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궁금한 5학년 "여성은 아래... 이유가 있나요?"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좋은 섹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

등록 2019.05.19 19:34수정 2019.05.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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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편집자말]
더위가 오고 있다. 지난 15일 광주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2008년 특보 시행 이후 가장 이르단다. 머릿속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해 여름. 집안에서 더위와 씨름하던 나는 백기를 들었다. 가족들과 '호캉스'를 갔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고, 최신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이었다. 실내 조명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적당히 어둑했다. 심지어 호텔 가격도 착했다. 호텔 밖은 불지옥이었는데, 호텔 안은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아이들도 표정이 밝았다.

여덟 살, 열두 살 딸아이와 아빠가 침대에서 세상 가장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있었다. 눈은 큼지막한 텔레비전을 주시하면서. 영화 하나를 뚝딱 해치우고 뭔가 다른 영화를 보려고 내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텔레비전 앞을 어정대던 찰나였다.
 

영화 <어바웃 타임> 스틸 이미지. 호텔에서 내가 본 게 딱 이 장면 같았다. ⓒ 유니버설 픽쳐스


'어머나 이게 뭐야?' 텔레비전 화면에는 남녀가 상의를 벗은 채 한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이름은 호텔이지만 실체는 모텔이라는 사실이 내 뒷통수를 강타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남녀가 몸짓 대신 '대화'를 하고 있던 거라는 거. 

내 등뒤에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 "엄마는 등 뒤에도 눈이 달려 있어서, 니들이 뭐하는지 다 알아"라고 호통치던 나는 갑자기 세상 작은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어머어머머머머 뭐니, 이거 뭐니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뭘 눌러야 해.'

머릿속은 백지 상태였다. 리모컨 버튼은 온통 암흑 투성이였다. '내 등짝으로 이 큰 텔레비전 화면이 가려질까? 애들이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려나.' 오만가지 생각이 출몰하던 그때, 부드럽고 간결하고 단호한 구원의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었다.

"외부입력을 눌러."
"외부입력? 그게 뭐야?"

남편이 누르라는 걸 누르니, 그제야 상의를 벗은 남녀가 사라졌다. 1분이 1시간 같았다. 혼미해진 정신이 돌아왔다. 신기한 건 나는 혼자 속으로 난리법석을 피웠는데, 아이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는 거. '못 본 건가? 무슨 생각을 하려나?' 아이들에게 뭔가 아는 척 하며 말을 하려다 말았다. 평소 똥, 방귀, 키스 이야기는 오히려 '오버'해서 설명하던 내가, 성관계에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나중에 남편과 호텔에서의 '벗은 남녀' 상황에 대해 말했는데, 남편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음... 애들은 괜찮았는데, 자기가 안 괜찮은 것 같더라."
"아, 정말 내가 뒤를 돌아볼 수도 없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애들 괜찮았을까?"
"별 장면도 아니었는데 뭐. 그냥 뭐. 괜찮았어."

정말 괜찮을까. 아니 뭐,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응응?  

- 심쌤! 제 이야기 잘 들으셨죠?
"워워, 진정하세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당황을 하시다니욧!"

- 머리로 아는 거랑 실전은 너무 달라요. 흑흑.
"다른 사람들 역시 기자님과 비슷한 경우를 종종 겪고 또 그때마다 당황하게 된다고 해요. 아이들과 함께 TV나 영화 등의 미디어를 접할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아요. 언제, 어떤 장면이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또는 준비가 될 때까지 민망한(?) 장면이 나올 것 같은 영화는 피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하지만 계속해서 아예 못 보게 하거나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우리 아이들과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성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놓치게 될지 몰라요."

섹스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줘야 합니다, 제대로

- 청소년기에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을 그땐 보면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에 이야기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기억 나세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지만 영화에서 다뤄진 동성애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했잖아요. 평소 먼저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영화를 포함하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했을 때 아이들의 생각을 묻고 들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죠."

