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현장에서 만난 자연의 놀라운 치유력

1000℃ 이상의 고열 속에서 살아난 희망... 마치 이재민들을 보는 듯

등록 2019.04.26 16:00수정 2019.04.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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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스스로 재생력을 보여준다.
  

산부추고성산불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솔잎 하나 남기지 않고 까맣게 탔다. 그 속에서 만난 산부추는 경이롭다. ⓒ 정덕수

 
지난 4일 일어난 강원도 고성 일대 산불로 솔잎 하나 남기지 않고 숲을 까맣게 태웠다. 오토바이나 엔진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알루미늄 소재를 녹이려면 660.3℃ 융해(녹는점) 이상 되는 온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데, 그러한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알루미늄의 융해알루미늄 소재를 녹이려면 660.3℃ 융해(녹는점) 이상 되는 온도가 유지됐다. ⓒ 정덕수

   

열기에 녹은 유리병유리병은 1200℃ 정도의 온도에서 성형이 이루어지고 550℃ 온도에서 서서히 냉각과정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유리가 성형이 가능할 정도까지 높은 열기가 유지됐다는 반증이다. ⓒ 정덕수

 
이런 조건에서라면 모든 생명체가 열기에 타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생명을 유지하긴 어렵다. 일종의 열기에 의해 삶아지는 현상 때문에 식물이 더 이상 새 잎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몇 종 식물을 만났다. 갈대와 억새는 물론이고, 산부추가 지면에서 그리 깊지 않은 뿌리를 지녔음에도 싱싱하게 잎을 내는 모습을 만난 것이다. 
  

갈대비교적 짧은 시간 불이 지나갔기에 갈대는 모두 살아 새잎을 내기 시작했다. ⓒ 정덕수

   

은방울꽃비교적 낮은 저지대는 솔잎이 누렇게 탔어도 잎은 그대로 달려있다. 이런 위치에서는 제법 많은 종류의 식물이 생명을 유지한다. 그러나 불길이 오래 머물게 되는 산의 능선은 솔잎은 물론 어지간한 활엽수도 뿌리까지 탄다. 그런 높은 열기가 유지된 능선에 은방울꽃이 새잎을 올렸다. ⓒ 정덕수

   

산부추고성산불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솔잎 하나 남기지 않고 까맣게 탔다. 그 속에서 만난 산부추는 2km 가량 능선을 돌아보는 길에서 1000여 개체나 됐다. ⓒ 정덕수

 
고사리, 고비 등 양치식물은 제법 깊게 뿌리를 유지하기에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런 얕은 지표면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살아남은 건 놀라운 일이다.

조만간 다시 화재 현장을 방문하면 또 어떤 종류의 식물이 생명을 유지해 새 잎을 올리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고사리양치식물인 고사리는 숲이 울창해지면 더 이상 싹을 내지 않고 오랜 세월 잠을 잔다. 산불이 나 숲이 해를 넉넉히 받아들이게 되면 가장 먼저 싹을 내기에 산불이 난 지역에서 흔하게 고사리를 만날 수 있다. ⓒ 정덕수

   

까치박달고성산불로 방대한 규모의 숲이 탔다. 경사면의 중간층에 자생하는 까치박달은 스스로 치유를 위해 진액을 뿜어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 정덕수

 
숲이 모두 뜨거운 열기로 생명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적으로 초록의 싱싱한 잎을 올린 식물을 만난다는 건 경이로움 그 자체다. 고난 속에 꿋꿋하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희망을 보여주는 이재민의 모습도 이와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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