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감미로운 여정

이천도자기축제와 '한집 한그림 걸기전', 관람객 발길 이어져

등록 2019.05.03 07:05수정 2019.05.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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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아빠 손을 잡고 이천도자기축제를 보러온 어린 아이들이 '한집 한그림 걸기전' 전시회를 둘러보고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희정


뇌 연구자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감동을 받았을 때 우리 뇌가 성숙해진다고 한다. 인격이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 창의력과 집중력, 사고력도 늘어난단다. 여기서 예술작품은 그림, 영화, 문학, 연극, 뮤지컬 등 예술 전반을 일컫는다.

예술작품의 긍정적 효과는 셀 수 없이 많다. 정여울 작가는 반 고흐 에세이 <빈센트 나의 빈센트>에서 "빈센트의 예술 작품은 단지 그림이 아닌 아름다운 문학이었고 치열한 심리학이었으며 열정적인 여행이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 작가들에게도 문학적 영감과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얻고 고단한 마음에 작은 위로와 힘, 평온과 행복을 얻어간다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전시회가 있어 찾아가봤다. 이천시 신둔면 예스파크 내 '갤러리두윤'에서 열리고 있는 <한집 한그림 걸기전>이다. 이 전시회는 제33회 이천도자기축제와 가정의 달을 맞이해 한집 한그림 걸기라는 취지에 따라 따뜻하고 산뜻한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곽연주, 김소선, 김춘옥, 박덕실, 박태철, 안말환 등 한국의 중견작가 25명이 참여했고 전시작품은 130여 점이다. 추상화, 사실화, 도자기추상화, 한지화, 채색화, 판화, 그림조각, 보타니컬아트 등 장르도 풍성하다.

작품의 소재와 주제 역시 다채롭다. 나무와 새, 백두대간을 호방하게 누빈 호랑이, 동백과 모란, 인간의 진정성과 소통, 관계, 나무열매, 의자,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견, 각종 오브제를 담은 지퍼백 등. 작가의 노트에 담긴 작가의 글도 놓칠 수 없다. 참여 작가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김춘옥 작가는 "어떤 사물이든 그 자체의 독립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시간적·공간적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면 이 세상에서 독자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고 본다"라며 "대상을 눈앞에 보이는 존재, 직접적인 관계로만 보지 않고 다른 사물과의 관계성 속에서 누리는 미감이 '유현의 미감'이다"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이천도자기축제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며 안산에서 왔다는 중년 부부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김희정


곽연주 작가는 "나비는 행복과 자유의 상징이다, 작품 '행복 여행'은 글자 그대로 꿈과 행복을 찾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는 감미로운 여정이다"라며 "작년 겨우내 작업한 신작들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듯 즐기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채혜선 작가는 "골프장. 인공적이며 자연을 파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많은 동물들이 무리 지어 살고 있음에 놀라곤 한다, 고라니떼와 멧돼지, 날아가는 까치들과 공작, 물속의 물고기들과 그 위를 떠다니는 오리 가족까지, 골프장 또한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었다"라며 "어쩌면 가장 부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반려견 룽키가 이들의 친구처럼 자유롭게 동행하는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지난 1일 갤러리를 다시 방문했다. 오전 10시, 갤러리 문을 열자마자 관람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 연인, 친구, 모녀, 중년부부, 학생, 회사원, 공무원, 군인, 외국인, 단체 등. 관람객 가운데 아이들은 동물 그림 앞에서 떠나기 싫어한다.

작품 속 사자를 만지고 싶어 한다. 10, 20대는 추상화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50, 60대 여성은 꽃 그림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중년 남성들은 소나무 그림을 유심히 본다. 안산에서 온 50대 부부, 광주에서 아이와 함께 30대 남성 등 다양한 관람객들의 감상 소감을 듣고 모아봤다.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 전율이 흐른다. 이천도자기축제를 구경하러 왔는데 뜻하지 않게 아름다운 그림 작품까지 감상하게 돼 기쁘다. 동양적인 느낌의 그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눈과 마음이 한결 맑고 상쾌해진 느낌이다. 러시아 출장길에 본 자작나무를 작품으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 미술작품에 문외한이어서 갤러리에 선뜻 들어오기 멋쩍었는데 해설사(이천문화원 '조각의숲' 도슨트 회원)가 친절하게 안내해줘 그림에 대한 이해가 쉬웠다."
 

'한집 한그림 걸기전'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갤러리두윤'에서. ⓒ 김희정


"갤러리에서 미술작품만 전시하는 줄 알았다.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평소 그림 작품 구매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구매는 망설여지지만 이 전시회를 통해 그림이 가깝게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들도 미술작품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월 급여를 조금씩 모아 미술 작품을 구입해야겠다는 꿈이 생겼다."

"도자기에 선으로 표현한 추상화가 독특하고 아름답다. 한 공간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풍성하게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일반인들이 화가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갤러리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신기하고 영광이다. 그림을 보고만 있는데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하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나무와 새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 작품의 트라이앵글 속에 무언가 있는 것 같다. 작품을 보며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어 좋다. 어릴 적 추억과 꿈을 만났다. 작품을 보다가 글의 소재를 찾았다. 반려견 그림을 보고 반려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엄마가 모란꽃을 좋아한다. 이번 어버이날에 선물해드리고 싶다. 그림 작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 작품을 식탁 위 벽에 걸어놓고 식사 때마다 가족과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명품 가방을 구입했으면 나 혼자 행복했을 것이다. 그림이 매개가 되어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구입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작품 감상에 이어 구매하고 소장 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가정이나 사무실, 카페 등 일상에서 예술작품을 즐기고 그것을 나누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한집 한그림 걸기전'은 지난 26일 개막한 이천도자기축제 기간인 5월 12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한편 이번 전시회와 더불어 축제가 열리고 있는 예스파크에서는 실용적이고 세련된 도자기 작품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볼거리, 체험거리도 풍성하다. 축제 기간 동안 신둔도예촌역, 이천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곧 어린이날, 대체휴일이다. 연휴는 언제나 아깝고 짧게 느껴진다. 이천에서 예술작품과 함께 알찬 연휴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집 한그림 걸기전 #제33회이천도자기축제 #갤러리두윤 #예스파크 #빈센트 나의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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