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폭파하자"는 김무성의 흑역사... 이게 진실입니다

[삽질의 종말 22] 4대강 보 해체 반대집회에서 나온 가짜 프레임의 진화

등록 2019.05.07 18:36수정 2019.05.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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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고 있습니다. 5월 말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합니다.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도 5월 초에 출간했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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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 등장한 피켓. ⓒ 김병기

  
"4대강이 옳았다. MB는 위대하다."

지난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 등장한 피켓의 글귀다. 실패한 사업의 대명사처럼 쓰였던 'MB 4대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활하고 있다. 4대강사업 때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나섰고, 국민의 거센 반대를 묵살하면서 전면에 나섰던 인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청산하지 못한 4대강의 흑역사는 이렇게 되풀이 되고 있다. 2019년 5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장을 떠올렸다. 막말과 거짓 프레임은 반복되거나 진화되고 있었다. 

[관련기사] 김무성 "4대강 보 해체 다이너마이트로 문재인 청와대 폭파"

[김무성] 9년 전 "다 나와, 다 밀어" 날치기 예산 통과 주역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합시다, 여러분!"

김무성 의원이 지난 2일 서울역에서 마이크를 잡고 외친 말이다. 이에 대해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서 "다이너마이트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했지만, 9년 전인 2010년 12월 8일 오후 4시 15분, 김무성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이 떠나갈듯이 외친 말은 행동으로 옮겨진 돌격명령이었다. 

"다 나와!"
"다 밀어!"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당(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야당의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의장석 위로 기어 올라가 야당 의원의 멱살을 잡는 여당 의원도 있었다. 의장석을 점거했던 야당 의원들은 사지가 들린 채 끌려 내려왔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끌려나오면서 울부짖었다. 김무성 의원의 외마디 소리 직후에 바로 아래와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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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4대강사업 예산 날치기 통과 때의 장면 ⓒ 영화 '삽질'에서 갈무리


김무성 의원은 4대강사업 예산안 날치기의 '행동 대장'이었다. 의장석을 점령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과 2분 만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 뒤 몇 년 동안 국민세금 22조원으로 매년 녹조와 실지렁이, 깔따구가 창궐하는 강을 만들었다. 지금 강물의 흐름을 막아 '죽은 강'을 만들고 있는 4대강 보는 당시 그가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세금으로 세운 것이다.

이랬던 그가 9년 뒤에 서울역에 나타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절대 다수의 요구를 거부하고 4대강 보를 해체한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기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강이 죽든 살든 상관없이 자기 잘못을 끝까지 덮겠다는 뜻이다.  

[이재오] 12월 8일 '날치기 국회'에서 웃고 있던 특임장관

9년 전 김무성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돌격명령을 내릴 때 이재오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특임장관이었다. 그 역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편의 재미있는 막장 드라마를 보듯 웃으면서 야당 의원들이 끌려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에 등장하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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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예산 날치기 통과되는 장면을 웃으며 지켜보는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 ⓒ 영화 '삽질'에서 갈무리


그는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대통령 후보 제1공약으로 내세울 때부터 한반도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했다. 이 전 대통령이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이름을 바꿔서 추진할 때에도 청와대 특임장관 자리에서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잦아지지 않자 그는 자기 묘비석에 "4대강 잘했다"라고 써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도 이날 서울역 집회에서 "4대강 보 해체를 결정한 데 책임 있는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면서 4대강 보 해체를 주장한 100명의 명단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심상정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그는 이날 "보를 헐어서 물을 빼면 가뭄과 홍수를 감당할 수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어 먹고 살 게 없다, 먹고 살 게 없으면 죽는 게 아니겠냐"면서 "4대강은 단순하게 강을 넘어서 우리들의 생명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9년 전에 밀어붙였던 4대강사업으로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농토에서 쫓겨났다. 4대강 보로 막혀서 썩어가는 강에서는 물고기도 떠나갔고, 어민들도 하나둘씩 생계 터전을 잃었다. 그 뒤 농민들은 매년 창궐하는 녹조 물로 농사를 짓고, 1300만 명의 영남인들은 이 물을 고도정수처리해서 먹고 있다. 

4대강 보가 열린다면 농민과 어민, 그리고 시민들에게 그 편익이 돌아가지만, 4대강사업의 주역이었던 이재오 공동대표에겐 매를 버는 일이다. 9년 전 국민 세금 22조원을 들여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4대강사업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진석] "정치 생명 걸라"고 압박한 이명박 대통령실 정무수석

"문재인 정부에 경고한다. 탈원전에 이어서 4대강 보 해체 철거를 그대로 강행한다면 제2의 동학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서울역 집회에서 이 말을 한 인사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다가 처넣고 지금도 망나니 칼 춤추듯이 정치보복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그는 9년 전 4대강사업 예산 날치기 통과 때 이명박 대통령실 정무수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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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31일 정진석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 ⓒ 정진석 트위터 갈무리


그는 날치기 당시 국회 본회의 현장에는 없었지만, 날치기 예산통과를 앞둔 그해 10월 31일 자기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다잡기 위한 글을 올렸다. 

