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착하게 돈벌기' 실험, 성공할까

경제적-사회적가치 동시 추구 경영본격화 선언...작년 12조원 사회적가치 창출 첫 공개

등록 2019.05.21 16:52수정 2019.05.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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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측정 결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SK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는데, '곳간이 비어가는데 인심이 나오겠는가'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사업에서 돈을 더 잘 벌수 있을겁니다."

21일 서울 중구 서린동 에스케이(SK) 그룹 사옥 3층 대회의실. '최근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SK가 추진중인) 사회적가치 경영이 지속가능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 위원장의 답이었다.

그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라면서, "그동안 기업의 비용차원에서 사회공헌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사회적가치에 따른 투자부터 매출, 이익까지 낼수있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우리는 이를 두고 '착하게 돈벌기'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거나, 회사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가치를 위한) 투자를 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이 '착하게 돈벌기' 실험을 가속화한다. SK는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Double Bottom Line) 경영'을 위해 사회적가치 측정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그룹 주역계열사인 SK텔레콤과 하이닉스, 이노베이션 등 3개사가 작년 한해동안 12조3327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성과도 공개했다.

SK의 '착하게 돈벌기' 실험 가속화...사회적가치 창출 성과 측정해 발표

사회적 가치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일자리 부족이나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 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이루는 성과를 말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몇년동안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가치에 따른 기업 경영을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의 이같은 생각은 그룹의 경영 전반의 변화를 몰고 왔다.

단순히 '시혜성'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회사 경영의 한 축으로 사회적 가치를 위한 투자와 이익까지 고민하게 된 것. 이에 따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경영(DBL 경영)을 SK그룹 모든 계열사로 확산시키고 있다. 계열사들은 앞으로 사회적 가치 성과를 측정해 매년 공개한다. 또 연말 인사평가 등에 주요하게 반영되는 경영 핵심평가지표에도 사회적가치가 50%나 반영된다.

이형희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국내외 대학 교수와 전문가 등으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해외 유사 사례 등을 통해 (SK만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수 있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도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해서 목표를 정할수 있고, 또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수 있는 의지를 볼수 있으니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발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가 이날 공개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세가지 분야로 돼 있다. 이들 분야는 경제간접 기여성과와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이다. 경제 간접 기여성과는 말그대로 기업 활동을 통해 국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일자리와 배당, 납세 등이 포함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의 경우 제품과 서비스 개발과 생산, 판매를 통해서 발생한 사회적 가치를 말한다. 대체로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부문 등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로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과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실적 등을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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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내놓은 사회적가치 측정은 어떻게 나오나. ⓒ SK



예를 들어 1만원 어치 제품을 판매할때 사회적가치가 700원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700원'이라는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에서 800원(세금 350원, 고용 300원, 배당 150원 등), 사회공헌 성과에서 10원(기부),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40원 (에너지 효율 제고) 등을 합해서 나온 950원에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150원을 빼면 나오는 값이다.

그동안 일부 국내외 기업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서 발표했지만, 제품생산과 서비스 등의 분야까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은 SK가 처음이다. SK는 이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국내외 대학과 전문가 등과 협업을 통해, 시스템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과 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 가치로 측정해서 재무성과와 비교하는 것은 선구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인 정도진 중앙대 교수(경영학)도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 걸렸다"면서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 자체가 기업 경영 방식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SK 이노베이션, 텔레콤, 하이닉스 등 3개사 2018년 사회적가치 창출 12조여원

이밖에 SK는 이날 주요계열사인 이노베이션, 텔레콤, 하이닉스 등 3개사의 작년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발표했다. SK가 측정한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는 12조3327억원이다. 회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 1조1610억원, SK텔레콤 1조6520억원, SK하이닉스 9조519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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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Scrubber)장치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면서,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모두 잡은 사례로 꼽힌다. ⓒ SK



예를들면, 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Scrubber)장치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물을 쓰지않는 친환경 무폐수 방출시스템(Water Free Scrubber)를 개발해, 하루 물 사용량 가운데 7만9000톤을 줄이고 유지 보수 비용을 14.2%까지 줄였다. 이같은 시스템 개발에 따른 사회적가치는 540억6000만원, 경제적 가치는 242억원으로 측정됐다.   

SK텔레콤의 경우는 '티맵(T-map) 운전습관' 서비스가 돋보였다. 지난 2016년 선보인 서비스는 운전자가 일정한 안전운전 기준 점수를 달성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준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은 과속이나 급가속 등을 하지 않을 경우 1년에 평균 6만원의 보험료를 절약할수 있다. 이를 가입 고객 전체로 계산하면 총 408억원의 보험료 할인 혜택이 돌아간다. 이같은 할인 금액과 교통사고 에방 등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액을 합산해 모두 487억원의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 텔레콤의 설명이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 루브리컨츠에서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YUBASE)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다른 일반 제품에 비해 연비가 최대 2.0% 개선할수 있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쪽은 이 제품 개발로 1315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SK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평가에는 플러스만 있는것이 아니라 마이너스도 존재한다"면서 "반도체나 정유정제 등 생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나 오염물질 등에 대해선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측정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마이너스 내용까지 공개하는 것은 향후 해당 분야에서 개선하겠다는 대사회적인 약속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PR팀장)은 "이번 사회적 가치 측정은 그동안 어떤 기업들도 하지 않았던 방식이며 '지도에 없는 길'을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시 추구는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SK'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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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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