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난다고? 난 모르겠는데"... 너와 나 사이의 차이

[김창엽의 아하! 과학 6] 후각 세포의 미세한 차이가 개인 간 냄새 차이 초래

등록 2019.05.02 10:03수정 2019.05.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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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에서 흙냄새 혹은 흙맛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에 좋은 철분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해서 최근 식탁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비트' 같은 게 대표적이다. 

비트 외에도 감자나 순무와 같은 주로 땅속에서 자라는 먹거리에서 흙맛이 나는 경우가 있다. 채소만 꼭 그런 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붕어와 같은 민물고기에서도 흙맛을 감지한다. 

하지만 흙맛 혹은 흙냄새를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크다. 일부는 흙냄새나 흙맛을 아주 희미하게 느끼지만 누구는 채소로 조리한 음식 등을 먹는 게 꺼려질 정도로 강렬하게 냄새나 맛을 느낀다.
  

인간의 후각 구조. 1.후각 신경구 2.승모 세포 3.코 뼈 4. 상피 5.사구체 6. 후각 수용체. 후각 수용체에서 포착된 냄새가 후각 신경구를 통해 뇌로 전달됨으로써 냄새를 파악한다. ⓒ 위키피디어 커먼스

 
맛과 냄새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모넬(Monell) 센터 연구진은 같은 계통의 풍미를 왜 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지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의 결론은 사람의 코안에 있는 특정 후각 수용체에 변이가 냄새 감지능력의 차이를 불러온다는 것이었다. 

흙맛의 경우는 채소 등에 함유된 '2-에틸렌펜콜'이라는 분자 때문에 생긴다. 한데 이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 가운데 한 종류(OR11A1)에 변형이 있으면 흙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사람의 콧속에 분포하는 후각 수용체는 대략 400종류로 알려져 있다. OR11A1도 이 가운데 하나이다. 하나의 후각 수용체는 보통 6~7가지 종류의 냄새를 가려낸다.
  

비트. 흙냄새 혹은 흙맛이 나는 대표적인 채소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흙냄새 혹은 흙맛을 느낄 수도 거의 못느낄 수도 있다. 이는 특정 후각 수용체의 변이에 따른 현상으로 밝혀졌다. ⓒ 위키피디어 커먼스

 
또 냄새를 유발하는 특정 분자 물질은 여러 종류의 후각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런 까닭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한 종류의 후각 수용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만으로 냄새 감지 능력에 큰 차이를 유발하지 않으리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모넬 센터의 이번 연구 결과는 수용체의 작은 변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이 특정 냄새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후각 수용체의 작은 변이를 초래한 것은 개개인 간 유전자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332명의 실험자에게 약 70가지의 냄새를 맡도록 한 뒤 이들의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자의 미세한 차이가 냄새 감지 능력에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넬 센터의 조엘 메인랜드가 냄새 분석장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모넬 센터 연구진은 최근 후각 수용체의 미세한 차이가 개개인의 후각에 아주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 모넬 센터

 
냄새와 맛은 별개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인식된다. 뇌의 같은 부위가 냄새와 맛 정보를 처리하고, 음식의 풍미는 혀에 분포하는 5종류의 미각세포보다는 400여 종류의 후각 수용체에 의해 주로 가려진다. 

연구진을 이끈 조엘 메인랜드 박사는 "400여 종에 이르는 후각 수용체가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로부터 얻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학자들은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라며 "후각 수용체 하나하나의 기능과 작동원리를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원 회보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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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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