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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걱정 했다"... '버닝썬' 7번 테이블 손님들의 정체

[TV 리뷰] 판결문에 등장하는 황하나와 7명 추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9.05.05 17:17최종업데이트19.05.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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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나 리스트의 존재를 주장하는 제보자. 2017년 말 마카오에서 황하나씨와 박유천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 SBS


"황하나씨 사건에서 긋기 시작한 선은 버닝썬으로 이어졌고 그 선은 클럽 안에서 은밀한 사생활을 이어온 VIP들과 연결됐습니다. 다음 순서는 누굴까요? 그건 우리가 내내 찾아온 유착의 실세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수사 당국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번엔 2015년처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질 말길 바랍니다." - 김상중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일가 외손녀 황하나씨와 버닝썬은 어떤 관계일까? 4일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황하나와 버닝썬 - VIP들의 은밀한 사생활'편을 통해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나갔다. 

특히 이날 방송에선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일가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을 투약한 연예인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버닝썬 게이트를 촉발시킨 김상교씨 폭행 사건이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소위 '나사팸'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과잉 대응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방송은 폐쇄병동에 숨어 있던 황하나씨에 대해 제보한 사람, 그리고 마카오 현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환전 일을 한다는 제보자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마카오에 온 박유천씨와 황씨를 자신의 상관인 이아무개씨에게 소개받았다는 이 제보자는 "마약한 연예인 명단을 황하나씨가 이씨에게 줬다"면서 "당시에 오빠(이씨)가 아동 성매매와 원정 성매매 알선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져 있었다. 이걸로(마약한 연예인 명단) 검찰과 거래를 하라는 거였다"고 밝혔다. 실제 제보자의 설명 대로, 같은 시기 황씨 SNS에는 홍콩을 경유해 마카로오 간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제작진이 '황하나 리스트'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이씨를 수소문했지만, 그는 이미 자수를 하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제작진의 취재 요청에 이씨는 아버지를 통해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방송에서 김상중은 "제보자에 따르면, 황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씨에게 리스트를 전송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수사할 여력 없었다는, 경찰의 석연치 않은 해명
 

체포된 황씨의 모습. ⓒ SBS

  
최근 황씨가 주목받은 것은 대학생 J씨에게 마약을 공급했음에도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였다. 황씨가 지난 2015년 J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정황이 있음이 J씨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황씨는 판결문에서 총 8번이 언급됐다. 마약 공급 혐의는 단순 투약보다 죄질이 더 무겁고 따라서 더 중한 처벌을 받는다. 판결문엔 그가 J의 팔에 직접 주사까지 해줬다고 적시돼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종로경찰서는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 건에 인력이 다 투입되면서 수사할 여력이 없었다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했다.

조사를 받지 않은 것은 황씨만이 아니다. 판결문에 등장한 연루자는 전체 7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고 제작진은 주장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판결문에 언급된, 에칠론이라는 마약을 J씨에게 공급해준 것으로 나오는 오아무개씨에 대해서도 추적했다.  

오씨는 강남 클럽의 유명 DJ로,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YG X 소속의 디제이로 밝혀졌다. 그는 YG X의 대표인 승리(이승현·29)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승리가 키우는 유망주이자 클럽 버닝썬 무대에 오르던 유명 디제이로 소개돼기도 했다. 하지만 황하나와 오씨의 인연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방송에 출연한 강남 클럽 한 관계자는 "황하나씨와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와는 친하다"라고 말했다.  

김상교씨 폭행하는 동안 빠져나간 7번 테이블 손님들의 정체
     

김무성 의원의 사위 이아무개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조아무개씨는 검찰에 이씨 외 유력층 자녀 및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으나 정작 검찰은 수사에 소극적이었다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도했다. ⓒ SBS


제작진은 지난 2월 구속된 버닝썬 MD(영업직원) 조아무개씨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방송은 조씨가 경찰 조사에서 황하나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적이 있다는 진술이 있다고 전했다. 조씨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인 이아무개씨에게 필로폰과 코카인을 판매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김무성 사위 이씨는 필로폰과 코카인 등을 15번이나 투약했는데도 집유를 언도받아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월 이씨를 수사하던 검찰은 '정재계 고위층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공급책 조씨의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사위 이씨에 대해 자세한 보도를 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주간지 <선데이저널>의 리차드 윤 기자는 "(당시 사건과 이번 버닝썬 사건이) 공급책이 같다"면서 "지금 걸린 애들은 B 그룹이다, A 그룹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강남 클럽 한 관계자는 "이문호가 아레나에서 걔(조씨)를 데려와서 활용했을 것"이라며 "유명한 공급책이 필요했을 거고 필요한 이유가 VIP 관리를 해야 하니까"라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문호 대표와 조씨는 초중고 동창이자 파티팀을 꾸려 클럽 일을 함께 시작한 동료 사이다. 

