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10년전 약속, 상기시켜 드립니다

한겨레와 확연히 다른 보도... 2009년 조선일보와 2019년 조선일보

등록 2019.05.21 18:52수정 2019.05.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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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장자연 사건'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당시 경찰의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과 조선일보의 외압 의혹은 인정하나, 핵심 의혹에 대한 재수사 권고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고 장자연 씨가 자신의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성 접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의 명단, 즉 '장자연 리스트'는 존재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 총괄팀장으로 사건을 직접 조사한 김영희 변호사는 이같은 과거사위의 발표에 "너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면서 '조사팀의 소수 의견에 불과한 검사들의 의견을 과거사위가 결론으로 채택했다'고 자신의 SNS에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달 13일, 지난 13개월 동안의 결과를 최종 보고한 진상조사단은 장자연 리스트가 실존했을 가능성이 높고, 당시 조선일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써 올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다시 진실이 묻히는 게 아닐까요? 올해는 고 장자연 씨의 10주기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의 10주기가 있었던 3월부터,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마무리된 지금까지 장자연 사건 관련 보도를 취합해 분석했습니다. 공소시효를 넘긴 의혹이 대부분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더 이상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밝혀진 진실과 밝혀야 할 의혹이 무엇이고 또 은폐하려 했던 이들은 누구인지 기억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실수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어떻게 반성하고 변화하는지도 우리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어떤 진실을 국민들 머릿속에 남겼을까요.

보도량과 내용 자체가 다르다

기준이 된 3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해 지면을 기준으로 5개 일간지의 보도량을 집계한 결과, 총 108건이 보도됐습니다. 가장 보도량이 많았던 것은 한겨레로 총 31건을, 가장 적었던 것은 동아일보로 15건을 보도했습니다. 두 일간지의 보도량은 2배 넘게 차이납니다. 
 

△장자연 사건 관련 저녁종합뉴스 주제별 보도량(3/1~5/14)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가장 많이 보도된 주제는 '진상규명'이었습니다. 총 31건이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그 비중이 28.7%로 높진 않습니다.

총 30건으로 집계된 '기타'에는 장자연 사건과 버닝썬 사건이 하나의 사건이라고 주장한 칼럼(경향‧한겨레)도 있고,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을 다루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 칼럼(경향‧한겨레)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MBC <뉴스데스크>에서 윤지오 씨 인터뷰를 하면서 일었던 논란(경향‧동아)을 다룬 기사와 '장자연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알리는 기사(조선)도 기타로 분류됐습니다. 이처럼 기타에 여러 기사‧칼럼이 담겨 진상규명 관련 보도가 차지한 비율과 기타의 비율이 비슷하게(27.78%)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 다음으론 정부의 입장을 전한 기사가 총 16건으로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이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각 4건씩 쓰면서 보도량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 3월 18일로, 다음 날부터 이틀 간 보도가 집중됐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3월 19일,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보도하면서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 겨냥한 지시'라고 펄쩍 뛴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또한 이날 <문대통령 과거 수사 과정에 국민들이 분노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발언 영상 녹화해 배포>(3/19 이민석 기자)에서는 진실을 바로 보지 않다보니 이해하기 힘든 논리와 주장을 들먹였습니다.
 
정치권에선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경제·고용 악화 문제, 장관 후보자 부실 검증 논란 같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야권에선 '정작 시급한 문제들은 회피하면서 또다시 과거 적폐 청산에 기대서 국민 눈길을 돌리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중략)

청와대는 세 사건을 언급하면서 '장자연 사건'을 맨 앞에, '버닝썬 논란'을 가장 뒤에 뒀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목숨을 끊은 신인 배우 장씨가 생전에 작성했다는 문건을 매니저가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경에 사실상 수사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국 타개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추진해 왔지만 일자리·경제 상황은 나빠지고 있고,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 개선도 벽에 부딪혀 있다. 한·미 공조 균열 논란, 우리 정부의 '중재론'에 대한 의구심도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 북한 문제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 요청'만 했을 뿐인데 다른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입니다. 게다가 성접대‧성범죄‧뇌물‧폭행‧권력 유착‧탈세 등 온갖 비리와 부조리가 연결된 해당 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 게 더 중요한 걸까요.

