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여성을 물건처럼 이용"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나눔

등록 2019.05.04 16:33수정 2019.05.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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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인이 자신의 모습, 아니면 각자 맺고 있는 관계,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안전할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5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여성범죄, 가정폭력이 만연하고 매년 수십 명의 여성이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사망하는 현재 한국 사회. 또한 최근에는 '버닝썬 성접대 사건'이나 단톡방 불법촬영물 유포, 스너프 필름 등이 밝혀지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들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많은 이들이 이에 분노했고 버닝썬 수사 청원 같은 경우 하루 만에 청원 수 22만을 넘기기도 했으며, 다양한 여성 단체들이 규탄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내는 등 수많은 국민들이 여성 폭력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고 있다.

동아리 '너나들이'는 이러한 한국 사회 속에서 모든 폭력이 근절된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의 편에서 열심히 투쟁해왔으며, 쉽지 않은 여정 속에서도 꾸준히 작은 변화들을 이루어 내고 있는 든든한 존재인 '한국여성의전화'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위치한 한국여성의전화 본사에서 교육조직국 활동가 나눔 님을 만났다.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 김수형

   
- 한국여성의전화는 어떤 단체인지?
한국여성의전화는 1983년에 설립된 여성인권 단체이고 전국에 25개 지부가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1만 여명의 회원 분들과 함께 회원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성 평등한 세상,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이 없는 세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이라는 세 가지 비전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고 이 세 가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성 평등한 정책 변화, 여성주의 담론 생산, 여성주의 가치 확산, 조직내부 역량 강화, 여성폭력 피해자 역량 강화. 이 다섯 가지 목표를 세우고 매년 활동방향을 설정해서 활동한다.

올해 2019년도 한국여성의전화의 중점 사업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로, '결국엔 바꾼다, 미투가 해낸다'라는 이름으로 여성폭력대응체계 개선 및 피해자의 다각적 권리 확보 운동을 전개하고 당사자와 함께하는 여성폭력인식개선 문화사업, 전국 지부조직 강화 및 회원활동 활성화, 여성폭력피해자 통합적 자립지원 모델 제시, 그리고 '더 깊게, 더 널리, 더 자주'라는 기조로 신뢰를 쌓는 소통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구체적인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먼저 가정폭력 처벌법 목적조항 개정운동을 계속 하고 있는데, 보통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가정폭력 처벌법은 목적조항을 가정유지에 둔다. 즉,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판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 가정을 보호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에,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개정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스토킹 처벌법 제정 운동을 오래 전부터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들이 엄청나게 발생해 많은 관심을 받았기에 관련 법이 입법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안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이 속도를 내어 제정이 되었지만, 세세하게 봤을 때 성 평등 관점의 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렇기에 기본법 시행 전후 대응 활동을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같은 여성폭력들이 분절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다 이어져 있다. 가정폭력 안에 성폭력이 있고 스토킹이 있듯이, 여러 가지 맥락들이 함께 나타난다. 이를 고려해 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하기 이전부터 주장해왔다. 가정폭력 처벌법이나 성폭력 특별법 등에 우산을 씌워서 사각지대가 없게끔, 여성폭력에 대한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법으로써 꾸준히 제정운동을 계속 진행해왔다.

-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다양한 캠페인과 행사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8년 진행한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 ⓒ 한국여성의전화

   
2018년에는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진행했었다. '쉼터'라는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 바로 우리 단체(한국여성의전화)였는데, 쉼터가 만들어진 지 30주년을 맞았던 2017년도에 한 가해자가 쉼터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활동가들이 상주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후 경찰이 자신은 파출소에서 나온 순경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대응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또한 여성청소년계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강서구 살인사건(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피해자는 25년간 지속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으며, 세 딸 역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다)의 피해여성도 쉼터를 이용해보고, 이사도 가고, 연락도 다 끊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내서 죽였다.

이처럼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다시 찾아내려 하는데도 경찰들은 매번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이야기 밖에 하지 않고, 쉼터가 뭐냐고 묻는 등 무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30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문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해시태그 운동 같은 것들을 진행했었다.

이번에 저희가 주요하게 하는 것들 중에서는 '마음대로 점프'라고 해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도 만들고, 춤도 추고, 연극도 만드는 활동을 추진 중이다. 피해 당사자들이 자립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지원 말고 정말로 필요한 게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에 답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모이신 분들이 "내가 이런 피해를 겪은 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용기를 주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다"라는 말씀을 해 주신다.

또한 성차별, 성폭력 사회에 킥을 날린다는 의미의 행사인 '페스티벌 킥', 공익광고인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인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등의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들. 왼쪽부터 ‘페스티벌 킥’,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여성의전화가 진행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otlin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여성 인권이 전 세계적으로 억압받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질문을 받고나서 비정상적인 폭력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혹시 한국 사회가 유별나게 여성 폭력이 심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 인터넷이나 통념면에서 보았을 때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과 혐오가 유별나게 두드러지는 것 같았다. 또 인터넷에서 페미니즘이 대두된 이후 여자와 남자의 대결인 것처럼 성 대결 구조가 만들어지는 모습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기형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한국적인 특색을 생각해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고대 남학생 카톡방 성폭력 사건이나 최근에 터졌던 정준영 사건 같이 남성들이 여성을 성희롱, 성적 대상화하고 이를 놀이 문화로 삼는 것들을 인터넷의 발달이 더 공고화 시킨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한국의 경우 여성인권단체들이 운동을 치열하게 해서 여성폭력 관련 법들이 굉장히 빨리 제정된 편이지만, 제정 이후에 사법제도 안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고, 변화하려고 하는 제도와는 다르게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적인 특색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외의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놀랍게도 나타나는 폭력의 양상이나 형태, 종류는 전부 비슷하다. 특히 흔히들 선진국이라 하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을 봐도 너무나도 똑같다.

