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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만족, 질은 글쎄... 비시즌 KCC 조타수 행보 관심

[프로농구] 포인트 가드 라인 세대교체 시급

19.05.05 11:21최종업데이트19.05.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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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KCC는 이정현과 송교창의 팀이다. ⓒ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를 이끌어가는 두 축은 슈팅가드 이정현(32·191cm)과 스몰포워드 송교창(23·201cm)이다. 불과 두 시즌 전까지만 해도 포인트가드 전태풍(39·178cm), 센터 하승진(34·221cm)이 간판스타로 불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이정현이 FA 역사상 최대 금액인 9억 2000만 원에 새로이 합류했고, 고졸루키 송교창이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현재의 토종 원투펀치가 구축됐다.

고교 시절부터 특급선수로 분류됐던 송교창은 입단 당시부터 '팀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기둥'으로 꼽혔다. 빅맨의 신장으로 스윙맨처럼 달릴 수 있다는 점은 송교창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줬다. 그는 주로 수비, 허슬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가운데 높이와 스피드를 무기로 위력적인 속공수 정도에 그쳤으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들면서 득점에서도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시즌 송교창은 포스트업, 페이스업을 자유로이 펼치며 매치업 상대를 전천후로 힘들게 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일단 몸싸움 능력이 눈에 띄게 보강된지라 거친 수비 속에서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슛을 던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리바운드도 잘 잡아주며 탭 슛까지 책임지는 등 포스트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는 슛도 자신 있게 던지다 보니 미들, 3점을 가리지 않고 성공률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정현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 2번(슈팅 가드)이다.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과감하게 돌파를 감행해 득점을 올리거나 자유투를 얻어낸다. 골 밑으로 들어갈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쏘는 미들슛, 뱅크슛도 일품이다. 거기에 볼을 소유하지 않고 있을 때의 움직임까지 좋다. 그는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슈터 혹은 속공수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

그는 2대 2 플레이에도 능해 수비 입장에서는 막아내기가 매우 까다로운 유형의 선수다. 그렇다고 수비가 약한 것도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도 이겨낼 수 있고 빠른 손놀림으로 패스를 쳐내거나 공을 가로채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야말로 완성도 면에서 리그 탑급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농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포지션별 밸런스가 중요한 종목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포지션에서 약점이 노출되거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너지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주전을 받쳐줄 백업도 중요하다. KCC 역시 마찬가지다. 이정현, 송교창이라는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타 포지션과의 밸런스는 비 시즌 간 꼭 풀어야 할 과제다. 
 

1번 문제를 안고있는 KCC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유현준의 성장이다. ⓒ 전주 KCC

  
포인트 가드 라인이 강점이던 팀, 이제는 최대 불안 요소
 
물론 전태풍, 하승진이 건재한 가운데 물오른 이정현, 송교창이 함께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나이 차를 비롯해 전성기가 제각각 다른 이들이 좋은 모습을 동시에 보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전태풍, 하승진은 노장대열에 들어서 있다. 한창때 마크맨들의 다리를 꼬이게 해서 넘어지게 만든 전태풍의 현란한 드리블, 몸싸움에서 외국인센터들조차도 압도하던 하승진의 모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우승을 합작하는 등 KCC를 강호로 이끌던 둘에게 이제 더 이상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태풍과 하승진의 자리는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됐다. 특히 전태풍으로 대표되던 1번 포지션은 당장 대체 자원이 필요하다. 하승진 같은 경우 주전까지는 힘들더라도 식스맨으로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잠깐씩 나와서 상대 외국인 선수와 몸싸움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반면 테크니션 전태풍은 다르다. 체력은 물론 스피드, 운동신경 등에서 예전 같지 않은지라 더 이상 상대 팀에게 위협을 주지 못한다. 당장 은퇴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타팀도 마찬가지겠지만 KCC가 잘나가던 당시에는 1번 라인이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역대급 포인트가드인 이상민, 전태풍을 비롯 신명호, 임재현 등이 역할을 잘해줬다.

아쉽게도 현재는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 앞서 언급한 전태풍을 비롯 주포지션인 2번과 더불어 1번 역할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김민구(28·191cm)를 포함해 신명호(36·183cm), 이현민(36·173cm), 유현준(22·178cm), 권시현(23·180cm) 등 겉으로 드러나는 라인업에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이름값 면에서는 상당한 구성이다.

하지만 전태풍, 이현민은 노쇠화로 인해 예전의 기량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공격적인 부분은 둘째 치고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막아내는 것 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두 선수가 코트에 나서면 앞선에서부터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두 노장 외에도 앞서 언급한 대부분 선수에게 해당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교통사고 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고 있지 못하는 김민구의 최대 약점도 수비이며 유현준 또한 작은 사이즈의 한계를 극복할 만큼의 수비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수비 전문선수인 신명호와 아직 기량이 확인되지 않은 신인 권시현을 제외한 1번 자원 모두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낙제점인 실정이다.

과거 허재 감독 시절 신명호, 임재현, 강병현으로 이어지는 '들개군단'의 수비를 기억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가드 라인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득점, 패싱플레이는 둘째 치고 수비에서 먼저 무너지는지라 2번 이정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유현준, 권시현 등 젊은 피의 성장이다. 유현준은 정통파 포인트가드로서 패싱센스에 관해서 만큼은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수비력과 외곽슛 성공률만 어느 정도 끌어올릴 경우 충분히 주전 1번으로서의 활약이 가능하다. 권시현 또한 대학 무대에서 보여준 자신감 있는 공격력과 찰거머리 수비력을 프로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면 충분히 전력에 보탬이 될 자원이다.

물론 이같은 사안은 비단 KCC만의 문제는 아니다. 돌아올 새 시즌은 바뀐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빅맨 올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가드 용병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토종 가드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분위기다. FA 자격을 얻은 창원 LG 주전 포인트가드 김시래(30·178cm)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FA 가드진의 활발한 이동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최근 들어 자존심을 구긴 KCC는 가드 왕국의 전통의 이어나갈 수 있을지, 비시즌 이지스함 조타수 구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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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1번 포인트가드 유현준 송교창 이정현 권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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