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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팀 '옹알스'의 도전·고난, 찰리 채플린 말이 떠오른다

[리뷰] 스크린을 찾아온 그들의 또 다른 도전, 다큐 <옹알스>

19.05.18 17:55최종업데이트19.05.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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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스> 포스터 ⓒ (주)리틀빅픽처스

  
2007년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시작된 '옹알스'는 리더인 조수원을 비롯해 원년멤버 채경선, 조준우, 이후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까지 총 7명의 멤버가 한 팀을 이뤄 대한민국 유일의 넌버벌(non-verbal) 코미디팀을 이루었다.

이들은 12년 동안 21개국 46개 도시를 돌며 말 없이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런던 웨스트엔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그들은 두 가지 소원 중 하나였던 예술의전당 공연을 이루게 된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는 이들의 또 다른 목표인 라스베가스 공연을 목표로 화려함에 감춰진 이면을 조명한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하였다. 옹알스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팀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화려한 일상을 보낼 것 같은 그들이지만 경제적인 빈곤과 공연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는 중이고, 여기에 리더 조수원이 혈액암에 걸리며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멤버 중 한 명은 빈곤 때문에 불편하지만 꿈꾸던 일을 할 수 있어 불행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옹알스는 불편이 불행이 될 수 있는 경계에 위치해 있다.
  
코미디팀 '옹알스'의 행보, 그리고 고난
 

<옹알스>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혼자일 때는 마음껏 꿀 수 있는 꿈을 위해 가난을 인내할 수 있었지만 가족이 생기면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더 이상 가난은 불편하지 않고 꿈을 꾸는 게 불행할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 옹알스에게 배우 차인표가 손을 내민다. 병원 공연에서 옹알스를 보게 된 차인표는 그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예술의전당과 라스베가스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었던 옹알스는 그 중 하나인 예술의전당을 이루게 된다. 이에 차인표는 그들이 라스베가스에서 공연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옹알스의 라스베가스 도전을 다룬 이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선보인다. 첫 번째는 옹알스가 겪는 고난이다. 옹알스는 7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을 위한 더블 캐스팅이 불가능한 그들은 한 명이 어쩔 수 없이 연속으로 공연을 할 수밖에 없는 인력부족에 시달린다. 여기에 정신적인 지주인 리더 조수원이 항암치료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팀은 고난을 겪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그들의 꿈과 금전적, 건강상의 문제로 녹록치 않은 현실이 상충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국인 멤버 영입이다. 인원수가 8명이 되면 더블 캐스팅을 할 수 있고 미국 진출 시 도움이 되기 위해 차인표는 미국인 멤버 영입을 돕는다. 옹알스와 외국인 멤버 사이의 갈등은 예측하지 못한 드라마적인 구도를 형성한다. 배우라는 꿈을 위해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외국인 멤버는 옹알스처럼 꿈을 향한 열정으로 연습에 매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옹알스가 유명세에 비해 근무 조건은 열악하다는 점, 끈끈한 팀워크로 뭉친 옹알스와 달리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는 점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다.
  

<옹알스>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이런 갈등은 꿈을 위한 도전이라는 감동이 담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음으로 감독이 의도치 않은 효과를 가져 온다. 세 번째는 희극과 비극의 공존이다. 인생은 코미디라는 말이 있듯 웃음 뒤에는 눈물이, 눈물 뒤에는 웃음이 오는 순간의 연속이 인생이다. 차인표, 전혜림 감독은 옹알스의 도전을 도왔고 그 도전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웃음의 순간 뒤에 눈물의 순간이 오기도 하고 눈물의 순간 중에도 웃음이 피어나기도 한다.
 
다큐 <옹알스>가 보여주는 것들

<옹알스>가 '휴먼 다큐버스터'란 명칭을 택한 이유는 이 작품이 지닌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다. 삶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특정 시점에 끝나지 않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순간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기쁜 순간에도 눈물이, 슬픈 순간에도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순간들을 보여준다. 아무리 힘들 때도 꿈이 있고 서로가 있기에 웃음이 나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할 때도 집에 있을 가족과 막막한 미래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옹알스>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옹알스의 리더 조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 옹알스가 해외에서 공연을 했을 때, 관객 평점 최고를 기록할 만큼 호평을 들었으나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들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건 그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옹알스에겐 다큐멘터리 촬영 역시 하나의 도전이었고 이 도전을 통해 코미디 공연이 아닌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결과가 중요한 시대에 결과보다 과정을 말하는 이 작품은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눈물의 순간 이후 웃음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함께하면 두려울 게 없고 함께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옹알스의 정신은 오늘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 씨네 리와인드에도 실립니다.
옹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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