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1박, 먹는 데 올인한 결과

[버락킴의 구라시키 여행기] 라멘부터 스시까지

등록 2019.05.12 12:00수정 2019.05.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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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大阪, Osaka)는 11년 만이었다. 기억 속의 오사카는 흐릿하다. 뚜렷한 형체가 없다. 당시 부산에서 배를 타고 왔었는데 거의 12시간 정도 걸렸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고베, 히메지 등 간사이 지방을 부지런히 둘러봤다. 지금이나 그때나 마찬가지로 밟게 되는 코스다. 이번에는 구라시키(倉敷, Kurashiki)로 가는 여정의 일부로 오사카에 들렀다. 무게 중심이 다르다. 

구라시키로 가기 위해서는 신오사카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첫날은 오사카에서 보내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그러나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역시 오사카는 도톤보리 아닌가. 관광 명소인 도톤보리(道頓堀)에는 인공 수로를 중심으로 화려한 거리가 형성돼 있는데, 온갖 상점과 음식점이 몰려 있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도톤보리의 모습 ⓒ 김종성




음식점들의 거대한 간판들은 시선을 압도하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넋을 빼앗는다. 이 글에서 소개할 '맛집'들은 원체 유명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곳이다(다시 말하면 특별하다고 할 수 없다). 또, 도톤보리에 가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도톤보리에서 유명하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도톤보리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난바 역(なんば駅)으로 가야 한다. 미도스지선, 센니치마에선, 요쓰바시선 등 지하철이 잘 구비돼 있으니 찾아가기 어렵진 않다. 난바 역에서 도톤보리로 가는 길목에는 큰 시장(市場)이 있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어찌됐든 우리는 도톤보리 맛집 투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에비스 다리(戎橋)까지 가야 한다.

물론 거기에서도 발걸음을 옮기기가 만만치 않다. 인공 수로 주변의 풍경들에 취해 마음이 한껏 들뜨기 때문이다. 쿠리코 러너 간판을 배경으로 셀카도 한 장쯤 찍어둬야 하니 시간은 더 지체된다(야경이 훨씬 더 아름다우니 밤에 꼭 가길 추천한다). 그래도 여유를 갖고 충분히 그 순간을 즐기도록 하자. 감동은 첫 순간에 가장 강렬한 법이니까. 

자, 이제 본능에 충실할 시간이다. 눈앞에 나타난 음식점들의 과감한(!) 간판을 향해, 무지막지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음식들을 향해 돌진하자. 그런데 무엇부터 먹어야 할까? 이제부턴 '개취(개인취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만, 아무래도 일본에 왔으니 라멘부터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이동하느라 지친 몸의 피로를 따뜻한 국물로 위로할 겸 말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한 끼로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여기'다!
            
1. 금룡 라면[킨류 라멘, 金龍ラーメン]
주소 : 大阪府大阪市中央区道頓堀1丁目7−26

 

도톤보리에 있는 금룡라면의 모습 ⓒ 김종성

사실 ('라면'은 좋아하지만) '라멘'을 좋아하지 않는다. 육수로 우려낸 국물의 느끼함이 싫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조금씩 '도전'을 하고 있는데, 일본에 갔으니 '라멘'은 먹어봐야 되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킨류 라멘'은 워낙 추천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의욕적으로 다가갔다. 에비스 다리에서 얼마 걷지 않아 용(당연히 동양식 용이다. <왕좌의 게임>의 드래곤이 아니다)의 모형과 빨간색 간판을 만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킨류 라멘이다. 


먼저 등장하는 킨류 라멘은 포장마차 형태인데, 본점은 조금 더 걸어가야 한다. 실내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라멘을 먹고 싶다면 조금 더 걷는 수고를 들이면 된다. 도톤보리의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즐기며 (무엇보다 좀더 빨리) 라멘을 먹고 싶다면 재빨리 줄을 서면 된다. 생각보다 줄이 길진 않았지만(아마도 먹을거리가 워낙 많기 때문일 것이다), 허기가 지기 시작한 터라 인내하기 쉽지 않다. 옆에 라멘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괴롭다.
    

금룡라면 ⓒ 김종성

   
주문은 기계(자판기)를 통해서 직접해야 한다.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다. 보통과 곱배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 라멘은 600엔이고, 챠슈(叉燒)가 더 얹어진 라멘이 900엔이다. 주문표를 뽑아 직원에게 주면 곧 조리가 시작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라멘이 나왔다. 취향에 따라 김치와 부추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아무래도 김치와 부추를 넣으니 훨씬 더 익숙한 맛이었다.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국물의 깊은 맛이 감탄을 자아냈다. 김치 때문이었을까?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라멘을 잘 먹지 못하는 '라알못'도 맛있게 먹었으니, 그 맛의 대중성은 확실히 검증이 된 셈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특성상 완전히 일본풍의 라멘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래도 충분히 맛있었고, 뜨끈한 국물 덕분이 몸을 사르르 녹여줬다. 또, 도톤보리의 정취를 느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2. 쿠시카츠 다루마[串かつ だるま]
주소 : 大阪府大阪市中央区道頓堀1丁目6−4

 

도톤보리 내 쿠시카츠 다루마의 모습 ⓒ 김종성



라멘으로 몸을 녹였으니 이번에는 가볍게 '튀김'을 먹을 차례다. 마침 킨류 라멘 건너편에 눈길을 끄는 식당이 있다. 험상궂은 아저씨(간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쿠시카츠 다루마'라는 이름의 식당이다. 쿠시카츠(串かつ)는 신선한 식재료를 꼬치에 꽂아 튀겨낸 음식으로, 타코야키(たこ焼き), 오코노미야키(お好み焼き)와 더불어 오사카를 대표하는 인기 음식이라고 한다. 

