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록 정신', 박원순이 계승하다

[노무현 서거 10주기] 서울기록원 15일 개원... 초대 원장 조영삼

등록 2019.05.20 17:08수정 2019.05.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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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문을 연 서울기록원. ⓒ 서울특별시 제공


지난 15일, 봄 햇살이 가득 내려쬐는 가운데 서울의 기록시대를 여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기록원이 개원식을 열고, 서울의 역사시대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공공기록물법상 지방기록물관리기관으로 지칭되는 이 기관은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의무적으로 설립해야 하지만, 서울시와 경상남도를 제외하고는 건립을 추진하는 곳이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세계최고의 '서울시 아카이브'를 건립하라고 지시했고, 7년 동안 이를 끈질기게 밀어붙인 결과 드디어 서울기록원이 탄생한 것이다. 기록인의 한 사람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서울시는 공직자들이 생산한 기록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소중한 기록을 수집·보존·열람 및 전시를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서울기록원 개원 행사에 참여하면서,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바로 서울기록원이 생겨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추모하고 있다. 그러면 서울기록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기록의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첫걸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기록의 선사시대에서 역사의 시대로 진입하케 한 첫 대통령이었다. 선사시대란 문자가 없던 시대를 말하지만, 기록을 생산하지 않는 시대에도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2000년까지 기록을 생산하지 않는 시대였다. '기록'은 곧 책임을 의미했고, 공무원들은 그 '책임'을 무척 두려워했다. 바로 수많은 정통성 없는 정권이 집권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록의 생산을 강제하고 기록무단파기를 처벌하는 법은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제정될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참여정부 기간 폭발적으로 확대발전된다. 지금도 모든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온나라시스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작한 시스템이다. 현직 대통령 시절 온나라시스템 전신인 이지원시스템을 개발했고, 그 결과 특허를 받기도 했다. 참으로 기록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 분이었다.

이후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해 스스로 대통령 업무의 모든 과정을 기록화하고 보존해, 현재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물론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기록을 생산하니, 공공기관에서도 기록을 소중히 다루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공공기록물법의 직접 집행하는 기록전문요원이 전국의 800여 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고, 각종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 유산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기록원은 노무현 정신을 박원순이 계승한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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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서울기록원 개원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하고 있는 모습. ⓒ 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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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록원 초대 원장인 조영삼 아키비스트(기록연구사). ⓒ 서울특별시 제공

  
서울기록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 정신을 박원순 시장이 계승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서울기록원 초대원장인 조영삼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기록전문요원이었다.

조영삼 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무차별적으로 압수수색하던 것을 비판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게재했다가 징계성 인사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그 많던 역대 대통령기록은 왜 사라졌나). 참으로 기가 막힌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자원봉사 아카이브 설립 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다. 이 일을 맡으면서 수많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각종 재해나 올림픽 등 국가적으로 큰 위기나 축제가 개최됐을 때 수많은 자원봉사의 손길이 있었다. 평소에도 묵묵히 교통봉사대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기록은 몇 년 후 사라지는 것이 다반사다.

자원봉사 기록이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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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문을 연 서울기록원 사무실 입구. ⓒ 서울특별시 제공

 
예를 들어 남북한의 만남으로 수많은 감동을 남겨줬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우 자원봉사와 관련한 기록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8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국가기록원에 자료제출을 받은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태안유류 유출사고 수습을 위한 자원봉사자는 123만2322명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태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 '흔적'의 유성상 대표에 따르면 사실 태안 유류 자원봉사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자원봉사자의 명단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 대표에 따르면 지금도 태안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이름이 없다며 섭섭해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당시 엄청난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서해안이 회복됐는데, 그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과 소장 기록물은 자원봉사를 기억하는 기록물보다는 생물 박제가 80%, 나머지는 방제의류와 도구, 오염 자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자원봉사 아카이브 설립을 비롯해 민간 기록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면 좋겠다. 1980년대에 수많은 야학활동, 각종 태풍이 지나가면 힘을 보탰던 자원봉사자의 땀방울, 국가적 행사에 발 벗고 나섰던 사람들의 기록을 모으고 그것을 후세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국가적 의무일 것이다.

전국에 서울기록원과 같은 지방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 시민의 자원봉사를 기념할 수 있는 수많은 아카이브가 생겨나길 바란다. 그것이 노무현 정신의 부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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