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판 걱정에 알아서 움직인 고위 법관

[사법농단-임종헌 공판] 추가 혐의 두고 구속 연장 다퉈... ‘정치인 재판민원’ 적극 해명

등록 2019.05.08 20:38수정 2019.05.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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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8일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임 전 차장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심문 기일을 연다. 2019.5.8 ⓒ 연합뉴스


정치인들의 재판 민원을 받은 고위 법관은 '알아서' 움직였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가 진행한 심문기일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현직 국회의원의 재판 민원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재판 개입은 없었고, "선제적"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추가 기소한 ▲ 정치인 민원 관련 재판 개입 ▲ 법관 인사 불이익 등의 혐의를 부인했다(관련 기사 : 임종헌 '추가 혐의' 정치인은 서영교, 전병헌, 이군현, 노철래).

2016년 그의 밑에서 일한 김민수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은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이 이군현 의원 대학동문인데, 의원직 상실을 걱정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8일 임 전 차장은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면서도 "제가 양형 분석을 부탁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공소사실과 같이 '유리한 양형 사유를 챙겨달라, 실형선고 가능성은 어떠냐' 이런 질문을 한 적은 없고, 법사위원 때문에 요청한 적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판 검토가 "선제적 업무"라는데...

그는 오히려 자신이 '알아서' 이군현 의원 사건을 살펴봤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016년 여름 무렵 공원 산책을 하며 여러번 이 의원을 만났는데, 처음에는 저를 몰라봐서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차례 우연히 마주쳤고, 이군현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4선 중진 의원으로 2013년 위원장실을 방문했을 때 좋은 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확고한 지역 기반과 여당 내 정치적 신망,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제가 법원행정처 차장이라고 인사한 적은 있다. 이후 해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여당 내 정치적 위상 등을 고려해 제가 선제적으로, 당연히 법원행정처에서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선제적 업무 실행'이기 때문에. 저 역시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참고자료로 작성했다. 공소사실과 같이 법사위 소속 의원 부탁을 받고 한 적은 없고, 이 문건을 어떤 의원에게도 전달한 사실이 없다."

보좌진 아들 재판 선처를 부탁했다는 서영교 의원의 경우도 그는 "2015년 5월 18일 당시 국회파견 판사로부터 서 의원이 직접 얘기한 내용을 이메일로 받긴 했고, 그것을 기획총괄심의관에게 전달한 사실은 있다"고 했다. 이어 "기획조정실장(당시 그의 보직)은 대외공무가 가장 중요한 업무라 민원해결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전달 가능성도 인정했다.

하지만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제가 '변론을 재개해 잘 살펴봐달라'는 취지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 공소사실과 같이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 파견 판사도 자신의 보고를 받은 피고인(임종헌)이 선고 기일 연기 및 변론 재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자신이 (서영교 의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며 "공소사실은 전제가 잘못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2015년 4월 전병헌 의원으로부터 동서 임아무개 보좌관 재판 민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기록상 만난 것으로 나타나는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은 "당시 4월말 상고법원 공청회가 있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관련 법률안이 회부돼 상고법원에 힘을 보태달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방문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철래 의원 사건은 "(법원행정처에서 나온) 문건 내용에 비춰보면, 누군지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관련 항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장 성격을 알기 때문에, 제가 선처 부탁을 전달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항의한) 의원 전화가 오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외형을 만들기 위해 재판장에게 전화를 한 것에 불과하고 대국회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노철래 의원 재판민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노 의원처럼 친박근혜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김민수 심의관에게 이군현 의원 재판 얘기를 꺼냈다는 당시 법사위 소속 의원 이름은 법정에서 거론하지 않고,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밝혔다.

권성동 "이군현 얘기한 적 없다"... 재판부는 구속 연장 두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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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1월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재판거래' 혐의를 추가 기소하며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의 '민원'을 받았다고 했다. ⓒ 오마이뉴스

 
그런데 이 시기 법사위원 가운데 이 의원 대학동문은 권성동 의원뿐이다. 권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판민원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제가 법사위원장이고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간부라 자주 만나긴 했지만 이군현 의원 얘기는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추가 기소 혐의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의 구속 연장 필요성을 따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1심에선 최대 6개월까지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 임 전 차장은 5월 13일이 구속 만료다. 검찰은 그의 혐의와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근거로 구속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쪽은 방어권 행사가 어렵고, 증거인멸 가능성 등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번주 안으로 구속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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