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무죄, 무죄, 무죄, 무죄... 분노한 일본 여성들

일본 시민들, 4월부터 도쿄 등에서 성범죄에 무감한 법원 규탄하는 '플라워 데모' 벌여

등록 2019.05.13 15:01수정 2019.05.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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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서 성폭력과 성범죄에 대한 사법 판단에 항의하고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플라워 데모' 시위가 열렸다.

마이니치 신문은 도쿄역 앞 시위 참석자가 150명에 이르렀으며, 오사카 중앙공회당 앞에는 250명, 후쿠오카 케고공원엔 5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가해자가 무죄를 받은 사건의 피해자 4명을 기억하기 위해 꽃 네 송이와 피켓을 들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역 앞의 집회에 참석한 성피해 당사자단체 'Spring'(스피링)의 대표이사 야마모토 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로부터 성피해를 입은 당사자다. 무죄 판결 보도를 접하고 정말 힘들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동의 없는 성교가 범죄가 될 수 있도록 움직일 필요가 있다"라며 형법 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현행 일본 형법은 피해자가 13세 이상인 경우, 가해자가 폭행·협박을 하고 피해자를 저항할 수 없게 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만 처벌한다. 이들이 '미투'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건 최근 전국 각지의 법원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잇달아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사카 중앙공회당 앞에서 '플라워 데모'가 열리고 있는 모습 ⓒ '플라워 데모' 공식 트위터

'플라워 데모'가 공식 홈페이지(www.flowerdemo.org)에 정리한 기록에 따르면, 후쿠오카 지방법원 구루메지부는 지난 3월 12일 만취 상태의 여성과 성행위에 이르렀다가 준강간죄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여성이 저항하지 못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여성으로부터 명확한 거절의 의사가 나타나지 않아 남성이 여성이 합의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3월 19일, 시즈오카 지방법원은 강제성교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성이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여성이 반항하기 어려웠다고 보았으나 '여성이 저항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정신적인 이유'라며 '피고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형태로 여성이 저항한 것은 없었다'고 판시했다. 

또, 나고야 지방법원은 지난 3월 26일 자신의 딸을 중학교 2학년때부터 상습적으로 성학대한 아버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딸이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딸이 자신의 옷을 벗긴 아버지의 차를 타고 호텔에 갔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저항하려고 했으면 저항 할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3월 28일, 시즈오카 지방법원은 사건 당시 12살이었던 딸을 2년 동안 일주일에 세 번 정도의 빈도로 강간하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에게 무죄를 내렸다. '집이 좁아 피해자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한 것에 대해서만 벌금 10만 엔(한화 약 100만 원)을 선고했다.


'플라워 데모'는 성폭력 사건에 잇달아 무죄가 나오자, 꽃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폭력 사건 판결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 4월 11일 도쿄역에서 첫 시위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400여 명의 참가자들은 꽃을 들고 'with you'(위드 유)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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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데모' 홈페이지 ⓒ 홈페이지 갈무리

'플라워 데모' 행사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모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관하고 있다. 만화가 다후카 에이코씨와 작가 기타하라 미키코씨 등이 운동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래를 바꿔나가기 위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플라워 시위를 시작한다"며 "성폭력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 어디에서라도 플라워 데모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소리를 높여 갑시다"고 밝혔다.

한편 '플라워 데모'는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6월 11일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시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7월 말 치러질 참의원 통상 선거와 2021년 이전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매월 11일 일본 각지에서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투 #성폭력 #성평등 #여성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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