- 네, 기억나요. 
"이번과 같이 예상치 못한, '섹스'를 연상시키는 장면 역시 그런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섹스'는 몸, 젠더, 인격, 생명 등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말하기는 꺼려지고 있어요. 또 잘못된 정보로 왜곡되고 편견에 휩싸이기도 쉽죠. 또 어쩌다 한번 받게 되는 성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주 만나고 보고 접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꼭 부모님이 아니어도 되고요. 그러려면 우리 개인이, 사회가 먼저 인격적이고 즐거운 성적 가치관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또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담담하게 일상의 언어로 전달할 수도 있어야 하고요. 누구라도 아이들에게, 나아가 서로에게 좋은 성교육 친구가 될 수 있도록요."

- 쩜쩜쩜.
"이 반응은 뭐죠?"

- 할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 아이들이 "쩜쩜쩜" 하더라고요.
"참 기발한 표현인데요! 저도 곤란할 땐 '쩜쩜쩜' 해야겠어요. 어른들이 섹스에 대해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표정으로, 뉘앙스로, 분위기로 무수히 많은 '쩜쩜쩜'을 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 혹은 '섹스'란, 부끄럽고 말하기 곤란한 이야기라는 편견을 심어주었을 수도 있죠. 어른들도 자라면서 그렇게 느껴 왔고요. 언젠가 경험하게 될 일이라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잖아요. 특히 성불평등한 가치관이 여전한 사회에서는 좋아하는 사람끼리의 섹스라도 고정되고 통념적인 성역할에 갇히기가 쉬워요. 아이들도 '섹스'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필요가 있는 이유에요."

- 섹스가 뭔지, 제대로 알려주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이미 검색어나 광고, 유튜브 광고를 통해 '야동'을 본다고 해요. 일부러 검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두 명이 '야, 같이 보자' 하면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거죠.
"맞아요! 게다가 야동을 통해 섹스를 배우게 될 땐 방금 말한 고정관념이 더 강화되기 쉬워요. 나와 상대가 정말 원하고 서로에게 잘 맞는 섹스를 알기도 전에 야동이 말하는 시나리오대로 섹스, 성역할, 판타지에 영향을 받아 그대로 따라하기에 바빠지니까요.

특히 우리나라 야동은 대부분 남성 판타지 중심이기 때문에 강간 시나리오, 과하게 부각된 여성의 몸매, 수동적이지만 결국엔 쾌락 앞에 굴복하는 여성 이미지 등을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그걸 여성이 좋아할 거라고 여기고, 여성들 역시 남성들은 야동에서 보여주는 섹스만 추구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제대로, 솔직하게 듣고 이야기 하고 자신의 욕구와 취향 등에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살면서 원치 않는 방식의 섹스를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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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초등학교와 중학교 인근 담벼락에 써 있는 낙서. 산책하던 중에 용케 내 눈에 띄었다. ⓒ 최은경

 
- 어린 시절 성교육이 평생을 가는 거군요. 성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아요.
"맞아요. 가능하다면 야동과 같이 왜곡되고 자극적이기'만'한 '섹스'에 노출되기 전에 먼저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에 5학년 초등학생이 저에게 임신 관련 책을 보다 여성은 밑에 있고 남성은 위에 있는데 그런 자세를 취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여성의 질 속에 남성의 고추가 들어가서 움직이기 편한 자세라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아이들도 생각보다 놀라지 않고 그렇구나 받아들이더라구요. 또 섹스가 꼭 여성의 질 속에 남성의 고추가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라며 안심하기도 했어요. 뒤이어 같이 있던 다른 친구들도 섹스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했고 덕분에 삽입 섹스뿐 아니라 다양한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또 단순히 좋고 싫고를 넘어, 인격적이고 건강한 '관계'로서의 섹스와 피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할 수 있었구요."

