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가 국회를"... 황교안 미는 한기총 전광훈의 노림수

[주장]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의 '선거법 위반' 논란 유감

등록 2019.05.23 09:52수정 2019.05.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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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한국당 200석" 목사님은 유세중> 중. ⓒ MBC 갈무리


귀를 의심했다.

"내년 4월 15일 총선에는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돼. 다 쳐내버려야 돼. 이 자식들, 지금 국회가 빨갱이 자식들이 다 차지해서 말이야."

"하나님께서 이러한 위기 가운데 같은 신앙을 가진 황교안 대표를 보내줘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워 주었다, 이승만·박정희 다음으로 세 번째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중략) 

우리 황교안 대표님의 첫 고비가 내년 4월 15일에 있는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일에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00석 못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 하는 저는 그런 위기감을 가지고 지금 제가 한기총 대표회장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200석을 얻을 수 있도록 축복한다."


첫 번째 인용문은 지난 5월 5일 설교시간에, 두 번째 인용문은 3월 20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이런 발언을 한 인물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다. 그의 문제적 발언은 20일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관련 기사 : 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의 '선거운동 발언' 파문).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극우보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전광훈 목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총선 때마다 '기독교 원내정당'을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번번이 실패했다. 

전 목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라는 이름으로 선거판에 뛰어들어 국회 진입을 목표로 '기독교인의 대동단결'을 촉구했다. 기독교인의 숫자만 단순 계산하면,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현명한 기독교인들과 유권자들은 미미한 지지만 보내줬다. 정당투표에서 2.63%를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교안 밀어주는 전광훈의 기대

2016년 1월, 하야방송의 '특별대담, 왜 기독교정당이 필요한가?'를 통해서 전광훈 목사는 기독교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대담에서 그는 '종교인 과세,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등 이슈에 대한 근거가 빈약한 비판과 기독교 장로였던 이승만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극우보수'의 편향적 발언과 혐오 발언이 주를 이뤘다(관련 영상 보기). 

전 목사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기독교인이며, 전도사라는 점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마침,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에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단체의 힘을 빌려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광훈 목사에게 그 기회는 바로 21대 총선이다.

이런 기대는 한국당을 통한 '제2의 건국', 이승만 장로의 대를 이어갈 이로 황교안 전도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가 반대하는 종교인 과세, 차별금지법 등은 한국당의 방향성과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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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중 한 장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3월 20일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과의 만남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MBC 갈무리

 
전광훈의 기독교정당 그리고 북유럽의 기독교정당

전광훈 목사가 추구하는 기독교정당은 북유럽의 기독교정당과는 전혀 다른, 권력추구형 '극우보수성향'의 정당이다.

북유럽의 기독교정당이 추구하는 바는 성서에 언급된 '이웃사랑과 하나님 사랑'의 실현이다. 정치적인 편향성 때문에 일그러진 하나님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억압당하는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 정치적인 힘을 얻기 위한 것이다. 여타 정당처럼 '정권 획득'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영역도 종교적인 영역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 목사와 같은 극우보수 기독교인들이 오래전부터 꿈꿔오는 대한민국의 기독교정당은 북유럽의 그것과는 전혀 달라 보인다. 왜냐하면, 성서의 가치관에 따른다기보다는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기독교 국가 건설 같은 허망한 바람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기독교정당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극우적인 정치 설교는 이미 설교가 아니라 '반공 웅변대회'에 버금가는 수준이 돼버렸다.

기독교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기독교인은 별세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므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책임지고 응답할 의무가 있다. 정치도 삶의 영역에서 중요하고 비중있는 한 영역이다. 당연히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신구약성서를 통해서 굳이 정치라고 표현하지 않았어도, 거의 모든 사건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독교인이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서 보게 된 것은 기독교의 역사와 관련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중세시대의 '정교일치와 정교분리'의 투쟁 역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는 정교분리의 시대를 살아간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 종교인 혹은 기독교인이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은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가 세속권력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정치범으로 십자가형을 당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시 십자가는 로마제국에 대항하던 정치범들을 처형하던 도구였고, 예수의 적대자들은 로마제국이나 이스라엘의 산헤드린(최고 의결기구)은 예수를 자신들의 정치적인 위협으로 간주했기에 처형했다. 

예수는 세속정치를 추구하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세속정치와 무관할 수 없었고, 세속정치의 희생양이 됐다. 구약성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출애굽 사건과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계명을 받는 사건, 가나안 정복전쟁 등을 종교적인 행위로만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는 반성서적인 행동이나 반종교적인 행위라 할 수 없다. 1919년 3.1운동이나 1970,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도 기독교인뿐 아니라 종교인들이 신앙의 양심에 따라 참여했다. 당연한 귀결이다. 누구든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한, 세속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치참여는 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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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박근혜 사진을 2018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극우기독교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일명 ‘태극기부대’가 연합주최한 ’국가해체, 경제파탄, 영토포기, 국군무장해제 문재인 정권 퇴진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가슴에 걸고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럼에도 내가 그들의 정치적인 행동들을 비판하는 이유는 이렇다. 그들의 주장이 반성서적일뿐 아니라 세속정치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성서에서 밝히는 하나님의 사랑은 편향적일 정도로 '사회적인 약자'를 향해 있다. 언제나 사회적인 약자와 나그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시는 분이시며, 예수의 활동 역시도 철저하게 그 사회의 낮은 자들과 지배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회적인 약자들을 향하고 있다.

굳이 오늘날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구분한다면, 성서는 초지일관 '좌파'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며, 예수는 급진좌파로 분류될 것이다. 예수는 세속의 정치에는 무심하지 않았지만, 세속 권력에는 관심이 없었다.

결국, 성서는 세상적인 가치관과는 다른 '그 무엇'을 추구하고 있다. 좌파나 우파 혹은 가난한 자와 부자, 죄인과 의인을 대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포괄하여 사랑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독교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고백의 신앙집단이며, 그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예수도 십자가의 고난을 겪었다. 그리하여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인 것이다.

좌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우파적인 성향이 있는 이들을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대하지도 않는다. 그들 역시도 구원의 대상이며, 구원의 대상이므로 타도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기독교정당을 이야기하는 이들과 선봉 역할을 자임하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 등의 발언과 행태는 어떠한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반성서적이며, 그들이 신봉하는 하나님의 뜻과도 다르며, 반기독교적이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이름도, 기독교도, 교회도 모두 자신들의 세속 정치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빨갱이 다 쳐내버려야 돼"... 어디에 하나님 말씀이 있나

타락한 중세 기독교에 대항한 종교개혁가들의 슬로건 중 하나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었다. 나는 묻고 싶다.

"내년 4월 15일 총선에는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돼. 다 쳐내버려야 돼. 이 자식들, 지금 국회가 빨갱이 자식들이 다 차지해서 말이야."

여기 어느 행간에 하나님의 말씀이 있으며, 성서의 정신이 녹아있나. 혐오와 분노와 시대착오적인 편협 시각의 선동만 있다. "아멘!"을 강요하는 이런 발언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시간에 강단에서 행해진다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기독교인'과 '목사'를 도매금으로 부끄럽게 만든다.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자'에게 내려질 하나님의 진노는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을 전광훈 목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금, 보수기독교단체와 교인들과 목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자중하고 회개할 일이다.

이런 이들에게 만일 세속 정치권력을 준다면, 그런 권력을 가진 이들도 국민도 불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들의 무지함으로 종교를 이용해 다른 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자신들의 삶부터 단속하라. 이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공인으로서 종교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한기총 #전광훈 #황교안 #기독교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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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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