이날 다른 기사 <김학의 사건, 특수강간 혐의 적용땐 공소시효 남아>(3/19 윤주헌 이정구 기자)에선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의 경우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이 어렵다. 장씨의 소속사 대표가 강제로 성관계를 갖도록 했다면 형법상 강요죄가 적용되지만 이 역시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관련돼 있단 말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사, 칼럼, 사설은 조선일보에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본 신문사 별 보도 양상

① 10주기에 맞춰 '장자연' 꺼낸 경향‧한겨레
3월 7일은 고 장자연 씨 10주기. 다음 날 아침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기사를 내놨습니다. 경향신문은 <벌써 10년… 장자연 진실 깨어나나>(3/8 정대연 기자)에서 "성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은 뒤 당시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마무리 돼 감을 알렸습니다. 한겨레는 <'장자연 사건' 기업·언론인 조사, 진전 있을까>(3/8 최우리 기자)에서 진상조사 활동이 3월 말 종료된다(진상조사단 활동 연장 전)면서 "하지만 조사단이 국민 기대만큼의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강제 조사권이 없어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② 조선일보가 관련 있다고 말 못하는 동아일보
3월 12일, 윤지오 씨가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날 윤지오 씨는 조사 과정에서 장자연 리스트에서 봤다는 언론사 관계자 3명과 국회의원 1인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 언론사가 조선일보였다고도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 했습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네 개 신문사에서 윤지오 씨와 그의 변호인 말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야 자사 사주 일가와 관련이 있어 기사를 안 썼다고 치더라도 동아일보마저 조선일보를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동아일보 <장자연 문건 봤다는 동료배우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과 같은 姓 쓰는 언론인 3명 있다">(3/13 정성택 기자)에서는 윤지오 씨가 이날 진술했다는 언론인들에 대해 '같은 성을 쓰는 언론인 3명'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고 장자연 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 씨에 대해서도 '신문기자 출신인 조모 씨'라고만 표현했습니다.

③ 조선일보, 정부 진상규명 요구에 첫 기사…그러나 내용은 '안티 정부'
3월 19일, 5개 일간지에서 19건의 기사를 내 모니터링 기간 가장 많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는 18일 문 대통령이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법무부 박상기‧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으로부터 세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뒤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과거사위가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 2개월 연장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장자연 사건 관련 모니터 대상 기간 조선일보의 첫 보도(3/19) ⓒ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이날은 조선일보가 모니터링 대상 기간 중 처음으로 관련 기사를 낸 때입니다. 즉, 장자연 사건 10주기에도, 윤지오 씨가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증언했을 때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있었을 때도 조선일보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문 대통령 한 마디에 '장자연'이라는 이름을 지면에 올린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은 '진상규명을 밝히자'와 매우 거리가 멀었습니다. 기사엔 △대통령 지시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왜곡‧편파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지시를 내린 건 정국 타개용이다 △장자연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 가해자 처벌 어렵다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날은 모니터링 기간 중 조선일보가 가장 기사를 많이 낸 날이기도 합니다. 사실 공동 1위입니다. 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다음 날(3월 19일)과 '경찰이 윤지오 씨에게 숙박비 900만 원을 대줬다'는 식의 논란을 만들기 위한 단독급('단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보도함) 기사를 낸 날(4월 29일), 조선일보는 각 3건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④ 한겨레 "방정오-장자연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방상훈, 기자 배석한 황제조사 받았다"
'윤지오 논란'으로 분류된 기사 중엔 신변 보호 논란을 다룬 기사도 있습니다. 3월 31일, 윤지오 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찰의 신변 보호가 허술하단 입장을 밝힌 날입니다. 이에 1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사과하며 24시간 특별 경호하겠단 계획도 밝혔습니다. 4월 1~2일 모두 경향신문‧동아일보‧중앙일보가 이를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엔 관련 기사가 없었습니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고 장자연 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고 보도한 한겨레(4/2)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2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진상조사단이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고 장자연 씨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단 사실을 보도한 것입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2009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당시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해 조사 내용을 녹음하기까지 해 '황제 조사'를 받았단 의혹도 알렸습니다. <"방정오, 장자연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4/2 정환봉 최우리 기자)와 <방정오-장자연 통화내역 증발…경찰 부실수사 의심>(4/2 정환봉 최우리 기자)에서 한겨레는 "방 전 대표의 지인인 ㅇ업체 김아무개 대표는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2014년께 방 전 대표가 '2008년인가 2009년쯤 잠시 동안 자주 만나고 연락을 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자살을 했다. (이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무마했다'고 한 말을 들었다. 나중에 방 전 대표에게 들어보니 그 여자가 장씨였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비슷한 진술은 방 전 대표와 10년 가까이 알고 지난 다른 지인과 고 장자연 씨 측에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3면 <'피의자 방상훈', 경찰청 출입기자 배석한 채 '황제조사' 받았다>(4/2 박종식 최우리 정환봉 기자)에서는 황제조사 의혹을 다뤘습니다. 한겨레는 "진상조사단은 특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선일보 쪽이 경찰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 날, 조선일보는 한겨레 보도를 반박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한겨레의 장자연 보도는 허위 법적 조치로 오보 책임 묻겠다>(4/3 윤주헌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알렸습니다.

