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뼈 발견하면 수습이 도리 아닌가? 외교부 유해 방치"

[현장]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 '유해수습' 촉구 기자회견

등록 2019.04.26 16:58수정 2019.04.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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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과 94개 시민단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했다. ⓒ 김종훈

 
"길을 가다가도 사람뼈를 발견하면 수습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요? 그런데 외교부 공무원들은 '계약서에 유해수습 조항이 없다'면서 수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6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허경주 대표(2등항해사 허재용씨 둘째누나)가 외친 말이다.

이 자리에서 허 대표는 "침몰 사고 후 2년 만에 어렵게 시작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이 단 9일 만에 중단되었다"면서 "심지어 심해수색 중 선원의 유해를 발견했음에도 수습하지 않고 바다 속에 방치했다"고 성토했다.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등 94개 시민단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수습'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측에 서한문을 전달하며 "명확한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심해수색 과업을 완수해 달라"면서 '유해수습TF' 설치를 요구했다. 

가족들 "외교부, 무엇을 고민하고 있나?"
   

심해 3000m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인 VDR(Voyage Data Recorder ? 선박항해기록장치)가 발견되었다. ⓒ 외교부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업체 오션인피니티와 '총 25일 내외로 1차와 2차에 걸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2월 중순 수색을 시작한 오션인피티니는 심해수색 3일 만인 지난 2월 17일 스텔라데이지호 VDR(선체 블랙박스)을 수거했다. 나흘 뒤인 21일에는 선체 파편물 주변 해저에서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를 발견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션인피니티는 "계약서에 없다"라는 이유로 '유해수습' 등 추가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이를 조정하고 조율할 정부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다.

오션인피니티는 발견된 유해를 그대로 두고 심해수색 9일 만에 현장을 철수 했다. 뒤늦게 정부 관계자 13명이 '정부합동협상단'을 꾸려 오션인피니티가 복귀한 우루과이로 향했지만 추가협상은 진전 없이 종료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보내는 서한문에 "장관님은 심해수색 과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9일 만에 중단된 사실을 알고 있냐, 심해수색 중 발견한 유해를 심해에 그대로 내버려둔 채 철수했다"라고 강조한 이유다.

가족들은 "심해수색이 중단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외교부 공무원들은 여전히 '고민'과 '협의'만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협의하느라 이렇게 시간만 흘러보내고 있냐"라고 묻고 있다.

"외교부, 폴라리스 쉬핑사에 구상권 청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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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 중인 스텔라데이지호 모습 ⓒ Maritime Administrator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경주 대표는 "잘못이 있는 회사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면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잘못을 저지른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 심해수색을 진행하면 과연 제대로 된 수색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면서 "국가가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책임지도록 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유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구상권'은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국가가 먼저 배상금 등을 지급한 뒤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를 상대로 배상금 등을 청구하는 권리를 뜻한다. 

고 김용군-이민호 가족도 동참... '기업책임'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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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지난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항한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심해수색 선박인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14일 오전 11시(현지시간·한국시간 저녁 9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고 15일 밝혔다. 업체는 사고 해역 도착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선체를 발견하기 위해 자율무인잠수정(AUV, 총 4대 활용)을 투입해 수색을 개시했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사진은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 해역에서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2019.2.15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의 기자회견에는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제주 생수 공장현장에서 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씨도 함께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나라는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이 상실감에 슬퍼하기도 힘든데, 진상까지 밝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년 동안 왜 침몰했는지 원인도 모른다"면서 "최근 유해를 발견했는데 수습도 안 하고 있다, 왜 안 하는 것이냐, 외교부는 심해수색 과업을 완수해 유가족들을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게 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도 "사고나 재난이 터지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모습"이라며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유가족이 외치면 어떻게든 숨기고 넘어간다, 제 아들 민호가 사고 당했을 때도 똑같은 행태를 취한 게 공무원"이라고 성토했다. 이씨는 "'중대재해·살인기업처벌법'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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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과 94개 시민단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외교부 관계자가 직접 나와 서한문을 수령해 갔다. ⓒ 김종훈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다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만 명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정부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과정에서 선체 블랙박스인 VDR을 수거하고 유해가 발견됐다. 그러나 VDR 메모리칩에 손상으로 복구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드리는 서한문'을 외교부 정문 앞에서 직접 수령해갔다.
#스텔라데이지호 #외교부 #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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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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