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 인정했다

청와대 관계자 "통화내용 유출 확인했고, 본인도 인정했다"

등록 2019.05.23 16:26수정 2019.05.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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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관이 지난 7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오후 "대외공개가 불가한 기밀로 분류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고, 유출한 사람도 그 누설을 시인했다"라고 전했다.

강효상 의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방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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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 유성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10시부터 50분간 전화통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식량지원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는 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5~28일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국빈방문할 때 방한해서 문 대통령과 여덟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9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하순 일본에 방문한 뒤 잠깐이라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제안했다"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미국 정부 관계자와 소식통 등에게 청와대나 백악관이 브리핑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한 것을 들었다. 다만 '누구'한테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통화 내용 유출 K씨와 강 의원은 고교 선후배 사이


이후 청와대와 외교부가 외교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였고, 주미 한국대사관 영사과에 근무하는 외교관인 K씨가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K씨는 지난 9일 '3급 비밀'인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열람한 뒤에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통해 강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22일) JTBC 보도에 따르면, K씨는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접촉했던 사실도 유출했고, 지난 4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에도 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 요청과 관련한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K씨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6년 외교부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지난 2017년 3월 주미대사관 영사과 동포담당으로 발령났다. 특히 그는 강 의원의 고등학교(대구 대건고) 후배이기도 하다.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 "'사실무근' 의견에 변함 없다"

앞서 언급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이거나 공익제보라는 주장이 있는데 공익제보는 조직 내부에서 저질러진 비리와 부정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는 부정과 비리가 있는 공익제보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안은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안보문제가 민감해서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3급 비밀인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누설되는 것은 한반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휴대폰 감찰의 경우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혀 불법이 없다"라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불법 감찰 의혹을 일축했다.

관심은 외교관인 K씨가 전달하고,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냐에 쏠리고 있다. K씨가 외교부를 통해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열람했다면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오후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다"라면서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외교관례에도 어긋나는 주장에 강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9일 대변인이 밝힌) '사실무근'이라는 의견은 현재에도 변함이 없다"라며 "정상 간 전화통화 원본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국가기밀을 발설하는 행위여서 소상하게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대변인이 지난 9일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주장 가운데) 어떤 면이 사실이고, 어떤 면이 사실이 아니라고 구분지어서 말하지는 않았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관계자는 "(K씨의) 인사 조치와 관련, 조만간 외교부에서 감찰 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강 의원은 저희 감찰 대상이 아니어서 가타부타 언급할 부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강효상 #주미대사관 영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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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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