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 처벌해야" 박원순 발언에 "그러면 천안함 처벌법 나온다"

유럽의 '나치금지법' 전례... "보편적 합의 위해 필요" "표현의 자유 억눌러"

등록 2019.05.15 11:48수정 2019.05.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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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튜브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그릇된 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 시장은 1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조사위원회 선정 과정이라든지 당시의 진실에 지금까지 알려진 보편적 진실에 반대되는 견해들을 많이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광주 시민들 입장에서는 거기에 대해서 분노할 만한 일이다. 저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보편적 합의나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당파적 입장에서 폄훼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때로는 불법으로 간주돼야 된다."

박 시장은 이어 "제가 자료를 보니까 오스트리아 같은 곳에서는 나치 만행의 진실을 허위로 말하는 사람들은 처벌받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그런 법이 만들어져야 된다"며 "안 그러면, 어떤 왜곡이나 불법·편견이 판을 쳐서 한 사회의 통합 기반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말한 오스트리아 사례는 1947년 2월부터 시행된 '나치금지법(Verbotsgesetz)'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나고 훗날 나치 독일에 병합됐던 오스트리아는 2차대전 패배 후 나치즘 부활을 막기 위해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부인하는 행위에 대해 징역 1∼20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을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홀로코스트를 부인해온 영국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던 중 체포돼 2006년 2월 20일 3년 징역형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같은 해 12월 오스트리아 정부는 어빙을 풀어준 뒤 국외로 추방했다). 나치를 찬양하는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을 처하는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와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유사한 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작년 8월 21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관련 단체를 모욕하고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5.18 망언'에 대한 처벌이 궁극적으로는 시민 발언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지난 2월 25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번 국회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면, 다음 정부에서 누가 어떤 법을 만들지 알 수 없다.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나 2010년 천안함 폭침은 물론 정부수립이나 6·25에 대해 어떤 사실을 공식화해서 그것을 도구로 삼아 어떤 주장을 탄압할지 알 수 없다"고 썼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발언을 처벌하는 법은 그 경계 범위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폴란드 의회는 지난 2월 나치독일의 만행을 언급할 때 폴란드와 폴란드 국민의 공동책임(부역)을 묻는 것을 처벌하는 이른바 '나치 부역 부정법'을 만들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부 폴란드인들이 나치에 협력했다"고 발언하자 폴란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우리는 오히려 피해자"라며 반발했고, 결국에는 일부 폴란드인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논의 자체를 국내법으로 봉쇄해버린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교수는 1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우리 헌법 어디에도 이념이나 사상,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조항이 없다"며 "박근혜정부 시절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이 '민주국가에서 드문 사례'라며 전 세계 법조계에서 회람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군의 광주 투입설이라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소리냐? 그러나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전통을 쌓아가려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를 정치적 동기를 부여해서 처벌하면 안 된다. 이런 논란이 차후에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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