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북한 초청, '지방정부'가 알아야 할 '남북 교류 세 가지'

[현장]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학술회의에서 '3원칙' 제시한 통일연구원

등록 2019.04.24 18:17수정 2019.04.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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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부터)과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 교류도 이제는 중앙집권적인 모델을 고집하기보다는 '분권형'으로 바꿔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서울시가 마련한 학술회의에서 통일연구원 신종호 기획조정실장이 한 말이다. 지난해부터 남북 교류가 재개된 후 지방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남북 교류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귀담아들을 만한 대목들이 많았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중앙정부가 주도한다는 원칙이 암묵적으로 통용됐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남북 교류의 틀이 짜이고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가 막히는 일들도 반복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좋았던 남북 관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한해 7500명의 남북 주민이 왕래할 정도로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신종호 실장은 1972년 수교 이후 민간 차원의 교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를 예시하며 "민간 교류가 밀접한 국가들은 설령 중앙정부 사이에 외교 문제가 불거져도 전체적인 국가 관계는 탄탄히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남북 교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은 상황. 신 실장은 "지난해 지자체의 남북교류 사업 200여 건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체로 구상은 좋은데 실현 가능성에서 미흡한 것들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북교류에서 지방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은 ▲지속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하며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지방정부 수장이 이목을 끌려고 시작했다가 정치적인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시들해지는 사업을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단체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역에 특화된 사업들은 주민들의 지지와 지원 속에 계속해나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과거에 진행됐거나 중단된 사업을 슬그머니 다시 꺼내는 일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자체마다 하려는 사업들이 비슷비슷해서 중복되는 경우들도 그렇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일부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통일경제특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은 '산업협력 단지', 경기는 '경기 북부 통일경제특구', 인천은 '서해평화경제특구', 강원은 '철원평화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특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가동 재개가 아직 불투명한 개성공단과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 실정이다. 

북한의 바람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추진 사업이 자칫 헛물을 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자체마다 북한 인사를 초청하는 사업을 엄청나게 준비하는데 북한이 '얼굴마담'하는 사업은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 더할 것이다. 만약 북한 인사를 초청하는 포럼을 추진한다면 그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얻는 이익이 뭔지를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노동집약적인 개성공단과 달리 최근에는 스마트시티 같은 첨단산업 유치를 선호하는 등 자신들의 경제발전 수준을 두세 단계 뛰어넘는 요구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는 남북 관계를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당면한 인도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더는 어른들의 정치 문제로 아이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북녘 아이들이 평화의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을 저부터 고민하겠다"고 했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도 이날 제2세션 토론에서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 부분적인 공공 인프라 같은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내에서 단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분단 체제는 강고한데, 이제는 세대 인식차까지 있는 현실에서 이런 접근은 늘 옳다"고 거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다룬 제1세션 주제 발표를 맡은 이정철 숭실대 교수도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식량 등 인도적 지원 형태로 최소한의 보상을 해야 한다. 이것이 신한반도 체제의 첫 실행 단계"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정부가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고 민족주의 담론에 편승한 것을 개탄하는 목소리(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주변 강대국들이 전부 민족주의를 들고나와도 우리나라는 화해의 담론으로 가야 하는데, 3·1절 100주년이 반일 담론으로 흐르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100년이 되어야 하는데 정치적·감성적 필요 때문에 민족주의 담론으로 변질하고 있다. 이 민족주의는 아베와 트럼프의 그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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