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이 노린 건 트럼프 방한 백지화였나

[광화문 인사이드] 한미정상 통화 공개 파문... 한국당 내 '반미세력'?

등록 2019.05.23 18:06수정 2019.05.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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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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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국회 정론관에서는 도대체 왜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자회견이 가끔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 언론보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 내용을 폭로한 기자회견이 그런 경우다.

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7일 전화통화 내용을 파악했다면서 이를 상세히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설득했다'는 내용이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 정부에게 요청하고 말씀드릴 것은 미국 대통령이 방일 직후에도 한국을 들르지 않는 것은 한미동맹의 균열의 시그널로 읽힐 수 있고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백악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촉구한다."

올해 상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필요하다는 것은 강 의원이 지난 3월 대정부질문에서도 강조한 지론이었다. 그리고 지난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이미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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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 7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강 의원 말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필요하다는 데에 문 대통령과 강 의원의 의견은 일치했다. 강 의원이 '문 대통령은 더욱 열심히 방한을 요청해달라'며 화이팅을 외쳐도 어색하지 않을 논리전개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미는 상대방을 향해 '셈법을 바꾸라'며 설전을 벌였다. 그것만으론 부족했는지 북한은 단거리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하며 '대화의 장'이 그대로 닫혀버릴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서가 아니라, 한반도에 직접 나타나는 것은 긴 말할 필요 없이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염원이 너무 컸던 탓일까. 기자 출신인 강 의원은 '취재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공무원이 강 의원에게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비밀유출로 방한 백지화 가능성 있었다... 한국당에도 '반미 인사'들이?

강효상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다, 나도 그러길 바란다, 반드시 성사시켜라'로 요약된다. 강력한 염원이자 응원으로 들리게끔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러길 원했다면 기자회견을 해선 안 됐다.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때는 아직 방한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시점으로, 한미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에서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일정은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이 말한 5월 말 나루히토 일본왕 즉위식이 아니라,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일정이 잡혔다. 국내 정치와 해외 일정으로 바쁜 정상들의 일정을 감안해 한미 양국이 협의해 도출한 결과다.

강효상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알 권리"라고 미리 정당화했다. 하지만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이 양해 없이 이틀만에 한쪽 국가에서 발표되는 것 자체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 게다가 협의 중인 내용이 유출된 사태는 논의 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강 의원의 기자회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기 중 방한'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강 의원이 했던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자회견'의 숨은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강 의원이 내심 바란 건 '방한 성사'가 아니라 '방한 취소'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없던 일이 되면, 강 의원 자신이 예고한대로 "한미동맹 균열의 시그널"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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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강효상 의원(오른쪽)도 보인다. ⓒ 남소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외교부 공무원이 비밀을 유출한 일을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 성격이 강하다"라고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무위로 돌릴 수 있었던 비밀유출 행위를 '공익제보'라고 한다면, 나 원내대표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안의 엄중함 때문인지 같은 당 의원도 강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빚어진 사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인천 미추홀구을)은 23일 페이스북에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비밀 유출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힌 윤 위원장은 "정부·외교관·정치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한미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라고 꼬집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방한할 예정이다. 그리고 정상간 전화통화 내용을 유출한 외교부 공무원은 이전의 비밀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강효상 의원 비밀 유출사태를 통해 한국당 안에도 '반미성향'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의외의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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