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없는 불닭볶음면이 있다고? 한번 먹어봤습니다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할랄/채식 라면, 국내에서도 유통되길

등록 2019.05.08 13:49수정 2019.05.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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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불닭볶음면 먹었어."
"너 채식주의자 아냐?"
"맞아. 그런데 이 불닭볶음면엔 닭이 없거든!"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지도 7년.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도 한 번은 먹어봤다는 삼양식품의 효자상품이다. '코리안 스파이시(Korean spicy)'로 알려진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높다. 이에 일찍이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삼양식품은 국내에 유통되는 불닭볶음면과는 조금 다른 불닭볶음면을 내놨다. 바로 '할랄인증' 불닭볶음면이다.

'신이 허락한 좋은 것'을 뜻하는 할랄(halal)은 무슬림이 따르는 율법이다. 이 율법에 따라 무슬림은 돼지는 물론 알라의 이름 아래 올바른 방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고기 등을 먹지 않는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국가에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할랄인증은 필수다. 불닭볶음면 역시 일부 상품(핵불닭볶음면, 까르보 불닭볶음면 등)에 대해 할랄인증을 받았다. 이 해외용 불닭볶음면은 국내용과는 다른 생산라인을 통해 생산된다.

'할랄=비건(vegan, 완전 채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불닭볶음면의 경우 국내용에 포함되는 재료들을 빼자 비건식품이 됐다. 이는 2011년 국내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라면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김치라면, 감자라면 등 할랄인증을 받아 해외에서 판매되는 라면 역시 증가 추세다. 불닭볶음면뿐 아니라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맛있는라면, 삼양라면 등은 비건인증을 받기도 했다. 

맛도, 모양도 똑같은 '닭 없는' 불닭볶음면
  

(좌측 상단) 국내용 핵불닭볶음면의 성분(출처:삼양라면 홈페이지)과 (우측 상단) 수출용 핵불닭볶음면의 성분. 수출용엔 동물성 재료가 없다. 하지만 그 맛과 모양은 국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 조윤진

 
그렇다면 고기가 빠졌으니 그 맛도 덜할까? 인도에서 판매 중인 할랄 인증 핵불닭볶음면을 먹어봤다. 채식을 하기 전, 불닭볶음면을 먹어봤으니 그보다 '핵'만큼 매우면 성공이다.

드디어 시식의 순간. 첫입에선 (감히) "음, 먹을 만한데?"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이내 불닭볶음면 소스 특유의 매운맛이 확 올라와 물을 찾게 되는 것부터, 물을 마시니 더 매워져 낭패를 보게 되는 것까지 똑같았다. 닭, 소고기, 계란, 우유가 빠진 '동물 착취 없는' 불닭볶음면도 똑같이 매웠다.

함께 구매해 먹어본 신라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끓인 라면 맛 비교를 위해 사놓곤 술에 잔뜩 취해선 그냥 생라면에 스프를 뿌려 먹어버리고 말았지만, 신라면 스프의 짜고 자극적인, 매운 맛은 역시 같았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신라면 특유의 스프향은 순식물성으로 만들어져도 변하지 않았다. 굳이 동물을 착취해야만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 무슬림 인구 20만 명, 채식 인구 100~150만 명… 국내에도 출시되길

해마다 1인 평균 73개(2017.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의 라면을 먹는 '라면절대강국' 한국이지만, 국내의 무슬림이나 채식주의자들은 라면을 먹기 힘들다. 육류 없이 만들어지는 라면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무슬림과 채식주의자의 수는 이제 더 이상 극소수가 아니다. 국내 무슬림 인구는 약 20만 명(한국인 무슬림 3만 명, 한국 거주 무슬림 17만 명. 2014년11월, 법무부)으로, 채식 인구는 약 100만~150만 명(2018년, 한국채식비건협회)으로 추산된다. 또한 인구 구성이 글로벌해지고 동물권/웰빙 등의 키워드가 확산되는 현재, 그 수 역시 점차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 핵불닭볶음면을 맛있게 먹은 뒤, 삼양식품에 "해외용 불닭볶음면을 국내에서도 출시할 계획이 있느냐"는 문의를 해봤다. "국내에서도 무슬림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며 수요가 늘고 있으니 관련 부서에 내용을 전달하여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불닭볶음면뿐 아니라 해외에서 비건식품으로, 할랄식품으로 판매되는 다른 라면 등의 식품 역시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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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되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행 중에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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