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담배 피우기도 한다" 승리자 없는 금연장학금

광주대 '금연 6개월' 장학금 가점 논란... 성공 기준도 모호, 개선 필요

등록 2019.05.08 13:37수정 2019.05.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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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대학교가 금연 정책을 중점적으로 실시하면서 학생회도 캠페인을 벌이는 등 금연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광주대 제공> ⓒ 광주드림


#1. 대학생 A씨는 최근 학교의 금연 정책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하면, 장학금 점수로 혜택을 준다는 부분에서다. 학자금 대기도 팍팍한 현실, 장학금은 많든 적든 절박한데 말이다. 비흡연자인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억울하기까지 하다. 당장이라도 흡연을 시작해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라고.

#2. 흡연자인 B씨 역시 언짢기는 마찬가지다. 학교가 나서서 개인의 선택까지 통제하려는 것 같아서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장학금 받으려면 개인의 선택·기호를 포기해야 하는가" 캠페인을 통해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장학금을 수단으로 학생을 통제하려 한다면, 적극 반대다.

금연 시 장학금 특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비흡연자 A씨와 흡연자 B씨의 입장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금연 장학금 특혜는 비흡연자와의 형평성 문제, 흡연자 개인의 선택권 침해 면에서 "양쪽 모두에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학금은 민감… 비흡연자는 어쩌라고"

실제로 광주대학교는 최근 금연 문화 확산을 위한 'GU Health(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6개월간 금연 유지' 시 호심챌린지장학금 10점(1점당 3만 원)의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호심챌린지장학금은 광주대가 교내외 봉사활동, 자격증 취득 등 대학생활을 독려하기 위해 성적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장학금 제도다. 

그러나 '금연'에 대한 보상이 애초에 비흡연자를 배제하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학생 C씨는 "장학금은 학생들에게 민감한 문제"라며 "장학금 기획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비흡연자는 대상조차 아니라면, 불공정한 방식이고 분명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교 학생에게도 금연 장학금 정책은 부당해 보인다. 

전남대 학생 D씨는 "몇 년 전 전남대에서 교양과목 수강 중 토익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은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됐었다"며 "'영어공부도 하고 좋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토익점수가 필요치 않은 학생들에겐 부당한 정책이었다. 광주대 사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흡연자인 학생들의 경우 개인의 선택권 문제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소변검사로 금연 여부 확인도 한계"

학생 E씨는 "학교가 금연 정책을 시행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금연을 원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면 되는 것이지 금연하면 장학금 혜택을 주는 식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건 오히려 금연의 의지를 꺾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주변에서 금연 장학금 혜택이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담배를 피우는 사례도 봤다"면서 "차라리 금연하면 얼마 식으로 보상을 주기보다는 실제 금연하려는 학생들을 어떻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원할지 고민하고 거기에 예산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금연 장학금이 시행되더라도 '금연 6개월 유지'라는 기준은 또다른 논란거리다. 광주대에선 금연 성공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3·6개월 단위로 소변검사를 하겠다는데, 이는 정확한 측정법이 아닐뿐더러 금연 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 

광주의 한 금연치료기관 관계자는 "금연 치료 시 소변검사를 통해 니코틴 체내 농도가 줄어드는 것을 추적해 확인한다"며 "하지만 소변검사로는 최대 1개월 정도 기간만 추적할 수 있어서 금연 성공을 판단할 정확한 기준은 아니며, 또 사람마다 니코틴이 체내에 남아있는 정도가 다를 수 있어 추이 파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금연은 한 번에 성공을 목표로 하기보다 금단현상, 체질이상 등 신체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며 "보상이 있으면 아무래도 의지를 더 다질 수야 있겠지만, 금연을 결심한 학생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는 전문적인 지원과 상담"이라고 조언했다. 

광주대 "장학금 아닌 장학금 점수 주는 것"

이와 관련, 광주대 측은 "비흡연자 학생들을 역차별 할 의도도 없었고, 흡연자 학생들을 강제하는 정책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광주대 관계자는 "금연 성공을 북돋기 위해서 장학금도 아니고 장학금 점수를 주는 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도 비슷한 보상체계를 두고 있는 만큼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복지차원의 혜택이 주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의 한 금연센터의 도움을 받아 금연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학생회를 중심으로 금연 캠페인과 금연구역 단속을 진행하면서 모든 학생들이 건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홍보 및 계도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이라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광주청년센터 문정은 센터장은 "장학금의 성격이 수혜대상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들의 대학 생활 의지를 떨어뜨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학의 존재 취지에 맞게 흡연 관련 문제는 교내 금연구역 지정 등 보편적으로 접근하되 금연 캠페인 장려 등에 초점을 두고 차별적 요소를 제거해나가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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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광주드림에도 실립니다.
#금연장학금 #광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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