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적 없다, 저자와 운동하는 북토크라니

[책이 나왔습니다] '운동하는 여자'.... 잘 모르는 책의 저자가 된다는 것

등록 2019.04.28 19:58수정 2019.04.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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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요즘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책의 표지에서 일관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모두가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로 누워 있다. 이런 책들은 언제 들어도 너무나 달콤한 말로 독자를 위로한다. 

'괜찮아요. 그냥 쉬어요.' 

누운 사람의 행렬 속에서 내가 쓴 책을 발견한다(새로 나온 에세이 코너에 얌전하게 쌓여 있다). 내 책은 어떤 여자가 그려진 일러스트를 외투처럼 입고 있다. 그 여자는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무거운 바벨까지 들었다. 지금 막 클린(clean, 용상) 자세로 바닥에서 가슴팍까지 바벨을 들었고 다음 순간 바벨을 정수리 위로 올리는 저크(jerk)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운동하는 여자>-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 양민영(지은이) ⓒ 호밀밭

책의 제목은 <운동하는 여자>.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는 페미니즘 이슈와 여성의 운동이라는 주제가 결합된 책이다. 지난 2018년 1월,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생소하고 어려웠던 운동을 배우면서 생각하고 느낀 바와 나에게 일어난 변화에 관해 쓰고 싶었다.

[연재기사 : 운동하는 여자 http://omn.kr/1ixa8]

몰입의 기록, 운동하는 여자

연재를 거듭하면서 이야기의 곁가지도 뻗어 나갔다. 여성들에게 용기와 메시지를 주는 프로 선수들의 활약, 그들이 겪는 성차별이 눈에 들어왔고 피트니스 업계를 둘러싼 루키즘, 여성 혐오 문제까지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는 '운동하는 여자'의 구성과도 일치한다. 전반부엔 개인적인 체험(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 중반은 스포츠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여성 선수들(그라운드에 선 여자들), 후반에는 페미니스트가 바라본 여성의 운동 문화(전지적 운동하는 여자 시점)를 배치했다. 

책이 나오고 많은 분이 무명의 신인 작가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페미니즘과 운동을 결합한 시도를 높이 사주었다. 사실 이 시도는 조금 허무할 정도로 쉽고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나는 최근 2, 3년간 틈만 나면 여자들과 어울려서 운동을 했고 머릿속엔 여성 이슈가 가득했다. 너무나 단순하게 좋아하는 두 가지를 합쳐서 글을 썼다. 마치 프라이드도 맛있고 양념도 맛있으니까 반반 치킨이 탄생한 것처럼. 

그래서 '운동하는 여자'는 몰입의 기록이기도 하다. 몰입 끝에 얻은 결론은 운동과 페미니즘, 두 가지가 여성의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왕 연재를 시작했고 혼자만의 경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까워서 연재를 이어갔다. 더 많은 여성에게 페미니즘과 운동을 영업하고 싶었다.
 
일 년간의 기록은 여성에게도 운동이 보편적인 취미이자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나는 여성들이 체력을 기르고 공격성을 발휘하고 내 몸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운동으로 하나 되는 경험에서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 지금도 많은 여성이 운동에서 즐거움이나 투지, 인내심을 얻고 있지만 더 많은 여성이 동참했으면 한다. 단언하는데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 '운동하는 여자' 프롤로그 중에서

그렇게 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책의 저자가 됐다. 지금은 책을 알리기 위해서 화제성을 좇고 있다. 그러나 화제성이라는 게 좇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책을 쓰고 저자가 되는 것은 혼자만의 외롭고도 잔인한 세계에 갇히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운동하는 여자> 내용 가운데 ⓒ 호밀밭


아침마다 '운동하는 여자'를 언급한 신문 기사가 있는지 검색하고 온라인 서점의 세일즈 포인트와 판매순위, 대형서점의 재고 등을 확인하며 학창 시절에 성적표를 받아들던 때보다 더 비통한 기분을 맛봤다(적어도 성적표는 매일 받지 않으니까).

내가 꿈 꾼 여자들만의 체육관, 이렇게 해봅니다

이 책에 문제가 있는 걸까? 그보다 애초에 유명하지 않은 나라는 사람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또 대세를 거스른 표지처럼 내 책은 너무 많이 애쓰고 본격적이고 목표지향적이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피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로 사는 것도 힘든데, 운동까지 해야 하냐고 반문할 법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감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을 갖춘 피트니스 전문가인가? 아니면 환상적인 몸매의 소유자인가? 대답은 둘 다 '아니오'. 그렇다면 설마 그 '진정성' 하나에 기대어 글을 썼는가? '네 그렇습니다'. 
 
이제야 운동에 조금은 미쳤던 이유를 생각해본다. 나는 크로스피터들의 직업군으로 꼽히는 경찰이나 군인, 소 방관이 아니다. 체력을 기르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절실하지 않다. 나에게는 꾸준한 시간을 갖고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 진다는 것을 알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운동하는 여자' 본문 중에서

글을 쓰면서 한번도 독자들과 연결된 적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요즘 같은 출판 환경에서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 팬과 이어져 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팬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꾸준하게 제공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출판 루트대로 팬이 아니라 편집자가 발견하고 선택한 구식 작가에 속한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신간의 온기가 가시기 전에 열심히 화제성을 좇는 것. 이미 크라우드 펀딩과 '저자와 함께 하는 크로스핏 원데이클래스'라는 이벤트를 벌였다. 웬데이클래스는 저자와 여성 독자가 만나서 북토크도 하고 운동도 함께하는 행사다. 이를 통해서 한시적으로나마 여자들만의 체육관을 만들어 보고 싶던 바람이 이루어졌다. 

내친김에 여성들만의 운동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인스타그램에 '우먼 파워(@korwomanpoewr)'라는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서 팔로우도 모으는 중이다. 이 낯선 도전을 운동의 종목을 달리해서 얼마든지 다시 시도해볼 의향이 있다. 이를테면 저자와 함께 하는 러닝이라든지, 스파링이라든지.

소설가 줌파 라히리는 '책이 입은 옷'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에서 '글을 쓰는 과정이 꿈을 꾸는 것이라면 표지는 꿈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동안은 마냥 좋았다. 누구에게 이해받을 필요 없이 혼자서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지금은 꿈에서 막 깬 사람처럼 어리둥절하고 머쓱한데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언젠가 다시 잠이 들면 마음껏 꿈을 꿀 것이다.

운동하는 여자 -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

양민영 지음,
호밀밭,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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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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