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본능 일으키는 신경회로 별도로 존재한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5] 고열량 음식 부족하던 옛날 환경에 적응한 결과

등록 2019.04.26 07:59수정 2019.04.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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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개, 정말로 이게 마지막이야." 운동을 한 직후였는지 땀을 닦으며 새우튀김을 먹던 젊은 두 남자 가운데 하나가 친구인 듯한 다른 남자에게 하나만 더 집어먹고 난 뒤 계산하자고 한다. 

"이것만 먹고 더 이상 안 먹을게요." 저녁 늦은 시간 김모씨가 구운 오징어를 오물거리자, 부인이 말리고 나섰다. 김씨는 식사를 끝낸 뒤 10분 넘게 오징어를 입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열량이 높은 일부 음식 폭식 사례는 일상 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목격하거나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배가 부른 게 아니라, 과식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인데도 자꾸 접시에서 입속으로 음식이 쉼없이 이동하는 것이다. 

배가 부를대로 부른데도 불구하고 왜 특정 음식, 특히 일부 고열량 음식에 대한 식탐은 줄지 않는 걸까? 이는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울 때 종종 나타나는 과식과는 구분되는 현상이다. 

예컨대, 식사 한끼를 걸렀을 경우 다음 끼니에서는 식사량이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어느 정도의 과식도 동반된다. 하지만 어떤 음식들은 속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되뇌면서도 한 차례, 두 차례, 아니 서너차례씩 더 손이 간다.

미국 연구팀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답이 될만한 실마리를 최근 찾아냈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의과대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을 통해 상식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특정 고열량 음식에 대한 폭식 메커니즘의 얼개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뉴런'이라는 학술지 최신 온라인판에 실린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로 고열량인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를 지배하는 일련의 신경회로가 생쥐의 뇌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시셉틴'(nociceptin)이라는 작은 신경단백질이 관여하는 이 회로는 평소의 과식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시셉틴과 그 작동 방식은 사람의 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팀을 이끈 토머스 캐쉬 교수는 "먹을 거리가 풍요로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굶주림이 다반사였던 먼 옛날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긴 신경회로가 포유류 등의 뇌에 남아있기 때문에 고열량 음식에 대한 폭식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원시시대 인간의 조상은 풍요롭게 고기 맛을 보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고, 이런 탓에 어쩌다 열량 높은 음식을 먹을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속된 말로 '배터지게' 먹어 치웠을 것이라는 뜻이다. 

특정 고열량 음식에 대한 폭식을 지배하는 뇌부위는 중심 편도체 부근에 위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의 이 부위는 감정의 조절 등이 주로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신경회로가 활동하는 걸 눈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형광물질이 뇌속에서 발현되게 쥐를 조작했다. 그 결과 이번에 발견한 신경회로가 일반적인 먹이 섭취와는 무관하며, 폭식 때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전자현미경 등을 통해 알아냈다.

고열량 음식에 대한 잦은 폭식은 소화 불량 여부를 떠나서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절대적으로 많은 양을, 그것도 고열량으로 섭취하다 보면 과잉 에너지는 체내에서 지방 등으로 축적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식이 전문가들은 "고열량 음식 섭취는 동물들은 물론이고 사람 또한 아주 강한 본능에 따라 이뤄지곤 한다"며 냉정하고 과단성 있게 행동해야 폭식을 어느 정도나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폭식을 불러오는 고열량 음식을 눈에 잘 안띄도록 보관 한다든지,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먹는 중간에 뺏어서 더 이상 입으로 못가져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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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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