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목사 향한 판사의 불호령 "판결문엔 안 썼지만..."

상습준강간 혐의 이재록, 2심서 형량 늘어 징역 16년... "피고인·변호인·신도도 부인 못할 것"

등록 2019.05.17 16:58수정 2019.05.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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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년에 걸쳐 여성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재록 만민중앙교회 목사가 2심에서 형량이 늘어 징역 16년에 처해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성지용)는 17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교회 내 막대한 종교적 지위와 권세로 나이 어린 젊은 여자 신도들의 절대적 믿음과 순종을 이용해 장기간 상습적으로 추행하고 간음했다, (피해자들 주장 중) 일부 자료에 부합되는 것만 발췌해 기소된 내용만 이 정도이니 (그 범죄가) 아주 중차대하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내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 선고는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요청한 보호관찰명령도 1심과 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습준강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목사는 1심에 비해 형량이 1년 더 늘어났다. ▲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바뀐 점 ▲ 2심에서 추가 피해자가 고소한 점 때문이다. (관련 기사: '신도 성폭행' 이재록, 징역 15년... 신도들 "조작됐다" 탄식)
 
1심은 검찰 공소장에 2012년 2월 25일 오후에 일어난 것으로 기재된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오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오전, 오후로 특정하지 않고 2012년 2월 25일로 공소장 내용을 변경했고, 2심은 "(범행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1심에선 8명이었던 피해자 수도 2심에선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 9명으로 늘어났다. 재판부는 추가 피해자가 증언한 3차례 성폭력 중 1차례를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2차례의 경우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게 아니고 피해 진술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이야기한) 3월초보다 2월말일 개연성도 있어 보이지만 여하튼 3월 초순이라고 특정된 공소사실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항거불능' 인정 "피해자들, 피고인 영적 존재로 여겨"
 
2심 재판장인 성지용 부장판사는 선고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다소 격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 측 주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1심에서 인정한 '심리적 항거불능'과 관련해 "원심 판단과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는 "20대 초중반의 교회 신도들과 60대 중후반 남성이자 당회장 목사 사이에서 장기간으로 성관계가, (특히) 일부 피해자와는 집단으로, 제가 판결문에 쓰진 않았지만 변태적 성관계까지 이뤄졌다"라며 "나이를 초월한 사랑도 있을 수 있다지만 (이 사건의 경우) 도저히 정상적 남녀관계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피해자들을 향해) 성관계 경험이 있다, 문란하다고 몰아치기도 했지만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대다수 피해자가 피고인의 부름에 기도처로 갔고 심지어 집단적 성관계라는, 젊은 여성으로서는 수치스럽고 끔찍한 요구까지 거부하지 않았다"라며 "어떻게 생각해봐도 종교적 이유가 아니고선 설명이 불가능하다, 일정 부분 거액의 돈을 준 적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이 사건의 본질은 종교적 문제를 떠나선 설명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대부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만민중앙교회에 다녔고, 피고인의 교리와 설교에 따라 절대적으로 순종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피해자들은) 설교와 교리 내용처럼 피고인이 새예루살렘의 영적 능력을 가진 존재란 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항거불능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로 (이 목사의 요구에) 응했다고 판단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는 이 목사 측이 피해자들의 고소 의도를 의심하는 것도 강한 어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목사의 변호인들은 피해자들이 탈퇴한 신도들의 모임인 탈만민회 세력과 연계해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고 조직적·계획적으로 (이 목사를) 무고했다고 주장한다"라며 "(피해자가 탈만민회 세력으로부터) 일부 도움을 받은 게 보이지만 이런 사실만으로 피해자들의 고소와 피해 진술이 모두 거짓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9명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어린 여성들이다, 아무리 교회신도와 당회장 목사의 관계라도 (사건 당시) 60대 중반이 넘는 피고인과의 성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는 건 부담이 크다"라며 "(피해자들은) 만민중앙교회란 거대한 교회를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하는 문제에 대해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고소하고 수사를 받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것을 두고 탈만민회와 연결돼 돈을 목적으로 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아무리 살펴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가 당시 성관계를 할 수 없는 건강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기각됐다. 성 부장판사는 "2심에서 변호인들이 피고인의 신체감정을 요구해 종합병원으로부터 정형외과·신경외과·비뇨기과와 관련해 몸 상태가 어떤지 결과를 받아 확인했다"라며 "현재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상황은 충분히 확인되나 과거 5년 내지 9년 전 건강 상태와 관련해선 유의미한 결과를 받아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성폭력이 벌어졌다는) 그 시기에 성관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13만 명이 넘는 대형교회 당회장 목사로서 공적으로 노출된 사례들이 너무 많다"라며 "그 시기에 (이 목사는) 예배·설교·종교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활동했고 선교를 위해 해외에 다녀오기까지 했다"라고 덧붙였다.
 
성 부장판사는 이 목사측이 2심에 제출된 피해자의 다이어리에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급해 기재한 부분이 있다고 (피해자) 본인도 인정하지만 그것과 다른 여러 자료들을 비춰볼 때 허위로 기재됐거나 조작된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2심에서 (이 목사) 변호인이 (증인으로 참석한 피해자를) 신랄하게 추궁하며 다이어리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살펴도 다이어리가 조작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 및 교회신도로 인해 2차 피해 발생"
 
성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그는 "(이 목사는)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비상식적인 성폭력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피고인의 잘못된 행위로 피해자는 평생 끔찍한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만민중앙교회에 다니는 다른 신도들에게도 미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고 목회자로서 종교에 대한 믿음, 종교생활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모든 피해사실을 부인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심지어 피해자를 잘 모른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자신을) 무고했다는 피고인과 일부 신도들의 주장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상당히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동종의 성폭력 범죄가 없는 점은 유리한 점이라고 하더라도 원심이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15년형을 선고한 것은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라며 "유죄로 인정된 마당이라면 이 사건이 끔찍하고 중대하고 잔인한 범행이란 것을 피고인, 변호인, 그리고 이 자리에 온 신도들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과 법정 밖 복도는 만민중앙교회 신도들로 가득찼다. 선고 직후 일부 신도가 탄식하기도 했으나 큰 소란 없이 재판이 마무리됐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이 목사는 재판 내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40분간 선고 내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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