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홍빛 산철쭉 꽃밭에 퐁당 뛰어들고 싶어라

지리산 서북 능선으로 산철쭉 산행을 떠나다

등록 2019.05.22 17:30수정 2019.05.2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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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디 이쁜 연홍색 산철쭉 꽃밭 속으로 퐁당 뛰어들고 싶은 하루였다. ⓒ 김연옥


연홍빛 산철쭉 꽃들로 더욱 아름다운 오월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코를 벌름이며 화려한 오월의 낭만을 즐기고 싶어 산행을 나서게 된다.

지난 16일, 오전 8시 창원 마산역서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출발해 전북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 경계에 위치한 정령치(1172m) 고개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께. 기분 좋은 떨림과 설렘을 안고 지리산 서북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걸은 지 10분이 채 안 돼 개령암지 마애불상군(보물 제1123호, 전북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불상 열두 구가 돋을새김되어 있는 남원 개령암지 마애불상군(보물 제1123호). ⓒ 김연옥


크고 작은 열두 부처의 모습이 개령암터 절벽에 돋을새김돼 있어 한눈에 보아도 상당한 규모의 불상군이었다. 가장 큰 불상 높이가 4m이고, 조각 수법으로 보아 고려 시대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암벽인 데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돼 있어 열두 불상들을 재미 삼아 헤아려 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고리봉 정상을 향했다. 오솔길 같은 정겨운 길들이 이어지면서 연홍빛 산철쭉 꽃들이 화사한 꽃등처럼 이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어갔을까, 고리봉(1305m) 정상에 이르렀다. 사진만 찍고 이내 세걸산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리봉(1305m) 정상에서 ⓒ 김연옥

연홍빛 산철쭉 꽃들로 더욱 아름다운 오월이다. ⓒ 김연옥

 
산죽이 무성한 길에서는 서걱서걱 스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오고 이따금 아름다운 새소리도 귀를 즐겁게 했다. 시야가 탁 트인 바위가 나오면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시원한 경치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쉬었다.

오후 1시쯤 세걸산(1216m)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 10분 거리에 세동치(1107m)가 나온다. 능선을 타며 걷는 산행이라 가파르고 거친 오르막이나 내리막은 없어도 한없이 이어지는 듯한 기나긴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하염없이 걸어야 해서 점점 몸이 지쳐 가고 허기도 졌다. 세동치를 지나서 마침 몇몇 일행을 만나 그제야 허겁지겁 점심을 먹었다.

산철쭉 꽃길에서 연홍빛 낭만에 흠뻑 젖고  
 

아름다운 산철쭉 꽃길을 걷는 행복이란... ⓒ 김연옥


부운치(1061m)에 이른 시간은 2시 20분께. 5분 남짓 걸어가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올 만큼 이쁜 산철쭉 꽃길이 끝없이 펼쳐졌다. 선물 받은 하루라며 호들갑을 떨고 싶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꽃길이었다.

색깔 고운 산철쭉 꽃들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아름다운 길에서 마냥 행복에 젖었다. 그 감동은 팔랑치(989m)에 가까워질수록 절정으로 치달았다. 천상의 화원이 이런 곳일까, 온통 연붉은 세상이었다.
 

부운치(1061m)를 지나서. ⓒ 김연옥


  

호들갑을 떨고 싶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꽃길에서. ⓒ 김연옥


  

눈길이 가는 데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콩닥콩닥 ⓒ 김연옥


손을 내밀어 살짝 꽃을 어루만지면 금세 내 손에도 연홍색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눈길이 가는 데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점점 내 눈도,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이지, 산철쭉 꽃밭 속으로 퐁당 뛰어들고 싶은 시간이었다.
 

색깔 고운 산철쭉 꽃들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아름다운 길에서. ⓒ 김연옥

 

점점 내 눈도, 내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 가고 ⓒ 김연옥


바래봉 삼거리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 산철쭉 군락지를 뒤돌아보니 진분홍색 융단을 펼쳐 놓은 듯 이쁘디 이뻤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바래봉(1165m) 정상까지 거리가 0.6km. 바래봉 정상으로 오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하산 시간을 맞추어야 하고 체력마저 달려 어쩔 수 없이 하산을 결정했다. 하산 장소인 용산주차장이 4.2km 거리에 있어 시간적으로 넉넉한 상황도 아니었다.

하산 길에 돌이 많아서 그런지 갑작스레 무릎과 발이 아파 왔다. 어쩌면 바래봉 정상을 목전에 두고 하산해야 하는 아쉬움이 컸으리라. 그래도 팍팍한 일상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연홍빛 낭만을 한껏 누린 하루였다.
#연홍빛산철쭉 #지리산서북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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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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