- 이게 진정 초등학생들과의 대화란 말입니까?
"네. '헉! 그렇게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도 되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우리 안에 굳어진 섹스에 대한 인식은 이미 많은 편견에 노출되어 있어서, '질', '고추' 같은 단어를 '팔', '다리'와 같은 몸의 '일부로만'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 그래요. 이대로 라면 아이들이 성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갖게 되는 건 사실 시간 문제예요. 때문에 뒤에서 쉬쉬 하며 쓰는 말들, 특히 왜곡된 뉘앙스로 듣게 될 여지가 많은 성적 용어를 수면 위로 올려서 담담하게 사용하는 게 필요해요."

- 부모의 의연함, 담대함이 필요할 것 같아요. 표정 관리도 잘 해야 할 것 같고. ^^
"부모들이 일상적으로 그렇게 말해주면 성에 대한 왜곡된 말을 들어도 아이들은 자극을 덜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더욱, 입에 담기 어려워하는 '질, 삽입, 고추, 사정, 체위, 섹스, 오랄 섹스 등' 실제적인 표현들은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대화할 때 우리 머릿속에 있는 요상야릇한 성적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섹스를 솔직하고 편견없는 뉘앙스로 전달하면 좋겠어요.

그랬을 때 아이들도 섹스라는 말과 그 내용 자체에 민망하고 이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 더 영향을 받아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곤 해요. 또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일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물론 아이들에게 하는 이런 경험이 언제 어디서나 완벽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야동 등에서 보여주는 왜곡된 성행위나 가치관을 접했을 때 자극을 받더라도, 적어도, 인격적이고 건강한 섹스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줄 거라고 저는 믿어요."

'야동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신경을

- 그렇다면 학원이나 학교 등에서 야동을 보게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또 본인은 원치 않은데, 강제 혹은 왕따 취급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도 들었어요.
"아
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아이가 야동을 봤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질문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요. 예를 들어 자신이 봤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묻고 대화를 유도하는 일은 오히려 더 입을 꾹 다물게 하고 거부감만 키울 수 있어요. 실제로 아이들과 워크숍을 진행할 때 물어보면 부모님과 야동이나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일에 거부감이 없다고 대답하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죽어도 싫다!"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당장 대화를 시도하기 보다 '예전에 엄마(아빠)가 야동 본 적 있었는데 여성을 너무 물건처럼 다뤄서 기분이 별로더라'라던지 '실제와 많이 달라서 와닿지 않았어'라는 등의 이야기를 무심히 해 주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만약 아이가 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걸 봤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대답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정답은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섹스'는 뭔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떤 건지도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절대로 보지 마!'라는 닫힌 결말을 일방적으로 내리기보다 대부분의 야동이 얼마나 과장되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왜곡되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는 일도 중요해요."

- 야동을 보고 난 뒤에 '좋지 않은 경험'이라며, 다신 안 보겠다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오, 저도 고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스토리도 없고 로맨스도 없이 반복되는 성기 결합 장면에 입맛이 뚝 떨어져서 친구들과 먹던 라면과 떡볶이를(!!) 남겼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 중 하나가 '다시는 저런 건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그후로는 자극적이고 더럽게 느껴지는 야동 대신 아름다운 서사와 스토리가 있는 '야한 영화'를 신중하게! 골라 같이 봤어요. 그러면서 '나는 이런 사랑(또는 섹스)을 하고 싶어' 등등 서로가 가진 성적인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또 섹스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함께 상상해 보면서 '야동 트라우마'를 함께 극복해냈어요."

- 역시, 심쌤... '성영재'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요!
"캬캬. 물론 아이에게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야동을 보고 난 뒤에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 혹시 지나치게 성을 터부시 하게 되지는 않았는지는 알아보면 좋겠어요. '왜 좋지 않은지 말해줄 수 있어?', '야동보다 실제는 더 나은 면이 많아'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 보는 거죠.

당장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아이라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지켜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해야할 수도 있어요. 혹은 맨 처음에 나왔던 이야기에서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보게 되는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도 좋아요. 야동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잘했다고 하기보다 그 이면에 어떤 생각과 마음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야동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이나 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오해를 풀고, 상처에서 잘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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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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