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보는 백미러 동영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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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철(akshdtoa)등록 2019.05.03 18:39
 오늘 모처럼 개교기념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다소 늦게 일어나 조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봄의 전개 기운이 절정을 넘어 위기 단계로 치닫고 있는 과정이라 감기에 지친 몸에서조차 땀을 느낄 정도였다. 포근한 날씨가 가로수의 푸른 잎을 더욱 야무지게 웅켜지고 사방으로 팔을 휘두르며 왕성한 젊은 혈기인 양 생기를 뽐내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늘에 서서 달리는 자동차의 백미러를 쳐다본다. 백미러에 나타난 푸르른 가로수 사열, 다양한 색상으로 장식된 자동차의 행렬 모습, 크고 작은 차량들의 부조화된 모습 등등 이들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도로의 안내표지판과 하얀 선은 안전하게 목표점까지 달리는 이정표가 된다.  교사의 뒤안길도 이와 같다.

 시에 비유하면 한 편의 장편 서사시가 토막토막 교육이 계단을 만들고, 삼행시가 매듭을 엮어 연시조를 이루어 백미러 속에 동영상으로 나타난다. 소설에 비유한다면 연대기적 구성방식을 취한 3인칭 영웅소설이다. 이 세상에서 위대한 인물을 길러내는 자는 이름 없는 무명 교사요, 영웅을 소리 없이 수열처럼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자 또한 무명 교사이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는 시간의 그림자를 찾아서, 상상의 날개를 달고 달리는 타임머신에 몸을 싣고 시간의 과거를 헤쳐가 보면, 물을 건너야 하고, 산도 올라야 한다.

하지만 바다 위를 통과하면서 비춰지는 동영상에는 수많은 고기들의 자유스러운 움직임과 평화가 한순간 즐거움과 낭만을 연상시켜 주지만, 물결치고 넘쳐나는 거대한 파도는 해변가 방파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부서 버리는 성난 청춘의 기백을 연상시킨다. 또 산을 뛰어 넘으면 많고 많은 나무와 다양한 수종이 태양의 온기를 서로 받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틈새를 파고드는 생존경쟁의 서바이벌 게임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만들어 내는 학교 교육의 현장을 기억시켜 준다.

한 쪽에서는 학생이 죽어가도, 또 한쪽에서는 교사가 과로로 쓰러져 가도 평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의 연장선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의 모순도 엿보게 한다. 백미러 속에 비춰지는 교사의 동영상 이미지 탐구는 과거를 알고 현재를 보면 미래의 새로운 대안교육을 찾아야 할 것임을 되새김질 하게 해 준다.

 이형기 시인은 '폭포'에서 말하고 있다. 폭포수처럼 멍이 든 삶의 과정이 어찌 한 두 번에 그치겠는가라고. 그렇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자라나는 어린 싹을 길러가야 하는 길을 타고났기에 아픔에도 연가를 쉽게 낼 수 없었고, 고통스러워도 쉽게 조퇴를 말할 수 없었던 때가 어찌 한 두이었던가? 마치 하루라도 일찍 학교에서 퇴근하면 별천지 밤의 휘황찬란함에 놀라는 때가 어찌 한 두 번이었던가.

삶의 희로애락을 맛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는 하나 뒤돌아보는 교사의 뒤안길에 웃음과 행복만이 점철된 것은 아니었다. 고전소설의 끝맺음처럼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환희의 과정만 동영상에 파노라마처럼 연속되었더라면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쓰는 다양한 소재를 얻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성철 스님이 내세운 장좌불와(長坐不瓦)를 나의 좌우명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온 길도 슬픈 것만은 아니었다.

교장이 되어야 성공한 교사고, 평교사가 되면 실패한 교사라는 생각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지 않는 한 지나온 교사의 백미러 속에 아로새겨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이미지는 정물화이면서 추상화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성공한 교사는 정년기에 서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 말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실패한 교사의 삶은 유종의 미가 없을 때 나타난다. 혹자는 말한다. 교사는 교사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교사의 평가는 학생의 지도, 학생의 가르침 등등의 향기에서. 한 순간 풍겨져 나오는 봄의 꽃, 목련의 일시적인 향기가 아닌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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