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씽큐랑 이름 겹쳐 신용불량자 될 뻔했다"

벤처기업 'Sync-Q' 대표의 눈물... "법을 어긴 사람 없다는데, 왜 이렇게 아프죠"

등록 2019.04.29 16:14수정 2019.04.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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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공식 블로그에서 캡처한 '씽큐' 소개 화면. 이곳 또한 LG전자의 인공지능기술을 설명하면서 특허청에 등록한 영문 THINQ가 아닌 한글 '씽큐'를 언급하고 있다. ⓒ LG전자 공식블로그


  
'THINQ와 Sync-Q'. 우리나라에 있는 서로 다른 두개의 상표다. 이 둘의 차이는 꽤 크다. 무엇보다 영문 표기가 다르다. 또 의미와 분야도 다르다. THINQ는 LG전자의 인공지능 브랜드를 가리킨다. LG전자의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Think You(씽크유, 너를 생각한다라는 뜻)와 행동하다의 Q가 덧붙여진 말이다.

반면 Sync-Q는 벤처기업 엠와이가 만든 직무 역량 평가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회사나 정부기관 등이 원하는 직원을 알맞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싱크로율'의 앞글자를 땄다.

차이점은 많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브랜드는 한글로 읽으면 모두 '씽큐'다. 그래서 문제였다. 엠와이의 김정민 대표는 지난 26일<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LG전자의 'THINQ'에 묻혀 Sync-Q를 홍보하는 데 실패했다"며 "지난해 신용불량자가 될 뻔했다"고 호소했다.

같은 한글이름의 상표, 다른 두 회사

사건의 발단은 특허청이 이들 두개 상표를 모두 등록해주면서 시작됐다. 우선 2010년 12월 특허청은 LG전자가 출원한 'THINQ'의 상표명 등록을 허가했다. 당시 LG전자는 THINQ를 발음할 때의 한글 표기인 '씽큐'를 별도 상표로 등록하진 않았다.

그리고 2016년 8월 특허청은 엠와이의 상표이자 한글 표기인 '씽큐' 등록을 허가했다. 김정민 대표는 이후 영어 이름인 'Sync-Q'까지 상표명으로 등록했다. 김 대표는 "'씽큐' 상표를 등록할 당시, 특허청을 통해 사전에 비슷한 발음이 나는 또다른 상표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발음이 나는 상표명에 특허청이 두 번 허가를 내준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비슷한 상표가 존재할 때, '호칭, 외관, 범위' 3가지를 고려해 상표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상표가 비슷하게 발음되는지, 상표의 모양이 비슷한지, 또 어떤 사업 영역에서 사용되는지 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다.


특허청은 'LG전자의 THINQ와 엠와이의 씽큐는 사업 영역이 달라 동시에 상표를 내줬다'는 입장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지난 25일 "(두 개 상표의) 발음만 보면 비슷하지만, 가전제품과 교육 소프트웨어로 사업 영역이 전혀 달랐다"며 "특허 등록 원칙에 따라 허가를 내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영문 'THINQ'만 상표로 등록하면 한글 '씽큐'는 그냥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LG전자가 영어 'THINQ'만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하고도 한글 '씽큐'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LG전자의 '씽큐'가 그리 유명세를 얻기 전이라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면서도 "지난해 스마트폰 G7 씽큐가 나오면서부터 인터넷에 '씽큐'를 검색하면 LG전자 제품들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7월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으며 관련 정보가 인터넷에 도배됐고, 이로 인해 엠와이의 씽큐는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에서 100페이지 이상 뒤로 밀려났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씽큐를 검색하면 'LG전자의 인공지능가전'을 홍보하는 광고가 가장 먼저 뜨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포털사이트에) 300만원씩 써가며 몇 번이나 홍보를 해봤지만 (우리 상표는) 자꾸 묻혔다"며 "허탈했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 '씽큐'가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상표 등록증 ⓒ 벤처기업 씽큐


사실 LG전자는 영문 상표를 등록한 이듬해인 2011년부터 '씽큐'라는 한글 표기를 인터넷상에서 사용해왔다. 실제로 당시 언론 보도를 찾아본 결과, 대다수의 언론들은 LG전자의 인공지능을 가리킬 때 '스마트 씽큐' 혹은 '씽큐'라는 한글 표기를 영어 표기와 함께 사용해왔다. 한글이름의 '씽큐'를 등록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써 왔던 것이다. LG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쪽 말대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특허청 상표심사기준서에 따르면 '상표의 권리'는 상표의 호칭과 의미, 외관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특허청에 상표의 영문 표기만 등록하더라도 이를 발음할 때의 한글 표기에 대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 심사를 할 때 이 상표가 내는 '소리'도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한글 표기를 하는 것 또한 상표의 권리에 포함돼 있는 만큼 굳이 (한글 표기를)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상표를 등록할때 영문과 한글 표기를 모두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LG전자도 2000년도 초반에 다른 가전제품 상표에 대해선 영문과 한글 표기를 모두 갖고 있는 걸로 드러났다. 특허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LG전자는 2001년 1월 3일 '휘센'과 'Whisen'에 대한 상표를 동시에 출원한 걸로 돼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쪽은 "휘센이나 디오스, 트롬은 주로 국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한글로 '씽큐'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 수차례 검색해봤으나 엠와이의 씽큐는 찾기가 힘들었다. ⓒ 네이버

 
"아무도 법을 어긴 사람은 없는데, 저는 왜 이렇게 아프죠"

특허청도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기자가 '왜 다른 기업들은 상표의 영문과 한글 표기를 모두 등록하는가'라고 묻자 특허청 관계자는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이어 '영문표기만 상표로 등록하고도 한글 표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엠와이 대표가 한글 상표를 등록할 때 이를 알렸어야 맞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도 "앞서 말한 대로 사업 영역이 달라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수많은 '합법' 사이에서 김정민 대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김 대표는 "지금 씽큐는 제 컴퓨터 안에만 있다"고 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진단을 하기 위해선 매출과 동시에 사용자 데이터가 들어와야 하는데 둘 다 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씽큐) 사업을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씽큐'가 홍보에 실패하면서 경기도 분당 사무실도 접었다. 사무실은 다시 동탄으로 옮겼고, 5명이던 직원들도 모두 떠났다. 사업 영역도 완전히 바뀌어 현재는 휴게소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해주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을 이 사업에 모두 털어 넣었다"며 "휴게소 서비스 교육을 하려고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물론 김 대표도 더이상 '씽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작년에 (씽큐 사건으로) 돈을 많이 빌려 서비스 교육 사업을 하면서 갚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라도 해서 올해는 대출을 갚아야 하지 않겠냐"고 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기자에게 "아무도 법을 어긴 사람이 없다는데, 저는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LG #LG전자 #씽큐 #THINQ #특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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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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