저희가 13년째 주최하고 있는 '여성인권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해외작품들을 보면 저희도 느끼지만 관객 분들도 "어떻게 이렇게 똑같지?"라고 이야기한다. 한번은 <난소 싸이코단>이라는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는데, 여성들이 모여 로스앤젤레스의 밤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인생의 폭력에 맞선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이다.

그 영화가 나왔을 때,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많은 남성들이 공격을 했다고 한다. 한국남성들이 "메갈년", "멧돼지들"이라고 욕하는 것처럼 외모비하부터 시작해 혐오하는 양태들이 너무 똑같다. 그런 것들은 결국 가부장제 구조 위에서는 모두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자 처해있는 문화나 법 제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이 너무나 비슷하게 폭력을 당하고 있고, 그런 것들이 절대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걸 봤을 때, 전 세계적인 여성 인권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난소 싸이코단>의 한 장면. ⓒ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여성의전화가 처음 출범하고 활동할 당시에는 주변의 지원없이 스스로 개척해 나갔었는데, 그런 환경에 비해 지금은 여성주의가 대두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해 연대하고 열심히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사실 90년대에도 소위 '영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었다. 90년대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이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사실을 증언하실 때나 호주제 폐지 운동이 일어날 때도 여성운동이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최근에 또 여성인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활발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매우 긍정적이다. 저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웃음). 

SNS의 발달로 굉장히 많은 의견들이 시공간의 제약없이 공유되고, 거기에 실천력이 담보돼서 큰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안에서 많은 여성주의 담론들이 생성되기도 하면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언어와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부분 또한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란 존재는 단일한 하나의 존재가 아니기에 다양한 담론들이 생성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여성들의 언어가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 활동을 하시다보면 많은 사례를 접할텐데 가장 보람있던 경험이라면?
굉장히 많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매년 회원 행사를 열고 있는데, 행사할 때마다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이 모여서 많은 얘기를 나눈다. 이렇게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들 연령대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본인의 롤모델인 여성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문화가 잘 없는데, 이런 활동 속에서 그들과 다양한 얘기를 나누면서 노년 여성들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젊은 세대를 보면서 "너희는 이런 분위기구나, 살맛이 난다"라며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좋다.

- 한국 사회에서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한국남성들이 '우리 밥그릇을 뺏는다, 여성들만 잘 살려고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운동을 비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성운동이 여성만 잘 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공격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
가부장제도 안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있어 소유물이자 장난감이고, 대상화하고 희화화 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즉, 여성들은 남성에 의해 노리개로 사용되는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성적 대상화와 가부장제를 향해 페미니즘은 반격을 하고, 그런 문화들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보니, "어? 여성들은 당연히 대상화 되고 놀잇감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지 않을 수가 있어?"라는 남성들의 반발심이 생긴다. 흔히 어떤 성적인 차별에 대해 지적하면 남성들이 "너무 예민하다"같은 표현들을 쓴다. 농담인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음담패설과 성희롱을 일삼는 것이다. 혐오나 성희롱, 차별과 폭력은 학교나 일터, 집에서 안 벌어지는 곳이 없다시피 굉장히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그런 부패한 남성 문화를 통해서 성매매를 비롯한 성산업들이 굉장히 크게 자리를 잡았고, 버닝썬 게이트 같은 사건들로 터지게 되었다. 김학의 사건 같은 경우에도 뇌물로 여성을 물건처럼 이용해서 성접대를 했고, 장자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남성 문화가 어떻게 구조화 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단순히 정준영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남성들이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 하면서 남성연대를 공고히 하기도 한다. 우리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은 이런 것들을 분쇄하려고 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나의 문화를 너희가 부수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훨씬 더 그런 백래시를 가하는게 아닌가 싶다.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 김수형

   
- 이런 활동을 하면서 그리는 앞으로의 한국 사회의 모습은?
모든 개인이 자신의 모습, 아니면 각자 맺고 있는 관계,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안전할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 폭력 없는 사회,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일상 속에서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총여학생회 같은 활동들에 동행하면서 키워 나갈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여성의 언어로 하는 것이 결국에는 나의 일상을 바꾸고, 나아가서 문화를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 질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싶다.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게 왜 당연한 건데?"라는 질문을 항상 던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폭력 피해자들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힘을 낼 수 있는 한마디를 해주는 것, 그 분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느낌을 믿는 것도 되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낀 지점을 놓치지 않고, 왜 이렇게 느꼈을까 생각하고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 앞으로 우리 모두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약자라는 이유로 혐오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젊은 세대들이 많이 변하고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시대를 그려 나갈 대학생들과 청년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앞의 질문하고 연결되는 지점인 것 같은데,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면 되게 많은 사람들이 외롭다고 느낀다.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 세상을 어떻게 바꾸지 하고 막막한 감정이나 좌절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사실 페미니즘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활동이기도 하지만, 내가 잘 살기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본인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미투 운동 같은 경우에 어떤 폭력 피해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면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같은 공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나도 그게 불편했어"라고 얘기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분명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많은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말하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고, 그런 분노로부터 힘을 얻어 집회도 나가보고 여러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이와 더불어 여성단체에 후원을 하는 것도 되게 큰 활동이다. 사실 살다 보면 너무 바쁘기도 하고 주변에 이런 문제들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럴 때에는 후원을 해서 마음으로 연대하면 된다.

보여지는 미디어나 웹툰, SNS 등지에 여성혐오가 너무 심한 현실에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면 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많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쉬엄쉬엄 자신의 속도로 계속 잘 생존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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