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준비하신 황교안"... 전광훈 목사의 '빅픽처'

[게릴라칼럼] 종교인인가, 정치인인가

등록 2019.05.24 16:38수정 2019.05.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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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두 달여 전인 지난 3월 20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를 방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한기총 전광훈 회장은 이런 당부를 전했다. 황 대표가 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 회장 역시 지난 1월 29일 한기총 25대 대표로 당선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전 회장은 "건국 후에 가장 지금 위기를 맞이한 대한민국과 관련, 일부 언론이나 학자나 사회단체에서 '이러다가는 나라가 해체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들이 서슴없이 지금 나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해, 여기까진 목사 개인과 한기총 회장의 의견이 뒤섞였다고 한다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전 회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전 회장은 "황 대표의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라며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확보)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얻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이렇게 화답했다.

"저를 위해서 많이 기도해주시고 또 우리 자유한국당을 위해서도 많이 기도해주시고 우리 천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만 영화'도 아니고 무려 '천만 크리스천'을 호명했다.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던 '이명박 장로'에 뒤지지 않는다.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기총이라지만, 아무리 정치인의 지지 호소용 멘트라지만, 노골적이고도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언행이라 할 수 있다. 전 회장의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김없이 '이명박 장로'를 호출했다.

과거 기독교 정당을 설립, 대선 후보를 내기도 했던 전 회장은 "과거 우리가 장로님 대통령을 3번 세웠다. 이승만 장로님은 대박 났다"며 "이승만 장로님이 없는 대한민국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후에 이명박 장로님, 김영삼 장로님은 세상 사람들이 다 실패했다고 그렇게 말한다. 왜 그런가 봤더니, 그분들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까지 한국 교회가 열심히 했는데, 청와대에 들어간 뒤부터는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졌던 노골적인 제스처.

"과거 대통령이 되신 장로님들을 보면 신세는 기독교한테 다 져놓고, 나중에 가면 교회를 무시해서 끝이 안 좋았다."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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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 방송분 중 ⓒ MBC 캡처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전광훈 회장과 황교안 대표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처음으로 만난 공식 석상에서 나눈 대화였고, 보도까지 된 내용이다. 이렇게 노골적이었으니, 황 대표가 편향된 종교관으로 비판을 받는 것도 어쩌면 예고된 수순일 터.

22일 조계종 종교평화위는 황 대표가 지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 합장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조계종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황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종교평화위는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갖추지 못한 모습이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 최근 행보를 보면, 종교인 '황교안 장로'가 과연 이런 가치를 염두에 두기는 하는지 의문이다.

정치인 황교안과 종교인 혹은 자연인 황교안을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지난 20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논란을 빚은 전광훈 회장의 지난 5월 5일 설교는 어찌 봐야 할까. 일각에서 "한기총이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면서 비판한 바로 그 발언 말이다. 

"내가 황교안 장로님한테 물어봤어. '장로님, 기독자유당이 먼젓번(총선)에 지지율(표)을 얼마 받은 줄 알아요?' 그러니까 (황교안 대표가) '70 얼마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알더라고요. 황교안 장로님이 77만(표)입니다. 이게 핵폭탄입니다. 핵폭탄. 77만은요, 여기는 종교적 신념이 입혀진 표이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지금부터 가동하기 시작하면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 말이에요

(중략) 근데 (황교안) 장로님이 엉뚱하게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해요. (황교안 대표가) '목사님, 혹시 내가 대통령하면 목사님도 장관 한번 하실래요?' 내가 장관 갖다가 하려고 내가 이런 줄 알어? 시시한 장관 같은 거 국회의원 같은 거 그런 거 내가 왜 하냐 말이야. 나는 만드는 일만 하지 나는 그런 짓은 안 해요."


<스트레이트>측이 이 말의 진위여부를 묻기 위해 대해 황교안 대표를 찾아갔으나, 황 대표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라고 짧게 반박했다.

MBC 카메라에 폭력까지 휘두른 교회 신도들

문제가 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일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전 회장의 발언은, 지난 3월 황 대표에게 전한 덕담의 연장선상이자 이를 뛰어넘는 수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번에 황교안 대표의 첫 번째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입니다.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 못 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 해체될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감을 가지고 지금 제가 한기총 대표회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 15일 총선은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한다. 이자식들 말이야, 지금 국회가 다 빨갱이 자식들이 다 차지해서 말이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다음해 꼭 종로구 국회의원 나가서 임종석 딱 꺾어버리고 국회의원 하라. (중략) 우리 지사님 결정만 하시면 우리 교인 전체 매주 종로구 가서 선거운동 해서 꼭 당선시키도록 한 번 하자."


