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에서 사고친 한국당 '민생투쟁 대장정'의 역설

[게릴라칼럼] 지지층 결집 효과 있지만 중도 공감 못 얻어... 달창·청소차 헛발질

등록 2019.05.16 18:19수정 2019.05.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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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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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탄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민생이라고 한다. 투쟁은 어떤 대상을 이기거나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일컫는다. 자유한국당의 소위 '민생투쟁 대장정'은 조화되기 힘든 단어의 조합이다. 그러다보니 대장정이라는 게 민생탐방인지, 지방 순회 대정부 투쟁인지, 아니면 당 대표의 대권 행보인지 헛갈린다. 용어가 혼란스럽다보니 대장정이 주는 메시지도 간결하지 못하다. 무엇을 하자는 건지 명확하지 않아서인지 예기치 않는 논란만 생기는 형국이다. 예고된 25일까지 일정의 절반을 넘겼지만 그들만의 잔치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11일 대구 집회에서 나온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진행한 KBS 기자의 질문 내용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나 원내대표가 집회에서 '좌파 독재라고 묻지도 못하느냐'고 성토한 게 발단이 됐다. 문제제기야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비난 여론을 대통령 극렬 지지층 행위라 단정하고, 일베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혐오 단어를 동원해 군중의 분노를 끌어올린 건 아무리 생각해도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로 보기 힘들다.

이해하기 힘든 나경원과 황교안의 행보 

물론 지지자들의 모아 놓고 후끈 달아 오른 분위기에서 생겨난 말실수일 수도 있다. 단어의 의미도 모르고 집회 열기를 띄우고자 하는 생각에서 나온 준비 안 된 돌출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정이 어떻게 됐건,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모르고 썼다는 해명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하물며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으로 비유했던 패륜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건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일이다.

2008년 한나라당 집권 때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정부의 온라인 정보통제 방침을 적극 옹호하던 의원이, 일베 사이트 폐쇄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의 인터넷 공간 장악 음모라며 극렬 반발하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나 원내대표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바뀐 생각이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베 사이트를 지키려는 것인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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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서 주호영 의원과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자유한국당 제공) ⓒ 연합뉴스

'민생투쟁 대장정'을 나선 자유한국당의 이해 못할 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이 있던 날 황교안 대표는 쓰레기 수거를 위해 같은 당 주호영 의원과 함께 청소차에 매달려 이동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대구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당 대표의 서민 이미지 부각을 위해서 사진을 공개했을 테지만, 당장 진정성 없는 '쇼'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를 앞두거나 당의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면 꼭 청소노동자 복장을 하고 유사한 사진을 쏟아낸 게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3권이 보장되면 툭하면 파업만 할 것'이라며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막아섰던 것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청소차에 발판을 만들어, 여기에 청소노동자를 이동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발생한 청소노동자 관련 사망사고는 15건, 신체사고는 1465건에 이른다. 사고가 이어지자 정부에서는 야간과 새벽 업무를 줄이고, 지자체에서는 청소노동자 안전을 고려한 한국형 청소차로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청소차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타고 극적 사진을 연출하기 전에 안전하지 않는 청소차의 교체를 위해 자유한국당에서 발 벗고 나서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당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다. 민생을 살피자는 진정성이 있다면 말이다.

더욱이 개혁입법을 위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보여준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국회가 합의한 국회선진화법 준수도 안중에 없어 보였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거리고 나간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수처법이 자유한국당을 탄압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혔지만 정작 합리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레드카펫이 깔린 T자 무대에 오르는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대선 후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국회를 내팽개치고 사전 선거운동에 올인한다는 세간의 비난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정당이 민생을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16일 현재,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182만명을 넘어섰다.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3%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에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한국당 장외투쟁, 국민 10명 중 6명 "공감 안해")

자유한국당은 국민청원이나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 대해 조작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성난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지자 수만명을 모아 극단적 언어로 민심을 가르려는 무모한 시도로 다시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학법 등 4대 개혁 입법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던 그 때와 지금의 정치적 상황은 다르다.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하든, 민생투쟁 대장정 장외집회를 이어가건 그건 당이 선택할 일이다.  전국을 돌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인다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혐오와 조롱으로 외연을 확장하기는 어렵다. 지지자가 결집할 수록 외연 확장이 어려워지는 딜레마.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정당이라면 이는 기둥뿌리 내려앉은지 모르는 잔칫집에 불과하다.  

정당이 민생을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회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링을 뛰어나가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패륜의 언어로 정권을 공격하는 건 반칙이다. 자유한국당의 명분 없는 민생투쟁 대장정이 길어질수록 국회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정권의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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