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부동산 정책은 끝', 시장은 그렇게 반응했다

[노무현, 부동산을 알았다④] 노무현을 따라 노무현을 넘어

등록 2019.05.23 13:46수정 2019.05.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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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반 시민이나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토지+자유연구소'는 5월 '노무현의 달'을 맞이하여, 4회에 걸쳐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평가해보고 무엇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총체성과 유기성 담보한 노무현표 부동산 정책 패키지
 

부동산에 실패한 정부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대한민국 부동산 철학과 정책의 역사에서 독보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토지공개념의 철학 위에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세 중과 등의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장치를 강화했고, 실거래가 신고의무화 및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토지소유 현황 통계 공개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을 투명하게 했다.

부동산 문제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한다는 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 최선책이 보유세라는 점, 보유세 강화가 역대 정부의 숙원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보유세를 강화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주거복지도 개선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정책을 이어받아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2003)을 제정하면서까지 장기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매진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다라 할 561,873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그 중 85.9%인 482,510호가 저소득층(소득 1~4분위)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이었다. 이렇듯 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주거복지에 관한 철학이 가장 명확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정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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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안정성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공급 실적 ⓒ 고정미


또한 노무현 정부는 기반시설부담금제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했고, 제한적이긴 하나 분양원가공개 및 원가연동제 등의 정책수단도 도입해 건설시장의 부패구조를 개혁하려 했다. 한편 지금은 상식이 된 부동산 관련 대출 관리도 노무현 정부 시기에 비로소 LTV(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이라는 형식으로 안착되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노무현 정부가 2005년 5.4대책을 통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1%(2005년 당시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에 불과했음. 지금은 0.16%)로 올리겠다고 한 대목과 2007년 1.31대책(2017년까지 장기임대주택 260만 가구 공급) 등을 통해 2017년까지 임대주택을 전체 가구의 20%에 해당하는 340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한 대목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계승한 정부가 연이어 집권했더라면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닌 정책적-정치적 한계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에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책의 효과는 정책의 완성도와 타이밍으로 결정된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은 대체로 훌륭하지만 시장 상황에 대응해 투입된 측면이 있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의 대표 상품이라 할 종부세만 하더라도 도입을 천명한 건 2003년이었지만 제도 설계 과정에서 후퇴하는 모양새를 보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된 2005년 8.31대책을 통해서야 진면목이 드러났다.

만약 완성된 종부세를 집권 첫해인 2003년에 발표하고, 2004년 총선 승리 후 입법화 했다면 시장상황은 사뭇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다.

과잉유동성의 위험은 알았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는 LTV(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이라는 형식으로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범람하는 사태를 제어하는 장치를 만든 최초의 정부였지만 그 장치들을 쓰는 데에 소극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실기했다.

과잉유동성은 노무현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고 한국사회 전체의 한계였지만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치의 차원에서 볼 때 아쉬운 대목은 낮은 지지율과 투박한 메시지 관리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압승한 이후에는 정권교체가 기정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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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7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박근혜 의원이 당내 경선이 끝난 후 처음으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났다. ⓒ 이종호

 
당시 한나라당 유력 후보이던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극도의 반감을 표시하던 터라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효는 2007년까지라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불리한 정치적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란 난망했다.

노무현 정부의 메시지 관리도 아쉬움이 남는다. 예컨대 노무현 대통령의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는 발언은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멋진 발언이지만, 정부 정책에 의해 기존보다 부담이 늘어나는 사람들에겐 반감과 적의를 야기하는 발언이었다.

또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8.31대책 발표 자리에서 한 "투기는 끝났다"라는 호언장담도 적절했던 것 같진 않다. 사람들이 시장상황을 가격으로 인식한다고 할 때 부동산 가격이 정부 정책에 의해서만 즉각적으로 좌우되진 않기 때문이다.

정책 담당자의 단언과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추락된 정부 신뢰도는 정부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2006년에 일어났다.

노무현을 넘어, 노무현이 꿈꾸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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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위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룬 성과와 한계를 짚어 봤다.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정부 이후의 민주개혁정부들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패키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포인트를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집권 초기에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완성한 정책패키지들을 시장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보유세 강화, 개발이익환수장치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 시장투명화는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핵심 정책기조다. 다만 청약제도, 재건축관련 시장정상화 조치, 대출 관리 등의 정책들은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정책의 중핵 중의 중핵이라 할 보유세 강화를 현실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보유세만 가지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보유세 없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건 더 어렵다. 문제는 보유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저항감이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납세자들의 저항감을 현저히 완화할 반대급부가 뒤따라야 한다. 기본소득이 그 반대급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유세 강화를 기본소득과 연계해 설계하고, 그 설계안이 실행될 때 이익을 보는 유권자들이 압도적 다수를 점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조세저항도 효과적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청와대와 내각에서 부동산정책을 결정하는 핵심포스트를 토지공개념의 철학에 완전히 동의하고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정책패키지를 흔들림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인사들로 채워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을 판단하는 유력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인사들의 면면이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핵심 포스트들이 엇박자 없이 토지공개념에 기초해 일관된 정책을 집행한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넷째,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대결하고 윽박지르기보다는 호소하고 설득하는 메시지, 장담하기보다는 진중한 메시지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훨씬 울림이 크고 정부 정책의 효과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예컨대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는 메시지보다는 "강남에 사는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성공한 분들 아닙니까?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자손들의 장래를 위해 여러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보유세를 내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같은 메시지가,

"이제 투기는 끝났습니다"라는 메시지보다는 "정부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동산공화국을 혁파하기 어렵습니다. 시민들께서 애국하는 마음으로 도와주셔야 합니다"같은 메시지가 시민들의 공감을 더 얻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정부 이후의 민주개혁정부들이 노무현을 따르되, 노무현을 넘는 업적을 부동산 부문에서 이룩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획/노무현 부동산을 알았다]
1.
이명박은 노무현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http://omn.kr/1j8ny)
2.
김영삼·김대중도 포기... 노무현은 끝까지 갔다 (http://omn.kr/1j9xt)
3.
한국 부동산 시장은 노무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http://omn.kr/1jby1)
덧붙이는 글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철학 하에 부동산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사회를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이론과 구체적이고 치밀한 정책설계도를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로, 이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개인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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