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무사 계엄 문건' 관련자, 보훈처 자문위원 위촉

노수철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위촉 논란... 보훈처 "기소 안 돼 문제 없어"

등록 2019.04.29 08:02수정 2019.04.29 08:02
8
원고료로 응원
   
a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자료를 즉각 체출 할 것을 지시한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기무사 정문에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 이희훈

       
'촛불 진압'을 위한 국군기무사령부(아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던 노수철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최근 국가보훈처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는 지난 4월 8일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16명을 위촉했다.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25일 확보한 자문위원 명단에는 노수철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노 변호사는 기무사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 지난해 8월 집과 사무실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국방부 장관의 법률 보좌 업무를 담당하는 국장급 고위공무원이다. 군법무관 출신 예비역 중령인 노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9월 개방형 직위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임용돼 2년 가까이 활동하다 기무사 계엄 문건이 폭로된 직후인 지난해 7월 물러났다.

"위수령 존치 논리 만들라" 지시 의혹

노 전 법무관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인 지난 2017년 2월 이후 기무사 계엄 문건의 근거가 된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서 근무하던 군법무관 A씨는 노 전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위수령 존치 논리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문건 작성을 거부했다. 당시 노 전 법무관리관은 회의 자리에서 "비상사태 때 위수령에 근거해 병력 출동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A씨는 "위수령에 의한 병력 출동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관련기사: 계엄령 문건에 제동 건 현역 장교 있었다 http://omn.kr/s4ne)

노 전 법무관리관은 기무사에서 같은 해 3월 만든 계엄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폭로된 직후인 지난해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8월 3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자택과 함께 노수철 전 법무관리관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같은 달 22일 노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이 한민구 전 장관에게도 보고됐고 당시 법률 참모였던 노 법무관리관이 해당 문건을 검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중간수사 발표에서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해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하고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전 장관 등 8명도 참고인중지 처분하고 '계엄 태스크포스(TF)' 소속이었던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등 3명만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관련기사: 조현천 어디 있는지 몰라... '닭 쫓던 개' 전락한 계엄령 수사 http://omn.kr/1ck5x)
   
a

SBS는 지난해 7월 2017년 2월 당시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법무관에게 위수령을 존치시킬 논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SBS

 
같은 자문위원도 문제 제기... 보훈처 "기소 안 돼 문제 없어"

당시 노수철 전 법무관리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기소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가 다시 재개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더구나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는데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전직 국방부 고위공무원을 보훈처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데 대해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정식 국가보훈처 대변인실 홍보기획팀장은 26일 "노 변호사가 계엄 문건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 제기하는 위원도 있었지만, 그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자문위원 활동과도 연관성이 없어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보훈혁신위에서 활동했던) 자문위원들에게 역사, 국방, 법률 등 각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았는데 노수철 변호사는 국방과 법률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수철 "기무사 계엄 문건, 언론 보도 보고 알아"

노수철 변호사는 26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국방부 위수령 문건 관련해서 위법성이 있다든가 내가 기무사 계엄 문건에 관여했다는 근거도 없고 피의자 신분도 아니다"라면서 "당시 국방부 장관 법률 참모로서 직무를 수행했을 뿐이고 기무사 계엄 문건도 언론 보도에서 처음 봤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위수령 문건 논란 관련해서도 노 변호사는 "담당 실무자와 위수령 폐지 완급 문제를 놓고 서로 의견이 갈렸을 뿐이지 (위수령 존치 논리를 만들라고) 강요한 건 아니다"라면서 "당시 작성한 문건 내용도 위수령과 그에 따른 병력 동원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다만 노 변호사는 "내가 시켜달라고 한 게 아니라 (보훈처에서) 자문위원의 다양성 차원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먼저 요청해서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계엄 문건이 문제가 돼 보훈처에서 해촉한다면 물러날 뜻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 변호사를 추천한 한 시민단체 출신 자문위원도 "계엄령 문건은 기무사에서 작성했고 노 변호사가 국방부에서 법률적 검토를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밝혀진 건 없다"면서 "공직에 취임하는 것도 아니고 자문위원 참여까지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공개했던 군인권센터 김형남 팀장은 "조현천 신원확보 문제로 잠시 중단됐을 뿐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는데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수사 받던 사람을 정부부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노수철이 기소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면, 조현천, 김관진, 한민구도 괜찮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이미 지난주 상견례를 겸한 정책자문위원회가 한 차례 열렸고, 자문위원 명단은 5월 초 위촉장 수여식에 맞춰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해 활동을 마친 '보훈혁신위원회' 뒤를 이어 앞으로 1년간 활동하게 된다.
#기무사계엄문건 #노수철 #보훈처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2. 2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