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을 만든다

[인터뷰]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

등록 2019.05.09 17:43수정 2019.05.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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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터>는 10년 전에도 조성애 국장을 모시고 노안사업의 중요한 이슈들을 들어보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성은 그가 가장 강조하는 노안운동의 핵심이었다. 한편에서 지난 10년간 비정규직이 만연해지고 '위험의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일터의 위험이 가장 약한 고리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다양한 직업도 등장했다. 따라서 우리가 투쟁해야할 노동 문제 역시 다양해졌다는 점도 새롭게 주목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운수노조는 학교, 병원, 지하철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공존하고 있는 현장의 노안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8일 노안사업 담당자인 조성애 정책기획국장과 함께 공공부문의 이슈와 더불어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분리될 수 없다

"안녕하세요.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조성애입니다. 노동안전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직책이 정책국장인데요. 아직 노안국장이 없어요. 작년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 선임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조 차원에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로는 현장에서 사고 이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세 번째로 공공운수노조라는 측면에서 공공부문이라는 특수한 지점이 있어요. 일반 사업장과 다르게 공공부문의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이 연결을 확장시킬 수 있는 노동자의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너무 당연하게도 노동자는 시민이며 시민인 노동자는 노동을 한다. 이 두 가지 영역을 분리해서 생각할 때 일터의 안전은 일터만의, 노동자 개인만의 문제가 된다. 반대로 우리의 모든 일상적 공간은 누군가의 일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터의 안전은 그 일터를 이용하고, 생산물을 소비하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일터의 노동안전은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예를 들어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죠. 지하철의 경우 스크린도어가 생기면서 역사는 깨끗하게 관리되더라도 터널 안의 공기 질이 더 심각해졌어요. 특히 지하철의 레일과 바퀴는 모두 쇠기 때문에 이것이 마모되면서 내부에서도 미세먼지가 많이 생겨요. 우선 환기와 청소를 잘 해야 하는 데 그게 어렵죠. 당연히 터널 내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기관지가 좋을 수 없고 각종 폐질환 및 폐암의 위험도 높아요. 지하철 노동자들의 폐질환 산재가 다른 직종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1.8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것이 지하철 노동자만의 문제일까요? 지하철 문이 여닫히는 순간 먼지 냄새가 콱 나는 걸 누구나 느껴보았을 거예요. 당연히 터널 내 유해물질들이 객실 안으로도 유입이 되겠죠. 만약 지하철노동자들의 폐질환 산재율을 보고 터널이라는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면 시민들도 더 안전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한편에서 공공운수노조에는 다양한 공공부문현장들이 소속되어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현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각도로 노안문제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공장에 만연한 근골질환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상황에서 새롭게 다뤄져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과 감정노동 같이 비교적 새로운 이슈들이 현장의 주요한 현안으로 등장한다.

"학교는 일자리 형태, 직종으로 구별하면 100여 개의 서로 다른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현장이에요. 또 이와 아주 다른 현장인 병원도 있고요. 또 화물노동자와 같이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사안에 집중해서 사업을 꾸릴 수 없어요. 현장의 성격에 따라서 주요한 노안사업도 달라지는데 어떤 현장은 감정노동 문제가 더 중요하다면 어떤 현장은 근골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식이죠. 공통적으로는 사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문제고, 두 번째는 법 적용 문제가 핵심적입니다. 교육공무직 같은 경우는 산안법 전면적용을 받지 못했는데 투쟁의 결과로 급식실은 법적용을 받게 되었어요. 현재 산보위 구성이 진행 중이죠. 한편 영화산업노조, 버스노조처럼 노동시간 특례업종인 곳은 노동시간 규제 적용을 받게 하는 투쟁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도 했죠. 이처럼 매우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해요."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위험의 외주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조성애 국장은 10년 전 인터뷰에서 모든 노동자가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법적용에서 노동자 사이의 위계와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짚으면서 산재법 적용을 가장 중요한 노안활동의 구호로 꼽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어떤 변화가 만들어졌을까.

"별로 진척된 것이 없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특수고용노동자를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물론 약간의 범위확장은 있어왔지만 몇 가지 직종으로 산재법 적용 확대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 권리 측면에서 산재법뿐만 아니라 산안법 전면적용이 되어야 해요."

 어떤 법이든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법안이 마련되는 기본적인 바탕일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없고, 더 영세한 현장의 노동자들이 법적용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는 위험이 더 취약한 곳으로 전가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 문제는 노안운동을 넘어서서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제안하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번 산안법 개정에서 근로자라는 기존의 표현을 '노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변경하였으나 이것 역시 '노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노동조합이 참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미조직 사업장 문제예요. 그나마 조직이 있으면 최소한의 안전과 법적 기준을 지켜요. 지금은 이 이상 눈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의 방안은 우리 공장 안에 있는 하청업체들,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원청이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를 주장할 수 있는 가까운 예시로 태안화력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싶어도 그 기계는 원청 소유잖아요. 하청업체는 사고가 나거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업체로 전환되는 거고요. 그럼 또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오고 개선이 없는 똑같은 기계에서 일하다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원청 노동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물론 원청도 하청도 없고 영세사업장인 경우에는 더 열악한 상황이죠. 이 부분을 조직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더 고민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공부문의 일자리의 질은 어떨까. 갈수록 일자리를 최소화하고 쪼개기 때문에 단시간 일자리들이 늘고 있고 정규 인원 자체를 감축하려는 시도도 있다.

"학교 급식실에 2시간 45분 노동하는 노동자가 있어요. 하루 3시간씩 일하면 주 당 15시간이라 4대 보험, 주휴수당 등 법적 조치가 되어야 하니 생긴 형태죠. 식당에서 점심시간에만 쓰는 아르바이트처럼 배식 시간에만 배치하는 거예요. 공공기관에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이런 일자리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일자리의 질은 안전문제와 연관돼요. 사고 예방은 기본적으로 인력을 늘림으로써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교사를 생각해봅시다. 아이의 부모가 출근하면서 아이를 등원시킨다면 이 아이를 등원버스에 태우는 어린이집 교사의 출근시간은 어떨까요? 이들은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교사 당 돌봐야하는 아이 수가 너무 많아요. 어린이집 교사의 '학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걸 교사 개인의 일탈이나 인성의 문제로 봐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문제를 야기하는 노동조건을 바꿔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59조 완전폐기를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 ⓒ 공공운수노조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다

"전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근기법이 만들어질 때 노동시간은 주 48시간이었어요. 이 48시간이라는 기준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 미국과 영국의 하루 주 6일 8시간 노동제에서 온 거죠. 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40시간으로 단축되는 과정이 노동운동이 투쟁해온 역사입니다.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온 거죠. 이 쟁취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면서 흘린 핏 값으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퇴할 수 없어요."

 이런 점에서 탄력근로제는 시대의 역행이다. 앞서 초단시간 노동자의 사례를 보았듯이 탄력적으로 시간을 조절하는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이며, 이런 식의 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노동자는 스스로의 노동시간 통제력을 지금보다 잃을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통해서 노동시간이 길어진다면 위험의 영향은 일터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확장될 거예요. 조건상 표준적인 노동시간으로 운영될 수 없는 특수한 업무들이 있어요. 병원, 항공, 철도 등이 대표적이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총 노동 시간을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배치하고 그들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해요. 내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버스 운전자라면,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 전체에게 위험이 되죠. 그런 점에서 노동시간 문제는 단순히 현장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노동자에게 자기 권리가 있을 때 안전한 일터를 넘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김지안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5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 #노동시간 #특수고용노동자 #안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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