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태블릿 PC 같은 4대강 12년의 기록들

[서평]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지음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등록 2019.05.25 17:40수정 2019.05.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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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못도 맑습니다.'

2007년 6월 17일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에 참석한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고여 있는 물의 수질악화 우려를 표명하자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가 내놓은 답변은 이랬다.

한반도 대운하는 747 공약(7% 성장·4만불 소득·7대 강국)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곽승준 교수 등의 주장이 이어졌지만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다음 날 언론들은 대운하 설명회 소식을 전하면서 '대운하, 한민족 르네상스 여는 열쇠 될 것', '李 "대운하가 환경 살려… 1급수로만 공급"'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당시 '하루에 12척의 배를 띄우려고 수십조 원을 들여서 경부운하를 만드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던 김병기 기자가 2019년 4대강 다큐영화 <삽질> 감독으로 나서더니, 이번에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이라는 책을 냈다.

책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4대강 살리기로 바뀌는 과정,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4대강 부역자들의 치졸하고 뻔뻔한 발뺌과 도망 다니기, 진실을 밝히려는 4대강 독립군과 시민기자들의 처절한 투쟁과 미국, 일본, 독일의 사례를 들어 막힌 4대강 문제의 대안을 제시했다.

책의 전개는 억센 강줄기를 닮았다. 분노와 서글픔에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의 정착지를 마주하게 된다.

처음부터 사기였던 한반도 대운하 구상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지음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 오마이북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 제일 높은 곳에 올라 대통령 예비 후보로서 MB가 제1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선언한 것이 2006년 10월의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이 되는 국운융성 프로젝트라고 했다. 그러나 독일의 운하는 친환경적이지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도 아니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었다.

그러나 MB는 식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고인 물 앞에서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나라 운하의 장단점을 배우러 간 것이 아니라, 공약의 배경이 될 만한 장소를 골라 독일로 간 것이다. MB의 제1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첫발부터 거짓이었고 국민들은 여지없이 속았다.

MB의 거짓말을 뒷받침해준 부역자들은 대학교수 등 지식인 그룹이 많았다. 운하가 생겨 배가 다니면 스크루 회전 때문에 수질이 좋아진다고 했던 박석순 교수. MB가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단장을 맡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입안하고, 이명박 정권에서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냈다. 박근혜 탄핵 정국 때 촛불 집회가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고 광장의 군중을 나무란 인물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취재 요청을 번번이 거절하고, 취재진을 피해 강의실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자기가 입안한 정책에 대한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는 박석순 교수는 '스쿠루박'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얻고도 여전히 대학 강단에 선다.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수석을 지냈다. 4대강 사업이 10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심명필 인하대 교수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을 지냈다.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 34만개 일자리, 40조의 경제 부양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던 이만의 환경부 장관.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운하를 통해 국토 전반을 손 봐 나라의 기운을 일으키겠다던 이재오 특임장관. 이들이 대학교수, 국회의원 등의 권위를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자전거 탐방이라는 쇼만 하지 않았더라도 MB의 거짓말이 22조의 사기극으로 완성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2008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광우병 우려 소고기 연령 제한 철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의 개혁 요구로 확대되었다. 갑작스러운 촛불 민심에 놀란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직접 수심 5,6m의 굴착을 지시하고 대운하 설계팀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운하 포기를 천명하고도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강바닥을 파낸 MB의 무모한 고집. 저자는 이것이 검은 돈 거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럽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내놓는다.

민자로 추진하겠다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바뀌자 국가 재정사업으로도 바뀌었다. 육상준설을 수중준설로 둔갑시켜 5, 6배 비싸게 공사비용이 부풀려졌고, 주야간 100대의 덤프트럭을 운영했던 하청업체 사장은 13개월 동안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라면박스에 담아 모업체인 현대건설에 되돌려줬다고 증언했다.

덤프트럭 기사에서 하청업체를 거쳐 모기업으로 이어지는 검은 돈의 상납 고리. 비자금과의 관련성을 배제하면 MB가 4대강 살리기에 그렇게 집착을 보인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태블릿 PC 같은 4대강 12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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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주보를 방문해 '문재인 정부 4대강 보 파괴 저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간담회를 했다. ⓒ 김종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진실을 규명하고 생태계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들도 눈물겹다.

참회와 통곡 말고는 할 게 없다며 100일이 넘도록 오체투지의 고행을 이어갔던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1인 군대 불릴 만큼 날카로운 필치로 이명박의 환경 정책에 날을 세웠던 최병성 목사.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표적 수사를 받았고 재단은 궤멸에 가까운 탄압을 받았다.

큰빛이끼벌레 출현을 세상에 알렸던 김종술 시민기자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을 폭로했던 정수근 시민기자도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이들은 현장의 사진과 글로 4대강의 참상을 알렸고 온몸으로 환경 재앙에 맞섰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돌아온 건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과 표적 수사 그리고 모함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두고 22조 원을 강에 처넣었다는 표현을 한다. 무려 30조가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강은 그 많은 돈을 삼키지 않았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국운융성 프로젝트란 사기로 혈세를 나눠 먹고 강에 배설을 한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본질이다.

강바닥에 22조를 처넣은 게 아니라, 재벌 건설사들과 이명박 정권의 정치권력들, 언론 권력들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로 나눠 먹은 것이다. 국민도 속았고 4대강도 속았다. 그러나 진실은 아직 수면 아래에 있다.

JTBC가 폭로한 최순실의 태블릿 PC는 박근혜 국정농단을 푸는 열쇠였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선임기자가 12년 동안의 4대강 사업을 파헤친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 역시 최순실의 태블릿 PC처럼 MB의 국정농단을 푸는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박근혜 국정농단과 비교해도 결코 그 해악이 작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4대강을 둘러싼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4대강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청와대를 폭파시키자'던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최대 치적을 훼손하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물속이 썩고 매년 녹조가 창궐해도 4대강의 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미루고 있다. 

광화문에 모인 촛불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탐사 취재 12년의 기록 끝나지 않는 싸움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꼭 읽어보길 권하는 이유다. 책 발간에 이어 지난 4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영화 <삽질>도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한 권의 책과 영화가 국민들을 다시 '4대강'이란 의혹의 문 앞에 세울 것이다. 강은 계속 흘러야 한다. 이 기록들이 부디 거대한 물줄기의 반란이 되길 희망한다.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 탐사취재 12년의 기록, 끝나지 않은 싸움

김병기 지음,
오마이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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