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김영삼도 약속한 'ILO 핵심협약' 못마땅한 한국당

"문 대통령의 노조 눈치보기"... 윤소하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등록 2019.05.23 12:17수정 2019.05.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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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강효상 의원(오른쪽)도 보인다. ⓒ 남소연

 '노조할 권리'는 국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정부가 그간 미뤄왔던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본격 논쟁을 이어갔다. 특히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한국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귀족노조' '노조 편들기' 등의 반노동적 발언도 따라나왔다.

기업 논리 강조한 한국당 환노위원들 "경영보장권도 확대해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ILO의 핵심협약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플랜의 일종"이라고 깎아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강성, 귀족노조의 경제 발목잡기로 힘든 상황에서 노조 단결권만 강화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 눈치보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ILO 핵심 협약은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처음 약속했던 '지연된 비준'이다. 협약 비준이 늦어질 경우, EU와의 무역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쳬결 당시 해당 협약의 비준 노력을 의무 이행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할 권리'와 관련된 핵심 협약들은 약 6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내용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98호) 등 노동자 권리의 기본 개념을 담고 있다. OECD 회원 국 중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 뿐이다. 정부는 이 두 협약을 포함해 29호(강제 노동에 관한 협약)을 함께 비준안에 올릴 예정이다. 105호(강제노동 철폐협약)의 경우 추가 검토를 이유로 제외됐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시기상조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김학용 의원은 전날 자신의 입장문에서 "핵심 협약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면서 "우리나라 노사관계 토양에서 쉽게 판단하거나 청산하기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경영권 보장을 앞세우기도 했다. 임이자, 신보라 의원 등 환노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공무원, 교원, 소방, 경찰, 해고자, 실업자 등 노조할 권리를 확대시키는 만큼 기업의 경영권 보장을 확대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비준 약속 23년 만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한국당의 반발이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국회로 떠넘기기' 식 대응에도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같은 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의지를 보였지만 난관이 남아있는데, 걸핏하면 일하길 거부하는 국회와 반노동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이다"라면서 "정부도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던져놓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핵심 협약 비준을 두고 모든 정권은 '아직 우리 사회는 준비가 덜 됐다'며 미뤄왔다. 다시 같은 핑계를 대기엔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면서 "경영계 입장을 이유로 세계 대다수의 나라가 비준한 ILO 협약마저 노사 갈등 사안 정도로 치부한 채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에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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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모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비준을 약속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환영한다. 국회는 마땅히 논의하고 법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면서 "노조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불식되는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해직자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의 합법화 문제도 함께 나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같은 자리에서 "(정부의 비준 동의안 제출로) 올해 30주년을 맞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면서 "경사노위에서 핵심 협약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를 마중물 삼아 각계 의견을 수렴해 입법 논의를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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