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현대사 100년의 혈사와 통사 100회] 사법부의 명예회복을 국민은 이 재판에서 기대한다

등록 2019.05.12 15:38수정 2019.05.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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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에서 가장 악질 부류를 들라면 법비(法匪)와 언비(言匪)다.

법복을 입은 판사ㆍ검사ㆍ변호사와 언론의 탈을 쓴 '기레기'들의 비행을 일컫는다. 법조인은 정의를 구현하는 직업인이고 언론인은 진실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타락하고 관계가 부패해도 사법(검찰)과 언론만 정도를 걸으면 사회는 청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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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앞 회견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원 정문안쪽에서는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 11일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에 출두하고 곧 이어 구속 수감되었다. 사법부의 전직 수장이 구속되는 '사법치욕'의 날로 기록된다. 피의자 양승태는 사법농단의 주범으로 지적되었다. 그는 대법원장 임기 내에 달성할 핵심과제로 설정한 최고법원의 추진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근혜 권력과 야합하였다. 사법행정권의 남용이고 유착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는 헌신짝이 되고, 스스로 사법부를 행정부 산하의 사법부로 격하시켰다. 그는 초기부터 사법정의보다 권력지향의 인물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김기춘(박근혜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주로 공안사건을 맡아 처리하면서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판사'였다. 노동ㆍ집회ㆍ시위 관련 사건에는 무관용의 엄단주의 성향을 보이고, 사학ㆍ기업인 관련 사건에서는 관용성을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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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2.26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제15대 대법원장에 취임해서 박근혜 정부와는 노골적인 사법거래를 일삼았다. 검찰이 적시한 양승태의 주요 범죄 혐의는 다음과 같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주요 범죄 혐의

 1. 부당한 재판개입 및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 일제 강제징용ㆍ위안부 피해자 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 가토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특허 소송

 2. 내부 비판 세력 탄압(블랙리스트)
  - 국제인권법연구회ㆍ인사모 와해 방안 지시
  - 대법원 정책 반대 법관 사찰ㆍ부당전보
  -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 판결 법관 징계 시도


 3. 정치권 민원 해결
  - 메르스 사태 관련 박근혜 정부 법적 책임 면제 방법 검토
  - 유동수ㆍ홍일표 의원 재판 컨설팅

 4. 부당한 조직 보호
  - 부산 법조비리 사건 은폐ㆍ축소
  -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비위 은폐ㆍ축소

 5.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한 헌법재판소 견제
  - 파견 법관 이용해 헌재 내부 정보 동향 수집
  - 현대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 청와대 통해 헌재에 한정위헌 결정 못하게 압박

 6. 예산 불법 편성ㆍ집행
  - 법원행정치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한겨레, 1919.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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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7주년 경축연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승태를 정점으로 하는 '양승태 사법부'는 박근혜 청와대와 사법거래를 일삼았다. 대법원의 하위 조직이 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함께 주요 재판에 대해 의견을 극비리에 거래한 것이다. 주요 시국사건을 판결하기에 앞서 BH(청와대)의 의중을 묻고 거래를 했다.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법상의 가치나 법관의 양식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심지어 1965년 체결된 한ㆍ일협정(굴욕회담 결과)에 대해서 수천 명의 일본군 위안부를 포함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가 하면, 2013~16년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을 청와대 요청에 따라 지연시키고, 전원 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의혹도 따른다.

뿐만 아니라 전교조 시국선언사건, 철도노조 파업사건 등을 지연시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짓밟았다. 반대로 전 국정원장 원세훈사건과 이석기사건 등은 BH와 거래하여 이를 판결에 반영시켰다.

양승태 사법부는 권력추종 뿐만이 아니었다.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선 판사들에게 배정된 자금을 횡령하고, 내부에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적으로 사용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개인적인 성향ㆍ동향ㆍ재산관계 등을 은밀히 조사하여 판결에 압력을 주고 인사에 반영시켰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ㆍ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 때 양승태 사법부는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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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오른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 하고 있다. ⓒ 이희훈

정부나 시국에 영향을 주는 주요 재판을 전후해서는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교감을 나눴다.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국회 법사위원들은 물론 여야 중진들과 거래하고, 검찰총장을 협박하고,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빼돌리는 등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는 가히 탈법ㆍ위법의 온상이 되었다.

검찰은 사법부 수장을 47개의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사법부 서열 2~3위의 박병대ㆍ고영한 두 전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양승태에게는 직권 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 공무집행 방해, 공권자 기록 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자 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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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양승태는 2017년 9월 22일 대법원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사에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 살이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말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상충하는 가치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격화돼 거의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고,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변하면서 다른 쪽의 주장을 들으려 하지 않는 진영논리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다"며 "이는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피력했다.  말은 마치 '공자님 말씀'처럼 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 반대의 길만을 골라서 행하였다.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재판은 후배 판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농단과 궤를 같이 하는 사법농단이 얼마만큼 광정되고, 민주헌정의 한 바퀴인 사법부가 제자리를 찾게 될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승만 시대의 사법부가 조봉암을 사법살인하고, 박정희 사법부가 인혁당 8인을 사형하고, 전두환 사법부가 김대중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어용법관들의 작태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아닌 '독재자의 하수인' 노릇을 충실히 해왔다. 그 유구한 전통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망나니 칼춤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법부의 명예회복을 국민은 이 재판에서 기대한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현대사 100년의 혈사와 통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현대사_100년의_혈사와_통사 #양승태 #사법농단 #양승태사법부 #상고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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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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