이문호 대표의 지인은 "버닝썬이 터지고 나서 (이 대표가) 약을 많이 걱정했다"면서 "(마약은) 조씨가 구해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이 지인은 "이문호가 조아무개 변호사를 (구해서 조력) 해주는 거 같다"면서 "해주는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아무리 친해도 돈이 거의 억으로 들어가는데"라고 덧붙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날 이문호 대표가 속해 있다는 소위 '나사팸(버닝썬 VIP)'의 존재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상교씨 폭행이 일어난 당일 VIP석인 무대 옆 7번 테이블에 앉았던 회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김씨를 가장 먼저 때렸다고 한다. 이후 장아무개 이사가 김씨를 폭행하는 동안 7번 테이블의 손님들은 클럽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승리의 최측근이자 버닝썬의 실세라는 두 사람
 

클럽 버닝썬 김상교씨 폭행 당사자로 지목된 7번 테이블 나사팸의 사업 내용을 관련자가 제작진에게 진술하고 있다. ⓒ SBS

 
제작진은 강남 클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사팸이 마약 투약 의혹이 있는 강남의 신흥 부유층이라고 밝혔다.  

"(7번 테이블 손님들이) 스포츠 도박으로 구속됐다가 얼마전에 나왔다고 들었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 보이스 피싱 같은 불법적인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그걸 해서 번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 신분세탁인 거다. 자기들끼리 신흥 재벌이라고 한다. 돈 쓰는 것을 보면 재벌보다 더 많이 쓴다." 

사회자 김상중은 "클럽이 (이들이 가져온) 현금을 수표로 바꿔주고 이를 매상에서 누락해 탈세를 한다"라고 추정했다. 

제작진은 7번 테이블의 회색 후드티의 남자 최아무개씨가 경찰조사 받게 되면 마약 투약 사실이 드러날까 염려돼 장 이사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봤다. 또 나사팸과 가까운 이문호 대표와 김아무개 MD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면서 폭행이라는 과잉 대응이 벌어진 것이라고도 봤다. 
 
제작진은 이문호와 김아무개 둘을 승리의 최측근이자 버닝썬의 실세로 지목했다. MD 김씨는 지난 3월 '정준영 단톡방'에 올린 불법 촬영물 유통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도 나사팸의 멤버다. 그는 유리홀딩스의 직원으로, 버닝썬에서도 월급을 받아갔다는 진술이 나왔다. 방송에선 그와 관련해 "승리의 수족 노릇을 했다. 분신이다. 승리 대표의 모든 지인을 관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렇다면 클럽 버닝썬의 MD들은 어디서 마약을 공급받은 것일까. 방송에서 마약수사 전문 조상현 경감은 이렇게 말했다. 

"주요 수요층은 클럽이다. 우리는 백화점이라고 부른다. 모든 종류의 마약을 MD한테 대주는 거다. 작년 봄에 검거했던 LA (한인) 갱단이 가져온 (23억원 상당의) 물건을 강남지역 MD가 사려 했다. 당시 MD들이 불구속되니까 다 잠수탔다."  

단순한 개인 일탈 아닌 조직적인 범죄
  

국내 클럽에 마약을 판매하려 한 미국 LA 한인 갱단 ⓒ SBS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버닝썬 게이트 보도를 통해 이제 한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님이 널리 알려졌다.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버닝썬은 마약을 공급하고, 사용하고, 마약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게 해준 하나의 공간이자 조직임이 드러났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 행위인 셈이다. 이는 김상중이 지적한 것처럼 VIP의 쾌락 추구와 버닝썬 경영진의 탐욕이 만난 결과였다. 

'도박'과 더불어 '마약' 투약은 흔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자신만 망치는 범죄라고들 한다. 이것은 마약을 옹호하고 마약 단속을 반대하는 논리로도 작용해왔다. 하지만 GHB(물뽕) 피해자들이 속속 피해를 호소하면서 남성의 쾌락을 위해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강남 클럽에 만연돼 왔다는 기막힌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범죄는 그동안 암암리에 알려졌으나 공론화되지 못했다.

가해자들은 단톡방에 모여 피해 여성을 '시체'라고 표현하고, 영상을 공유하고, 피해자를 조롱했다. 영상 일부는 인터넷에 퍼진 정황이 있음에도 가해자들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소위 '황하나 리스트'에 대한 의문점도 생긴다. 마약사건은 마약을 판매하고, 전달받고, 함께 투약하는 공동범죄로, 이들 중 한 명만 검거해도 고구마 줄기처럼 관련자를 줄줄이 검거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로 볼 때 황씨가 마카오의 환전업자 이씨에게 제공했다는 연예인 명단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씨는 남양유업 오너 일가라는 배경으로 평소 연예인이나 유력자 자녀와 광범위한 친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자 김상중은 "폭행, 마약, 성폭행, 성접대, 경찰 유착 의혹 가운데 클럽과 경찰, 연예인과 공권력의 유착 의혹이 유난히 수사가 더디다"고 수사 진전을 촉구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승리로부터 접대 혐의를 받은 윤아무개 총경은 강남 클럽에 대해 경찰 수사정보를 알아봐 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직권 남용)로 검찰에 송치될 것으로 4일 보도됐다. 그러나 윤 총경이 승리로부터 골프와 식사접대, 콘서트 티켓 등을 제공받은 것은 청탁금지법상 무혐의로 결론났다고 알려졌다. 대가성을 입증 못해 뇌물로 볼 수 없고, 액수가 적어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민들의 이해와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수사 결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또 그동안 버닝썬에 제기된 의혹은 버닝썬만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혹에서 강남 클럽 어느 곳도 자유롭지 않다. 앞으로 수사와 취재가 더 확대돼야 하고, 여성을 상대로 한 마약 범죄가 근절되는 데 수사력이 집중돼야 한다. 
그알 버닝썬 황하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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