쿠시카츠 다루마는 1929년에 문을 열었고, '소스 두 번 찍기 금지'라는 규칙으로 유명세를 탔다. 소스를 개인별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한 번만 찍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종의 매너인 셈이다.

메뉴는 (A) 도톤보리세트(기본 9개), (B) 호젠지세트(12개), (C) 신세계세트(15개)가 있다. 이미 라멘을 먹어 배를 채웠으니, 가볍게 도톤보리세트를 선택했다. 쇠고기, 천연새우, 돈가스, 아스파라, 메추리알, 떡, 치즈어묵, 닭고기 완자, 비엔나소시지로 구성돼 있다.  
 

쿠시카츠 다루마 내부 ⓒ 김종성

 

쿠시카츠 다루마의 소스. 1회만 찍어 먹는 게 규칙이다. ⓒ 김종성

  사이드 메뉴(선택)로는 도테야키(どて焼), 김치, 풋콩 가운데 풋콩을 골랐다. 도테야키는 소의 힘줄과 그 부위에 붙은 고기와 곤약을 된장에 조려 만든 오사카의 명물 요리인데, 튀김과 풋콩의 조합이 좀더 나을 것 같아서 고르진 않았다.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지만, 음식을 받았을 때 들었던 첫 느낌은 조잡하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맛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애시당초 식재료를 꼬치에 꽂아 튀겨낸 것 아닌가. 

그래도 사람들로 가득차 시끌벅적한 가게,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 옹기종기 모여앉은 비좁은 자리에 소박한 음식들이 주는 분위기는 충분히 일본의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그에 걸맞은 안주일 수 있겠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경험'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 들러도 무방할 듯하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3. 카와라야(かわらや)
주소 : 大阪府大阪市中央区宗右衛門町4−5 NBクリスタルタワービル

 

카와라야의 모습 ⓒ 김종성


카와라야(かわらや)는 이자카야(居酒屋)인데, 도톤보리의 인공 수로를 거닐다가 발견한 곳이다. 카와라야는 실외에 마련된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실내는 조리를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된다). 인공 수로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 거닐다 보면 카와라야에서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쪽에 다리가 있어 한숨 돌릴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렬한 꼬치 냄새가 유혹적이다. 

물론 카와라야 역시 수많은 한국인들이 다녀갔던 곳이다. 한국어가 빼곡하게 적힌 메뉴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오사카에서, 그것도 도톤보리에서 '현지 맛집'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다. 유독 밝은 인상의 사장님은 정말 친절했다. 메뉴 추천을 부탁하자 한국인인지 묻더니 염통과 닭똥집을 추천하는 게 아닌가. 아, 입이 짧은 터라 그저 한국 사람들의 취향을 확인하는 걸로 만족했다. 아마도 파닭꼬치와 오징어를 주문했던 것 같다. 
    

한국인 손님들이 남긴 응원 문구들 ⓒ 김종성

 
맛은 평이했다. 역시 엄청난 맛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조금 짭쪼름한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안주 메뉴이다 보니 그럴 것이다. 다만, 분위기가 워낙 깡패라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또, 중심지로부터 살짝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편이다. 도톤보리의 이자카야에서 가볍게 한 잔 하고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들에겐 아주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4. 겐로쿠 스시[元禄寿司]
주소 : 大阪府大阪市中央区道頓堀1丁目6−9

 

도톤보리 내 겐로쿠 스시의 모습 ⓒ 김종성



첫날 저녁에 앞서 언급한 세 군데의 식당을 투어하고, 다음날 오전 들러야 할 곳이 있어 다시 도톤보리를 찾았다. 기왕 온 김에 점심까지 해결하고 떠나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본에 왔으니 '스시'를 먹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다. (벌써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입이 짧은 터라 먹을 수 있는 스시가 한정돼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회전초밥은 역시 골라 먹는 맛 아니겠는가. 

'겐로쿠 스시'는 여행 책자에도 소개돼 있을 만큼 유명한 회전 초밥집이다. 도톤보리 중심가에 위치해 있고, 초밥을 쥐고 있는 손 간판이 매혹적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느새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의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었다. 당연히 이곳에도 한국 관광객들이 많다.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메뉴판이 따로 있다. 도톤보리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겐로쿠 스시에서 식사를 하다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린다. 
    

겐로쿠 스시 내부의 모습 ⓒ 김종성


실내는 꽤 좁은 편인데, '이게 일본이구나' 하면 된다. 메뉴는 꽤 다양한 편이다. 접시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 대부분의 초밥이 125엔(세금 포함 135엔)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도미, 구운 장어, 소갈비 등 좀더 고급진 메뉴는 200엔(세금 포함 216엔)이다. 순식간에 몇 접시를 집어들었는지 모르겠다. 초밥의 맛은 전체적으로 평이한데, 가성비를 따지면 겐로쿠 스시는 훌륭한 선택지이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자,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구라시키로 떠날 시간이다. 산요 신칸센을 비롯해 서일본 재래선을 5일동안 무료로 탈 수 있는 마법의 티켓, '간사이 와이드 패스'만 챙기면 된다. 오카야마까지는 최단 46분이면 충분하다. 오카야마에서 구라시키까지는 20분 안쪽이다. 드디어 여행의 본 궤도에 접어들었다. 다음 글은 온통 구라시키로 가득 채워보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도톤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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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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