⑤ 조선일보 "경찰, '신변 보호 논란 윤지오 실수'"
4월 23일, 윤지오 씨의 책 출간을 도운 작가 김수민 씨가 윤지오 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그를 고소했습니다. 다음 날 윤지오 씨는 캐나다로 출국했고, 이어 26일엔 김수민 씨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가 윤지오 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경향신문은 1개 기사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기사 내 한두 문단 언급하는 수준으로 이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다만 조선일보가 이를 언급한 기사는 <경찰 윤지오 긴급호출 접수 안된 건, 버튼 조작 잘못한 탓>(4/24 곽래건 기자)으로 주 내용은 윤지오 씨가 '경찰의 신변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사건이 당시 윤지오 씨의 스마트워치 조작 미숙 때문이란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경찰이 해당 스마트워치를 분석한 결과 윤씨가 호출 버튼을 누를 때 처음 두 번은 1.5초보다 짧게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치는 긴급 호출 버튼을 1.5초보다 길게 눌러야 112에 신고가 접수된다. 세 번째 누를 때는 1.5초보다 길게 눌렀지만 윤씨가 거의 동시에 전원 버튼을 함께 눌러 긴급 신고가 취소됐다. 경찰은 윤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면서 이런 내용을 교육했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⑥ 조선일보 "경찰이 윤지오에 숙박비 900만 원 대줬다"
4월 29일, 이례적으로 조선일보 홀로, 장자연 사건 관련 기사를 냈습니다. 윤지오 씨가 캐나다로 돌아간 이후입니다. <경찰, 거짓증언 논란 윤지오에 숙박비 900만 원 대줬다>(4/29 곽래건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윤씨는 출국할 때까지 약 40일 동안 '증인 신변 보호' 명목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윤씨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머문 호텔 숙박비 900여만원을 대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고 썼습니다. "관례상 지원 기간은 5일, 하루 숙박비는 9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중략) 최근 3년 범죄 피해자 1인당 임시 숙소 사용일은 1.6일"이었다며 윤지오 씨에 대한 보호 기간이 길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단 뉘앙스를 전했습니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 기간이야 사안에 따라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것이고, 피해자 1인당 임시 숙소 사용일이 이틀이 안 된다면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보호가 가능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텐데, 조선일보는 이를 '윤지오 씨 지원이 과했다'는 근거로 썼습니다.

이날 조선일보 <팔면봉>(4/29)엔 "'거짓 증언' 의혹 윤지오에게 사과한 경찰, 숙박비 900만원도 지급. 여당 의원 장단에 '봉' 노릇했네."라고 쓰였습니다. 팔면봉은 정치‧사회‧국제부장이 한두 줄씩 논평을 남기는 1면 코너입니다.