"4대강 사업이 강살리기 사업이냐 대운하 사업이냐의 주장에 대해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보다 한 달 앞서서 사실상 여당 의원들에게 날치기 예산통과를 압박하고, 야당 의원들에게는 이를 막지 말라고 겁박한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누가 거짓 주장을 했는지는 결국 판명날 것"이라면서 "중대한 국책사업의 실체에 대해 국민을 호도한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당시 정부 여당은 4대강사업을 '녹색 뉴딜' '국운융성 사업'이라고 포장했지만, 강을 망치고 국운을 융성시킬 정도의 경제적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9년 전 그는 거짓 주장을 한 자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패한 국책사업에 대해 그 뿐만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진 자는 없다.

이렇듯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다이너마이트'나 '정치 보복'과 같은 발언이 나오고, 되레 책임져야할 자들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짜 프레임의 진화] 진보와 보수의 언어 짜깁기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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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행진 나선 이재오-정진석 "보 해체는 국가시설 파괴" 이재오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공동대표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농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저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뒤 보 해체를 반대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서울역 집회 때 연단에 올라 '좌파 정부 척결'을 외쳤던 3인방은 4대강사업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9년 동안 막말로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좌우를 넘나드는 언어로 '가짜 프레임'을 짜서 국민들을 호도해왔다.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들이 짠 프레임 중 대표적인 건 '녹색 뉴딜' '녹색 성장 동력'이었다. 이전까지 소위 진보의 언어였던 녹색과 보수가 내세웠던 토목공사를 통한 개발이익을 조합했다. 녹색은 '4대강 살리기'라는 프레임으로 진화했다. 이 역시 환경을 중시하는 진보의 언어였다. 진보의 언어를 강탈한 이들은 성장 신화로 가짜 프레임을 짰다.

이들의 또 다른 기술은 '빨갱이 프레임'이었다. 역대 극우 독재정권은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국민들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4대강사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좌파'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이 프레임은 모든 이슈를 정치 논쟁으로 둔갑시키는 블랙홀이었다. 건전한 정책 논쟁을 차단하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9년 뒤 서울역에서 본 자유한국당의 '가짜 프레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4대강살리기사업'에서 '살리기'가 빠졌다.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강을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강을 죽인 대규모 토목공사에 '녹색'이란 간판을 계속 내걸면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녹색' 대신 앞세운 것은 홍수 예방 효과이다. 김무성 의원은 서울역 집회에서 김대중 정권 때인 2002년 태풍 루사와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태풍 에위니아를 언급하면서 4대강사업 이후 홍수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진단하면 홍수피해가 없었던 것은 그 정도의 위력적인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지 않아서였다.

시간당 80mm, 일일 강수량 870mm라는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했던 태풍 루사의 경우 가장 큰 피해지역은 4대강과는 거리가 먼 강원도였다. 또 그 이전과 이후에 일어난 크고 작은 홍수 피해는 4대강의 본류가 아니라 강원도 등 산간 지역이나 지류, 지천에서 발생했다. 결국 홍수가 없는 곳에 홍수예방 목적의 보를 세워놓고 홍수를 예방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정책으로 풀자더니... 막말과 언어도단

이들이 4대강사업 때 반대자들을 몰아세웠던,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빨갱이' 프레임은 9년이 지난 뒤에 '좌파독재 정부'로 진화했다. 독재라는 부정적인 단어에 좌파를 붙여서 새로운 프레임을 짰다. 아래 사진은 서울역 집회장 옆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책을 깔아놓고 홍보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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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전시한 사람들. ⓒ 김병기


하지만 역대 정권 중 대표적인 독재자로 불리는 인물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우파 정권'이다. 이들이 좌파로 분류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9년 전 좌파의 상징적인 색깔인 '녹색'을 도용했던 이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집권 여당에게 붙어있던 독재의 딱지를 좌파에 붙여놓고 공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주보사무실에서 '문재인 정부 4대강 보 파괴 저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공주보 부분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간담회를 열었다. 이 때 황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풀려고 하니까 일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좋은 방향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중략) 정부는 좌파, 관변단체와 시민단체 말만 듣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공주보 해체 철거 절대 반대'라는 가짜뉴스 현수막으로 공주 시내를 도배했던 공주보철거반대 투쟁위 간부들만 모아놓고 진행됐다.

황 대표는 이날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역 집회 때 자유한국당이 내걸었던 현수막과 구호는 '다이너마이트', '청와대 폭파', '좌파독재', '정치보복' 등 섬뜩한 정치 선동 구호였다. 4대강에 한 일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 막말과 언어도단으로 짠 가짜 프레임들이다.

이런 집요한 작업을 통해 괴상한 문구가 정상인 것처럼 서울역에 출몰한 것이다. 

"4대강이 옳았다. MB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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