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자신을 '백범 김구'에 비유... 손석희 증인 신청

항소심서도 '태블릿PC는 조작’... 보석 요청하는 변호인 "피해자 위해 우려, 각별히 조심시킬 것"

등록 2019.04.30 19:32수정 2019.04.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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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해당 언론사 측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변희재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30일 오후 3시 39분 서울지방법원 422호 법정. 1시간 가까이 변호인들이 발언한 끝에 '피고인' 변희재씨 차례가 됐다.

"저는 옥중에서 100년 전 김구 선생의 안악사건(1910년 11월 안중근 의사 동생 안명근이 무관학교 설립자금을 모으다 황해도 신천지방에서 관련 인사 160명과 함께 검거) 재판 책을 읽었다. 김구 선생은 모의현장에 자신이 없었다는 증거와 증인을 신청했으나 일제의 검찰과 법원은 모두 기각했고, 두 번의 공판 끝에 15년 형을 선고했다.

100년이 지난 피고인 재판에서도 태블릿PC, 손석희 등 핵심 증거와 증인 채택을 요구할 때마다 대한민국 검찰은 100년 전 일제의 검찰과 똑같이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중형 구형의 근거로 악용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제가 항소심에서 요구하는 것은 소박하다. '최순실의 태블릿PC' 재판에 최순실도, 태블릿PC도 없는 일제, 북한, 미얀마 같은 재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립운동가처럼 탄압받는다'는 변희재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홍진표) 심리로 열린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씨는 자신을 김구 선생에, 검찰을 일제에 빗대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JTBC가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할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씨 소유가 아닌 태블릿 PC를 마치 그의 것처럼 보도했다며 허위사실을 퍼뜨려 JTBC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관련 기사 : '태블릿PC 조작' 주장 변희재, 1심 징역 2년 선고).

하지만 변씨와 변호인단의 주장은 여전했다. 이들은 1심 판결 후 4만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입수한 결과, 태블릿PC가 구동된 기록이나 파일 등을 볼 때 검찰과 JTBC가 왜곡·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은 JTBC와 미디어워치라는 언론사간의 취재 경쟁이었을 뿐인데,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강조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미디어워치라는 아주 작은 매체와 JTBC가 취재 경쟁이 붙었는데, 충분히 JTBC가 취재와 보도로 진실을 규명해 (자신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한쪽 매체 대표를 구속시킨 것은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에서 기자를 구금한 곳은 극소수"라며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나라에서나 있던 일이 대한민국에서 자행됐다"고 했다.

이날 변희재씨 변호인단은 손석희 JTBC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동환 변호사는 "손 사장은 1심 재판에서 나왔던 JTBC 특별취재팀을 통솔하는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JTBC의 태블릿PC 입수 경위와 조작이 이뤄진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이 태블릿PC를 사용했다'고 주장해온 신혜원씨도 증인으로 신청하고, 미국 지식인 20명의 '언론탄압 반대 연대 서명'이라며 탄원서도 제출했다.

이날 재판부는 현재 구속 중인 변희재씨와 또 다른 피고인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의 보석 심문도 진행했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심문기일을 잡았지만 변씨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경우 보석 심리 당시 수갑을 차지 않았는데 본인에겐 수갑을 채우려고 했다'며 불출석했다. 자신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수갑을 채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 '김경수는 안 차고 왜 나만?' 수갑때문에 재판 빠진 변희재).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의 지위나 역할, 이 사건 범행 내용이나 수법 등을 볼 때 1심 선고형 이상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보석에 반대했다. 또 "이들은 현재도 미디어워치와 오프라인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조작설을 주장하며 출처 불명의 주장을 법정에 제출하고 있는데 증거 인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방청석을 채운 40여명의 변희재씨 지지자들은 검사가 보석 기각 의견을 얘기하는 내내 웅성거리며 불만을 표했다.

재판부 '피해자 위해' 우려... 5월 23일까지 보석 여부 결정

변씨는 "제가 불구속됐을 때 무슨 증거를 인멸한다는지 아직도 이해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재판장 홍진표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에게 염려를 가할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데, 대책이 있냐"고 물었다. 지난해 5월 법원이 변씨를 구속한 까닭은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변씨는 또 다시 "이것도 사실 납득이 어려운데..."라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곧바로 마이크를 잡고 "2심 변론을 맡으며 지지자 등에게 '이 사건 종결될 때까지 그런 행동을 하면 내 의뢰인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라 형사고소한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변호인도 "이 사건 고소인은 JTBC 기자들 개인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고, JTBC에 대해서도 오해 소지가 있는 행동들은 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시키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5월 23일 오전 10시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하고, 보석 허가 여부는 그 전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홍 부장판사는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결론도 그렇게 내리겠지만, 그전까지 1심 판결 취지를 존중해 (피해자 위해 등) 유사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재판에 집중하며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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