⑦ 조선일보 협박 받은 조현오‧진상조사위 최종 보고, 한겨레가 집중 보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09년 고 장자연 씨 수사를 총 지휘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해 MBC <PD수첩>에 출연해 수사 당시 조선일보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조선일보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8일 재판이 열렸습니다.
한겨레는 <장자연사건 수사 총괄한 조현오 "조선일보 사회부장 협박 받았다">(5/9 권지담 기자)에서 조현오 전 청장의 증언을 보도했습니다. 기사 첫 문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제 집무실로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했습니다.
 
수사 총괄 당시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방상훈 사장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찾아와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동한 씨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강희락 전 경찰청장 또한 진상조사단에서 '조선일보 측 인사가 직접 찾아와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상조사단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쓴 것도 한겨레였습니다. 최종 보고가 이뤄진 지난 13일의 다음 날, 한겨레는 3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고 장자연 문건 내용 사실일 가능성 높다">(5/14 최우리 기자)에서 한겨레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13일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술접대 등 '장자연 문건'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거나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자세히는 △소속사 대표의 룸살롱 술접대 강요가 상당 부분 사실로 인정 된다 △경찰 수사에 조선일보가 관여했다 △고 장자연 씨가 남긴 자필 문건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등의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고도 밝혔습니다.

진상조사단의 최종 보고 사실은 동아일보도 다뤘습니다. 경향‧조선‧중앙엔 관련 기사가 없었습니다.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 막으려는 조선일보 기사 모음집

위에 소개되지 않은 조선일보의 다양한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에게 '과거에 집착한다'고 하거나 모든 게 오보‧과장‧왜곡되고 있다는 식입니다.

<최보식 칼럼/정말 위험한 문재인 대통령의 자포자기 심리 상태>(3/22)에서 최보식 선임기자는 "대중잡지를 팔리게 하려면 '돈+권력+섹스 스캔들'을 다루라는 말이 있다. 6박 7일 아세안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꼭 그렇게 했다. 귀국해 주말을 쉬고는 월요일 오전에 나온 첫 대통령 메시지가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 철저 수사 지시'였다"고 썼습니다. 중요한 수사 지시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았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북한 문제에 가 있는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대통령의 전략(?)' 쯤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며칠 뒤 나온 또 다른 칼럼 <법과 사회/법과 절차를 장식품처럼 여기는 이 정부의 인식>(4/9 최원규 기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에 뜨끔했는지 과거사위가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을 연장한 것도, 진상조사단의 조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도 다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는데 짐을 싸라고 부추기는 겁니다. '이게 다 현 정부 탓'이라는 주장은 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학의·장자연 사건, 여론과 이해관계 휩쓸리며 과장·왜곡>(4/17 김정환 이정구 기자)에선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한 박준영 변호사의 의견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그는 윤지오 씨의 증언들이 검증이 필요하단 의견을 전하며 "따지지 않고 특수강간죄를 논하고 공소시효 연장 등 특례 조항 신설을 얘기하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간 주장"이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습니다. 이를 본 조선일보가 그의 주장을 기사화한 것입니다. 박준영 씨야 그렇다 쳐도, 진실에 침묵해 온 조선일보가 이런 내용의 기사는 빠지지 않고 때맞춰 냅니다. '반反진상규명'에 대한 그들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조선일보 면죄부위원회' 되나

과거사위가 최종 발표에서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 권고를 하지 않음으로서 조선일보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닐까요. 과거사위가 최종 발표를 내놓자 다음 날인 21일,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수사외압' 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사건과 무관한 방 사장이 왜 외압을 행사하겠나">(5/21 조백건 기자)에서 '과거사위 발표에 법적 대응'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장자연은 왜 죽음 선택했나…이 물음엔 시종 침묵한 과거사위>(5/21 윤주헌 이정구 기자)와 <본질 외면한 채…조선일보 흠집내기 올인하다 13개월 허송>(5/21 윤주헌 이정구 기자)에서는 '조선일보의 수사 외압이 인정된다'는 과거사위의 발표를 도리어 흠집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자 이름과 메일 주소도 없는 <독자에게 답합니다> 코너에선 사주 일가가 얼마나 억울한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지면 사유화입니다.
 

