 날 조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간담회 실무를 담당한 A 기무사 1처장에게 '사드 관련 예비역 장성 활용 사업' 예산으로 1600만 원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A 처장은 이 내용을 B 기무사 기획예산과장에게 전달했고, B 과장은 '대외정책첩보소재 개발사업비' 수시 예산 중 1600만 원을 1차로 편성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처럼 조 전 사령관의 마음에 따라 국군기무사령부 예산이 마구 전용된 것을 확인했다. 예비역 장성들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 애국단체총협의회 등에도 예산이 지급됐고, 조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조 전 사령관 손에 쥐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확인한 액수만 6개월(2016년 3월~9월) 동안 6000만 원에 달한다. 예산 사용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중간 관리자의 우려는 모두 묵살됐다.

<오마이뉴스>는 23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실로부터 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의 공소장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그동안 기무사 예산이 불투명하게 사용됐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일시와 사용처, 전용 방법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플래카드·팸플릿까지 챙긴 기무사

검찰이 확인한 예산의 상당 부분은 사드 배치 논란 직후에 사용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천 지역 예비역 장성들에게 전해진 1600만 원 외에도 1400만 원이 '사드 배치지지 여론 조성'을 위해 사용됐다.

이 돈은 ▲ 2016년 9월 12일 재향군인회 직무대행 C씨에게 플래카드, 팸플릿 제작, 맞불집회 등 활동비 명목으로 400만 원 ▲ 2016년 9월 19일 김천 지역 출신 예비역 대장 D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500만 원 ▲ 2016년 9월 21일 C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400만 원 ▲ 2016년 9월 30일 애국단체총협의회 사무총장 E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100만 원 등에 쓰였다.

검찰은 "군인은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특정 정당·정치인 지지 의견을 유포하는 활동에 기무사의 정보사업 예산을 사용하면 안 된다"라며 "조 전 사령관과 피고인(지 전 참모장)은 사드 배치지지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비 명목으로 기무사 요원들에게 예산을 편성·전달하게 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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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중앙보훈단체안보협의회 주최로 열린 '사드배치 지지 범국민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검찰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3000만 원도 조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그에게 넘겨진 것으로 확인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3월 지 전 참모장에게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현금을 마련해오라고 지시했다. 지 전 참모장은 B 과장에게 '조 전 사령관이 돈이 급하게 필요한데 보안이 필요하니 근거를 남기지 말고 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B 과장은 사업계획 등 근거도 없이 정보사업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지 전 참모장은 반복해 같은 지시를 내렸다. 결국 B 과장은 F 기무사 기획예산과 주요사업관리업무 담당자에게 이 내용을 지시했고, F 담당자는 '재향군인회 정상화 지원 TF 예산 지원 계획'을 허위로 만들어 재정관리과에 1000만 원 지급을 요청했다. 이 돈은 '대외정책첩보소재 개발사업비'에서 빠져나가 현금으로 인출됐고 F 담당자→B 과장→지 전 참모장을 거쳐 조 전 사령관에게 전달됐다.

조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방식으로 ▲ 2016년 4월 5일 500만 원 ▲ 2016년 5월 9일 1000만 원 ▲ 2016년 5월 11일 500만 원을 가져오게 시켰다. 앞서 1000만 원을 포함해 총 3000만 원이 허위 계획에 따라 조 전 사령관에게 지급된 것인데, 이 돈의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군영향력차단사업? 대부분 예비역·보수단체에 쓰여
  
이외에도 기무사는 공식적으로 '대군영향력차단사업'이란 예산을 편성해 ▲ 예비역 초청행사, 세미나, 생일·명절 선물 등 제공 ▲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자 선정'을 통한 예산지원 ▲ 재향군인회 수의계약 연장 등 예비역·보수단체별 여망사항 해결 ▲ 시·군·구 단위의 '지역별 안보협의회' 구성 ▲ 인터넷 사이버 전사 양성 및 예산 지원 등을 진행했다.

그러다 정치적 현안이 발생하면 예비역·보수단체나 예비역 장성들의 집회·시위 개최, 성명서 발표, 기고문·신문광고 게재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편성된 예산은 2016년에만 4억 4729만 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 기무사령관이 주관하는 예비역 단체 초청행사 3000만 원 ▲ 예비역 장성들에게 생일이나 명절 때 선물을 보내는 비용 4000만 원 ▲ 안보활동전담관 제도(대령급 이상이 핵심 예비역·보수단체를 관리) 운영 2000만 원 ▲ 예비역·보수단체 세미나 지원 비용 3000만 원 ▲ 각 지역 안보협의회 운영 1억 7680만 원 ▲ 재향군인회 해외지사 초청행사 비용 4224만 원 ▲ 예비역 장성, 예비역·보수단체 관리 1억 175만 원 등이다.

검찰은 "헌법 제5조는 군인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무사는 2008년경부터 예비역을 친정부 후원세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유사시 결집시켜 정권 재창출에 활용할 목적으로 관리해왔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 전 사령관에게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수사했던 군·검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으로 도피한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검사가 수사를 중지하는 것으로 수사 종결과는 다른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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