이러한 발언을 확인하고자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고 교회를 찾아가자, 전 회장의 소속 교회인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후문이다. 더 나아가 물리적 폭력까지 일삼았다.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광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인터뷰를 마친 취재진은 교회에서 나오려 했지만 교회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넘어뜨린 뒤 카메라를 빼앗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기자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교회 관계자들은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카메라마저 부숴버렸습니다. 경찰은 폭행과 재물손괴죄로 교회 관계자들을 입건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같은 날 문화방송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는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를 막는 것을 넘어 인권까지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종교 단체가 자행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당한 취재활동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 개진과 반론의 기회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교인들이 폭력으로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 것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감히 질문도 할 수 없는 성역인가"라고 항의했다.

반면 기독자유당(고영일 총재)과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도 같은 날 '기독교와 황교안 대표 죽이기 프로그램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MBC가 지난 5일 촬영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예배당에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평에서 기독자유당은 "교회가 하는 우파 운동을 '빨갱이 사냥'으로 몰아가 결국 기독교와 우파의 결합을 무너뜨리고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려 한다. 특정 이념에 치우쳐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인인가, 정치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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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중 한 장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3월 20일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과의 만남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MBC 갈무리

 
"공직선거법 85조 3항에는 종교적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목사로서의 지위를 십분 활용해 황교안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 선거운동을 한 전광훈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농후하며, 황교안 대표가 실제로 장관 제의를 했다면 황교안 대표는 '또'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이 '선관위는 전광훈 회장, 황교안 대표, 김문수 전 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지난 3월 이미 우려됐던 황 대표와 전 회장, 두 한국 기독교 종교인의 '밀월'이 정치권 내에서 현실화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실정법 위반의 형태로 말이다. 이에 대해 전광훈 회장은 무엇이라 반박했을까.

"저는 제재를 받을 이유도 없고 왜냐하면 저는 예배를 이제 진행할 때 우리 교회 예배는 좀 특별합니다. 설교 마친 뒤에 제가 시사토크를 하죠. 항상. 시사토크 시간이 있습니다. 시사토크 시간에 자유롭게 선거뿐 아니고 우리 교회를 방문하는 자들에 대해선 손님들에 대해서 게스트를 불러서 전문분야에 대해서 제가 토크를 해서 그 중에 정치분야도 하나 들어갈 뿐입니다."

23일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전 회장의 해명이다. 설교 후 '시사토크'라는 신기한 해명도 해명이지만, 종교인인 자신이 거침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비방하는 것에 대해 "제재 받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전 회장은 "그러면 이걸 가지고 선거에 대한 개입이라고 말한다면 이해찬 총리가 260석 한다는 것은 그건 더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방송에서 전 회장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그 분은 정치하면 안 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젊었을 때 주체사상 할 수 있죠, 있고 얼마든지 사상은 자유지만 그러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왜 주체사상이 문제가 되느냐 하면 주체사상은 우리나라 헌법을 부정하고 있거든요"라며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브레이크 없는 한기총과 전광훈 회장의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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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자료사진) ⓒ 양태훈

 
과연 전 회장은 자신을 목회자로 여기는 것일까, 정치인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종교인의 정치 발언을 여당 대표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도 모자라, 청와대 전 비서실장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겁박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답은 의외로 쉽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전 회장은 한기총을 이렇게 설명했다.

"교단으로 가입하는 데도 있고 선교단체로 가입하는 데도 있고 그 다음에 지역연합회, 지역연합회에서 또 한기총에 가입된 데도 있기 때문에 6만 5000개 교회하고 기도원 3000개, 선교단체 2000개 전체가 특별히 제가 대표회장이 된 후로 지역연합회가 다 여기 가입하도록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교회를 전체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한기총의 위세, 자신이 그 한기총의 수장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압도적인 신도들의 숫자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를 반영하듯, 23일 한기총이 주최한 '민족의 개화, 독립운동, 건국, 6·25, 새마을운동, 민주화, 세계 10위 대국 – 예수 한국 복음 통일을 위한 기독교 지도자' 포럼에서도 전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정치적 발언이 횡행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뉴스앤조이>는 이 행사에 대해 "참석한 사람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송영선·이재오 전 국회의원 등 정치적 우파 인사들이었다"며 "행사에서는 '주사파', '주체사상', '공산당', '자유민주주의',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과 관련한 가짜 뉴스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좌파 언론은 '전광훈 목사가 색깔론을 펼친다'고 할 것이다. 빨간 건 빨갛다고 하고, 파란 건 파란색이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색맹이 아니다. 왜 대한민국 국민을 색맹으로 만들려고 하느냐."

이날 사회를 본 전광훈 목사의 발언 중 일부다. 한기총과 보수 개신교의 정치 세력화 혹은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전 회장의 맹목적 주장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한기총과 전 회장, 이들의 무한질주에 올라 타려는 황교안 대표에게 과연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무엇보다 이들을 과연 '순수한' 종교인이라 불러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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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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