△당시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조선일보는 ‘본사 임원과 무관함이 밝혀졌다’며 기사를 대대적으로 냈다(2009/4/25)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주 일가를 보호하고 진상규명을 덮어버리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는 2009년에도 같았습니다. 2009년 4월 24일, 고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음 날인 25일, 조선일보 보도는 면죄부를 받아 기쁜 내색이 역력했습니다.

1면 톱기사 <본사 임원 '장자연 사건과 무관' 밝혀져>(2009/4/25 박수찬 이신영 기자)에 따르면 "경찰은 '장자연 문건'에 거론된 본사 특정임원에 대해서는 '장씨와 김씨(소속사 대표)의 1년치 휴대전화 통화내역 5만1161건을 조회한 결과 본사 특정임원과 단 1건의 통화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장자연 씨의 휴대전화 여러 대 중 즐겨 쓰던 한 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수사 기록에서 누락했습니다. 장자연 씨 통화 기록 중 1년 치가 사라진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게다가 당시 방상훈 사장의 휴대전화 기록은 2008년 9월 한 달 치만, 방정오 대표의 그것은 2008년 10월 28일과 29일 이틀 치만 조회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어진 기사 <누군가를 조선일보 임원인 것처럼 소개…경찰, 제3인물 추적>(2009/4/25 조중식 기자)에서는 이 주장을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첫 문장에서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은 탤런트 장자연(29)씨 자살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42일간의 경찰 수사 끝에 확인됐다"고 선언한 이 기사에선 '통화내역 5만1161건 조사', '본사 임원, 알리바이 완벽히 증명' 등의 내용이 구구절절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본사 특정 임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최대 피해자 중 한명이다. 경찰 수사로 장씨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으나 42일 동안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등에 떠돈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애꿎게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기사는 마무리 됐습니다.

그 외에 <루머로 인격살인>(2009/4/25 조정훈 기자)에선 "경찰의 장자연 문건 수사가 실체에 대한 확실한 규명도 없이 일부 인사들에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격 살인'이라는 상처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며 장자연 리스트가 지라시‧악성 루머였고 여기에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루머를 유포하는 사람들은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불확실한 정보를 남과 공유함으로써 불안감을 털어내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궁지로 몰아넣는 과정 자체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라는 자체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 억지 부리지 말고 약속 지켜라

화룡점정은 당시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사설/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2009/4/24)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 울분을 토했습니다.
 
지난 40여일 동안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애꿎은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일부 언론과 운동단체가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벌였던 갖가지 보도 수법과 시위 양태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일부 언론과 세력들은 수사를 통해 이 인사의 결백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기간을 최대한으로 악용해 어떻게든 조선일보와 이 인사의 명예에 상처를 주기 위해 온갖 탈선적 보도와 음해 시위를 벌였다. (중략)
그리고 일부 운동단체들은 수사기간 내내 허위 비방의 플래카드를 들고 조선일보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언론으로서의 조선일보 명예를 훼손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2009년 당시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며칠 전, 고소를 남발했습니다. 2009년 4월 16일, 조선일보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임원의 성과 직책을 거론했다는 국회의원 2명과 시민단체 대표 등을 고소한 것입니다. 여기엔 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포함돼 있었는데, 조선일보는 이들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습니다.

실제 해당 사설의 마지막 단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문과 그 독자는 윤리에 바탕한 신뢰로 맺어진 관계다. 이번에 조선일보에 악의적인 명예훼손 공격을 퍼부었던 세력들은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독자를 이어주는 윤리적 신뢰의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보겠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이 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장씨를 죽음의 길로 내몬 연예계의 검은 비리를 햇빛 속에 드러내 제거하기 위한 보도에 더 한층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10년 전 약속을 지키십시오. 신문과 독자는 신뢰 관계임을 다시 주지하고, 장자연 사건은 물론 그 외 각종 자사의 비리(기사 거래, 외압 행사 등), 사주 일가의 행태 등과 관련된 보도에 나서길 바랍니다. 고 장자연 씨를 죽음의 길로 내몬 단초였을지 모를, 연예계 성 접대‧성범죄 문제와 성 상품화, 위력에 의한 성범죄 등 이 구조를 드러내 제거하기 위한 보도에 무한한 노력을 기울이십시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일~5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지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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